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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수다] 잘 팔고도 밀린 현대차그룹…전기차 시장의 속도전

1~7월 판매 24.8%↑·점유율 8.5→8.1%…BYD·지리·체리 중국 밖 시장 공세 확대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09.16 10:28:46
[프라임경제] 전년 대비 24.8% 증가. 자동차 판매가 1년 새 이 정도 늘었다면 꽤 괜찮은 성적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올해 1~7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을 두 자릿수 이상 끌어올렸다.

그런데 점유율은 오히려 줄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BEV·PHEV) 인도량은 543만4000대로 전년 동기 416만5000대보다 30.5%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은 같은 기간 44만1000대를 판매해 24.8% 성장했지만 시장 평균에는 미치지 못했다. 점유율은 8.5%에서 8.1%로 0.4%포인트 낮아졌다.

잘 팔고도 밀렸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를 못 팔아서 생긴 일은 아니다. 24.8% 성장했지만 시장은 30.5% 커졌다. 눈여겨볼 부분은 그 사이 점유율을 빠르게 가져간 업체들이다.

BYD·지리(Geely)·체리(Chery)가 대표적이다. BYD의 중국 제외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84.3% 증가했고, 지리는 36만1000대로 55.5%, 체리는 24만3000대로 348.6% 뛰었다. 현대차그룹의 24.8%가 갑자기 작아 보이는 이유다.

현대차 아이오닉 9. ⓒ 현대자동차


그동안 중국 전기차 업체의 성장은 거대한 자국 시장과 떼어놓고 보기 어려웠다. 중국 내수에서 규모를 키우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뒤 글로벌 업체들을 압박하는 구조였다.

문제는 이들이 더 이상 중국에서만 잘 팔리는 업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은 장면이 달라졌다. SNE리서치 집계는 아예 중국 시장을 제외한 숫자다. 그런데도 BYD는 현대차그룹보다 빠르게 몸집을 키웠고, 지리와 체리 역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체리는 OMODA·JAECOO 등 수출 브랜드 확대가 비중국 판매 증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BYD 역시 유럽·아시아·중남미로 완성차 판매망과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점유율 0.4%포인트 하락 자체보다 이 변화가 더 신경 쓰일 만하다.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더 이상 중국 시장 안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가 오랫동안 사업 기반을 닦아온 유럽과 아시아, 신흥시장에서도 같은 차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다.

지역별 시장 흐름까지 보면 이유가 더 선명해진다. 올해 1~7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전기차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77.0% 성장했다. 유럽과 함께 비중국 시장의 외형 확대를 이끈 지역이다. 북미는 같은 기간 22.7% 감소했다. SNE리서치는 인도·태국 등에서 신차 출시와 현지 생산 확대가 이어진 가운데 중국계 업체들의 공급 확대와 가격 경쟁력이 아시아 시장 성장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중형 전기 세단 BYD SEAL. ⓒ BYD코리아


현대차그룹에는 묘한 엇박자다. 현대차와 기아는 북미를 핵심 전동화 시장으로 보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왔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구축했고 현지 생산과 공급망 확보에도 상당한 자원을 투입했다.

정작 올해 가장 빠른 성장세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와 유럽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업체들도 그곳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고 현대차그룹이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현대차는 유럽 전기차 판매를 2025년 11만6000대에서 2030년 42만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북미에서는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모델을 10종 이상으로 늘리고 판매 비중도 50%까지 끌어올린다. 지역별 수요에 따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EREV(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까지 선택지를 넓히는 방식이다.

기아도 방향은 비슷하다. 2030년 전기차 100만대 판매와 글로벌 전기차 시장점유율 3.8%를 목표로 전기차 라인업을 11종에서 14종으로 확대한다. 유럽에서는 전기차 판매 비중 66%를 목표로 잡은 반면 미국에서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4종에서 8종으로 늘린다.

현대차그룹은 시장마다 다른 답을 내놓고 있다. 유럽에서는 전기차를 더 많이 팔고, 북미에서는 하이브리드를 강화한다.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느린 지역에서 무리하게 한쪽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수익성과 판매량을 함께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001 FR은 진정한 드라이빙 경험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개발된 슈퍼 왜건으로 럭셔리 모델이다. ⓒ 지커 코리아


자동차 사업 전체로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다. 문제는 전기차 점유율 경쟁이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하이브리드·EREV에 힘을 나눠 싣는 사이 BYD·지리·체리는 전기차와 PHEV를 앞세워 비중국 시장의 빈자리를 빠르게 채우고 있다. 

어느 전략이 더 옳은지를 지금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전기차 점유율 경쟁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확장 속도가 더 빨랐다는 숫자가 나왔다.

현대차그룹만의 현상도 아니다. 폭스바겐그룹과 테슬라 역시 판매량은 늘었지만 시장 성장률에는 미치지 못했다. 결국 8.1%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건 비중국 시장에서 누가 더 빠르게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느냐다.

신경 써야 할 건 누가 새로 커지는 시장을 가져가고 있느냐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축은 빠르게 중국 밖으로 퍼지고 있다. 올해 1~7월 비중국 시장 성장률 30.5%는 전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 6.3%를 크게 웃돌았다. 그런데 바로 그 시장에서 BYD·지리·체리의 성장률이 현대차그룹보다 높았다.

기아의 전용 콤팩트 SUV 전기차 EV3. ⓒ 기아


중국 업체들이 중국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제는 '나오기 시작했다'고 표현하기도 애매하다. 판매 숫자와 점유율에서 기존 글로벌 업체들의 자리를 실제로 가져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도 여기다. 판매량을 전년보다 몇 퍼센트 늘렸는지가 전부가 아니다.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커지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시장 성장보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지, 현지 생산과 가격 경쟁력·제품군을 얼마나 빨리 갖추는지가 중요해졌다.

24.8% 성장하고도 점유율을 잃었다. 현대차그룹이 못해서라기보다 경쟁의 속도가 달라졌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속도를 가장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이제 중국 안에만 있지 않다.

그들은 중국 밖에서 현대차그룹 바로 옆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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