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은 수소 모빌리티의 역할을 별도로 가져가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배터리전기차(BEV)와 수소전기차(FCEV)를 경쟁 기술로 놓기보다 운행 조건과 에너지 인프라에 따라 역할을 나누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이 주목하는 영역은 장거리·고중량 운송과 버스·택시·물류트럭처럼 높은 가동률이 필요한 분야다. 충전 시간이 짧고 장거리 운행에 유리한 FCEV의 특성을 활용해 전력 기반 모빌리티의 제약을 보완하겠다는 접근이다.
수소의 역할은 에너지 시스템으로도 이어진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수록 시간대와 날씨에 따른 출력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남는 전력을 수소로 저장하고 필요한 시점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은 14~16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제주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 with 분산에너지 포럼'에서 이런 구상을 공유했다. 수소차 보급뿐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수소 생산·저장·모빌리티 활용을 하나의 에너지 체계로 묶어 제시했다.
◆BEV와 역할 분담…재생에너지 변동성 흡수
현대차그룹은 이번 포럼에서 FCEV와 BEV의 관계를 경쟁이 아닌 상호 보완으로 규정했다. 주행거리와 차량 가동 시간, 적재 중량 등에 따라 적합한 기술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수소전기차의 활용 영역으로는 장거리·고중량 운송과 버스·택시·물류트럭 등이 제시됐다. 하루 운행 시간이 길고 차량을 세워두는 시간을 줄여야 하는 분야다.

현대차그룹이 '2026 제주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 with 분산에너지 포럼'에 참여해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연계한 에너지 전환 방향과 수소 모빌리티의 역할을 공유했다.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전력 수요 증가와 배전망 확충의 제약, 특정 시간대 충전 수요 집중 가능성도 함께 짚었다. 차량 운행 단계에서 전력 충전에 직접 의존하지 않는 FCEV를 일부 운송 영역에 배치하면 에너지 수요를 분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구조를 현대차그룹은 '도시 모빌리티 회복탄력성'으로 설명했다. 특정 에너지원이나 충전 인프라에 부담이 집중됐을 때 다른 동력원이 운송 기능을 유지하는 구조다.
현대차그룹이 바라보는 수소의 범위는 차량 연료에 한정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수급 변동을 흡수하는 저장 수단으로도 활용한다.
신승규 현대차그룹 부사장은 포럼 개회식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체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를 저장한 뒤 필요한 시점에 사용하는 방식이 에너지 시스템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은 전력과 수소를 서로의 제약을 보완하는 에너지 인프라로 보고 있다. 재생에너지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소 형태로 저장한 뒤 모빌리티와 산업에서 활용하면 전력망에 집중되는 부담을 분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제주서 생산·공급·수요 연결…수소 활용 확대
제주는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에너지 전환 구조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지역이다. 수전해를 통한 청정수소 생산과 모빌리티 수요 확대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는 2017년 250㎾급 수전해 실증을 시작으로 청정수소 생산 기반을 늘려왔다. 구좌읍 행원의 3.3㎿ 수전해 단지는 2024년 9월부터 하루 약 200㎏의 수소를 생산해 도내 수소버스와 수소 승용차에 공급하고 있다.

2026 제주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 공간에 전시된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 ⓒ 현대자동차그룹
2027년까지는 누적 기준 승용차 290대, 버스 76대, 트럭 3대 등 370여대의 수소 모빌리티를 도입할 예정이다. 생산 설비와 실제 수요처를 함께 늘려 생산·공급·소비가 지역 안에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도 제주도와 2021년 친환경차 생태계 구축 협력을 시작한 뒤 수소와 V2G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수소 전략에서 승용차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포럼 전시장에도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The all-new NEXO)'와 전기차 아이오닉 9을 함께 전시했다.
다만 이번 발표에서는 장거리 운송과 버스·택시·물류트럭, 재난 대응 등 안정적인 운행이 필요한 영역에 수소의 역할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빠른 충전과 긴 주행거리, 높은 가동률이라는 FCEV의 특성을 실제 운송 수요와 연결하는 방식이다.
수소 생산과 수요 확대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제시됐다. 청정수소 생산량이 늘어도 이를 사용할 차량과 산업이 부족하면 수요 기반이 약하고, 차량 보급만 확대해도 생산·공급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활용 범위가 제한된다.
현대차그룹이 이번 포럼에서 내놓은 구상은 재생에너지에서 수소를 생산·저장하고 모빌리티와 산업에서 소비하는 구조다. 자동차에서는 BEV와 FCEV가 운행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수요를 맡는다.
현대차그룹이 수소에 부여한 역할은 전기차의 대체재보다 전력망 부담과 장거리·고가동률 운송을 보완하는 또 하나의 에너지·모빌리티 축이다. 제주에서 진행되는 생산과 수요 실증이 실제 운영 효율까지 확인할 수 있을지가 향후 수소 모빌리티 확대의 변수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