[프라임경제]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의 국내 도입 절차가 구체화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 심사를 거쳐 내년 1분기 도입을 추진하고, 임신 9주 이내 사용과 의료기관 내 의사 직접 처방·조제를 통해 초기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의료계도 안전관리를 전제로 단계적 도입 방향에 공감하면서 표준진료 지침과 법적 기준 마련을 주문했다.
성평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6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보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14일 조속한 도입을 지시한 이후 약 두 달 만에 구체적인 관리 방안이 나온 것이다.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내 도입이 추진되는 제품은 현대약품(004310)의 '미프지미소정'이다. 임신 유지에 관여하는 호르몬의 작용을 차단하는 미페프리스톤과 자궁 수축을 유도하는 미소프로스톨을 함께 사용하는 복합제다. 허가 신청 내용에 따르면 미페프리스톤 200㎎ 1정을 먼저 복용한 뒤 24~48시간 후 미소프로스톨 200㎍ 4정을 복용하는 방식이다.
미프진으로 알려진 미페프리스톤 계열 약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해외 100여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신청 제품의 임상시험 범위를 고려해 임신 63일, 즉 9주 이내로 사용 대상을 한정할 예정이다. WHO는 임신 12주 미만까지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지만, 국내 사용 범위를 향후 12주까지 확대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약물 복용 이후 의료기관의 사후 관리도 제도에 포함된다. 첫 번째 약을 복용하고 24~48시간 뒤 두 번째 약을 복용한 후 7~14일 이내 의료기관을 다시 방문해 임신중지 여부와 부작용 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두 약을 의료기관 안에서 복용하도록 할지 등 구체적인 진료 방식은 향후 표준진료 지침을 통해 결정된다.
정부는 제약사가 제출하는 위해성 관리계획(RMP)과 최종 허가 내용을 토대로 의료계와 협의해 표준진료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처방 권한 역시 산부인과 전문의로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는 임신 주수와 자궁외임신 여부 등을 확인하고 적절한 진료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기준으로 정한다는 방침이다.
도입 초기에는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하고 조제하는 원내 처방·조제 원칙이 적용된다. 정부는 우선 2년간 안전성과 부작용 등을 모니터링한 뒤 관리 방식의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2년 내 형법과 모자보건법 등 관련 법령 정비가 이뤄지지 않거나 안전성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할 경우 원내 조제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세부적인 이용 기준 가운데 아직 결정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미성년자의 사용 연령과 보호자 동의 여부는 청소년의 건강과 심리·정서적 지원 등을 고려해 진료 지침에 담을 예정이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약가 역시 확정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급여 적용은 제약사가 신청해야 검토가 이뤄지는 사안"이라며 "이와 별개로 초음파 검사 등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따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단계적 도입 방향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의료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17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안전관리를 전제로 한 단계적 도입 방향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특히 표준진료 지침을 비롯해 처방 역량에 대한 기준과 교육·훈련 체계, 합병증 발생 시 대응 체계, 부작용 모니터링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약물 처방을 원하지 않는 의사의 진료선택권을 존중하면서도 필요한 환자가 적시에 진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기관 간 연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편 임신중지 약물의 제도권 도입은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만에 이뤄지는 후속 조치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동안 관련 법령 정비가 지연되면서 의약품 허가와 실제 의료현장 적용을 둘러싼 기준이 마련되지 못했지만, 정부가 이번에 허가 심사와 초기 관리 방안을 구체화하면서 제도 도입을 위한 절차가 본격화됐다.
다만 이번 발표가 곧바로 국내 사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식약처가 미프지미소정에 대한 품목허가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최종 허가 여부가 우선적인 관문이다. 허가 이후에도 처방 자격과 복용 장소, 미성년자 동의 기준, 건강보험 적용, 의료진의 법적 보호 등 현장 적용을 위한 세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