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조선 왕실에서 태(胎)는 단순한 출생의 흔적을 넘어 왕실의 혈통과 탄생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중요한 대상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왕실 태실의 역사와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대구에서 열린다.

계명대 행소박물관 '태(胎), 왕실의 영원을 기리다' 특별전 포스터. ⓒ 계명대학교
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은 9월21일부터 11월7일까지 조선 왕실의 태실 문화를 주제로 한 특별전 '태(胎), 왕실의 영원을 기리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박물관협회의 '2026년 K-뮤지엄 지원사업'을 통해 부천시립박물관과 함께 마련했다.
전시의 핵심은 왕실 자녀의 태를 어떻게 보관하고 봉안했는지, 시대에 따라 태항아리와 태실이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를 실제 유물을 통해 보여주는 데 있다.
특히 대구·경북은 조선시대 전국에 조성된 태실 가운데 약 30%가 분포했던 지역이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바탕으로 대구·경북을 비롯해 경기지역의 태실 문화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관람객은 왕실 태실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최근 발굴된 신생옹주 태항아리를 비롯해 부천시립박물관 소장품, 단종 태지석과 분청사기 뚜껑, 단종 표준 영정 등이 공개된다. 지역 박물관이 보유한 태실 관련 유물도 함께 전시된다.
전시장에서는 태실을 단순히 유물 중심으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왕실의 탄생과 기록, 기억이라는 흐름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먼저 조선시대 왕실 태실의 분포를 살펴보면서 대구·경북과 경기지역에서 태실이 어떤 방식으로 조성됐는지를 소개한다.
이어 태를 담는 항아리의 형태와 봉안 절차, 시대별 제작 양식의 변화 등을 관련 유물과 영상자료를 통해 설명한다.
성종의 다섯째 딸 경숙옹주로 추정되는 왕녀 합환의 백자 태항아리와 태지석, 영조의 딸 화길옹주의 태항아리 등은 시대에 따른 태항아리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된다.
신생옹주 관련 유물도 눈길을 끈다. 부천 신생옹주묘역에서 출토된 백자 태항아리가 대구에서 처음 공개되면서 왕실 여성의 탄생과 태실 조성에 얽힌 문화적 의미를 보여준다.
단종을 둘러싼 역사적 기억도 이번 전시의 주요 내용 가운데 하나다.
단종의 태지석과 태항아리를 덮었던 분청사기 뚜껑, 성주 단종 아기태실 자료와 단종 표준 영정 등을 비롯해 영월 청령포와 장릉 관련 사진자료가 전시된다.
여기에 단종과 관련된 호장 엄흥도, 사육신 자료까지 더해 단종의 생애와 그를 둘러싼 역사적 기억을 연결했다.
단종의 태는 원손 시절 성주 선석산 세종대왕자 태실에 봉안된 뒤 성주 법림산으로 옮겨졌다. 이후 1458년 철거되면서 현재는 일부 석물만 남아 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금성대군 태지석, 화의군 도기 태항아리와 분청사기 대접·뚜껑, 영풍군 분청사기 뚜껑 등도 선보여 조선 왕실 태실의 다양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와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10월21일 이재완 예천박물관장이 '대구·경북의 태실 문화'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한다. 문화유적 답사 프로그램도 별도의 일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김권구 행소박물관장은 "대구·경북에는 조선 왕실 태실이 많이 남아 있어 지역의 역사와 태실 문화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며 "이번 전시가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던 관련 유물을 한자리에서 살펴보고 태실을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계명대 행소박물관은 1978년 대명캠퍼스에서 개관한 이후 2004년 성서캠퍼스로 이전했다. 그동안 대영박물관 대구전과 중국국보전, 헝가리 합스부르크왕가 보물전 등 국내외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다양한 전시를 개최했다.
박물관대학 강좌와 외국인 유학생 대상 체험 프로그램, 문화유적 답사 등 지역사회와 연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특별전 관람은 11월 7일까지 가능하다. 운영시간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공휴일에도 관람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