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함양 천년 숲 '야행'…청사초롱 고운 최치원 밤길 걷는다

9월18~20일 상림공원 일원서 개최…7개 테마 야간 문화콘텐츠 선봬

강경우 기자 | kkw4959@hanmail.net | 2026.09.16 14:40:52
[프라임경제] 낮 동안 싱그러운 녹음으로 방문객을 맞던 천년의 인공림, 함양 상림(上林)이 이번 주말 어스름이 내리면 전혀 다른 표정의 역사 무대로 탈바꿈한다. 

2026 함양국가유산 야행. ⓒ 함양군

신라 말 고운 최치원 선생의 애민정신이 서린 이곳에 은은한 달빛과 청사초롱 불빛이 내려앉으며, 함양의 유구한 인문학적 유산이 밤이라는 새로운 시간 속에서 입체적으로 되살아난다.

함양군은 9월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매일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상림공원 일원에서 '2026 함양 국가유산 야행—고운길 따라 달빛 기행'을 펼친다.

주목할 점은 이번 행사의 정책적 위상이다. 통상 첫 회를 치른 뒤 평가를 거쳐 재선정 여부가 결정되는 여타 공모 사업과 달리, 함양군은 본 행사가 본격 개막하기도 전에 이미 국가유산청 주관 '2027년 국가유산 야행' 사업 대상지로 연속 선정됐다. 

함양이 품은 독보적인 역사 자원과 상림공원의 공간적 잠재력이 중앙정부로부터 일찌감치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야행의 출발을 알리는 첫 장면은 최치원 선생과의 시공간을 초월한 만남이다. 18일 오후 7시 최치원 역사공원 고운기념관에서 열리는 주제공연 '고운님 납시오'는 홍수를 막기 위해 백성과 함께 인공림을 조성했던 최치원의 삶과 고뇌를 전통 연희와 서정적인 춤사위로 극화했다. 

숲의 태동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형 공연으로 풀어내 관람객을 단순한 구경꾼이 아닌 역사의 증인으로 초대한다.

이어지는 동선은 7개의 밤(7夜) 테마를 따라 오감을 자극하는 여정으로 설계됐다. 은은한 빛이 숲길을 수놓는 청사초롱 거리를 거닐다 보면, 고즈넉한 숲 사이로 울려 퍼지는 현대적 버스킹과 전통 국악의 선율이 자연스레 발길을 이끈다. 

여기에 상림의 숨은 야사를 듣는 인문 해설 프로그램, 맑은 지리산 자락의 밤하늘을 관측하는 별 보기 체험, 신라 복식을 직접 입고 거니는 시간 여행이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이 함께 호흡하는 골목 경제의 장도 열린다. 함양 사대부가의 기품을 담은 종가 음식을 비롯해 옛 정취를 살린 저잣거리와 청년 감성의 푸드트럭, 지역 공예품이 모인 고운장터가 어우러져 한밤의 미식과 볼거리를 넉넉히 채운다.

함양군 관계자는 "천년 숲 상림이 간직한 가치를 낮의 자연경관에만 가두지 않고, 밤이라는 시간적 확장을 통해 독창적인 야간관광 자원으로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초가을의 길목, 함양의 달빛을 길잡이 삼아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천년을 관통하는 인문학적 깊이를 오롯이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맨 위로

저작권자(c) 프라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