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K뷰티의 유럽 판매 확대가 물류 거점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 화장품 수출이 올해 상반기 북미를 처음 앞선 가운데 한진(002320)은 네덜란드에 이어 영국까지 풀필먼트 거점을 넓혔다. 현지 재고를 확보해 주문과 배송에 대응하는 구조를 만들면서 K뷰티 성장세를 물류 수요로 연결하는 전략이다.
한진은 지난 4월 영국 햄프셔주 사우샘프턴에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네덜란드 유럽 풀필먼트 센터에 이어 영국 거점을 추가하면서 유럽 현지 물류망도 두 축으로 확대됐다.
영국 거점 확대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K뷰티 수요가 자리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 58개국 대상 화장품 수출액은 15억9623만달러로 반기 기준 처음 북미 시장을 넘어섰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수출 규모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수출이 빠르게 늘면서 해외 판매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국내에서 주문 때마다 상품을 보내는 구조보다 현지에 일정 물량을 미리 확보한 뒤 주문에 맞춰 출고하는 방식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판매량이 늘수록 배송 속도와 재고 대응 능력이 고객 경험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기 때문이다.
한진이 영국 풀필먼트 센터를 4월부터 가동한 것도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센터는 현지 K뷰티 수요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고객사별 재고 보관과 B2B·B2C 출고를 맡는다.
특히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현지 재고 확보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진에 따르면 아마존과 틱톡 등 글로벌 플랫폼 프로모션을 비롯해 블랙 프라이데이와 영국의 박싱데이에 대비해 9월부터 입고 물량이 늘고 있다. 주요 성수기 판매량은 평시보다 최대 2~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수요 변동은 현지 풀필먼트 거점의 역할을 키운다. 판매가 짧은 기간 집중될 경우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고 주문 증가에 맞춰 출고량을 빠르게 늘릴 수 있어야 한다. 국내 출고에 의존하면 배송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현지 물류 역량이 판매 대응 속도를 좌우하게 된다.
한진은 네덜란드와 영국 센터를 각각 운영하면서 유럽 내 고객사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두 거점을 연계해 재고와 출고를 분산하면 특정 지역이나 판매 채널에서 수요가 급증할 때 대응 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
사업 범위도 창고 운영에 한정되지 않는다. 한진은 국내외 생산 거점에서 유럽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포워딩부터 현지 통관, 부가세·세무 신고 지원, 플랫폼별 포장·라벨링, 라스트마일 배송까지 하나의 물류 흐름으로 연결하고 있다.
이 구조는 유럽 진출 초기 기업에 특히 유용할 수 있다. 현지 물류망을 자체 구축하기 어려운 브랜드가 보관과 통관, 배송을 각각 따로 운영하는 부담을 줄이고 판매 확대에 맞춰 물류 규모를 조절할 수 있어서다.
K뷰티가 현재 영국 센터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한진이 겨냥하는 고객군은 더 넓다. 건강식품과 화학, 전자 등 유럽 진출을 준비하는 제조기업의 물류 문의도 증가하고 있다. K뷰티를 통해 확보한 현지 풀필먼트 운영 경험을 다른 산업군으로 확장할 여지도 생긴 셈이다.
한진 관계자는 "아마존, 틱톡 등 글로벌 플랫폼의 연말 프로모션과 블랙 프라이데이, 현지 최대 쇼핑 행사인 박싱데이 등에 대비해 9월부터 선제적으로 재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박싱데이를 포함한 주요 성수기 기간에는 판매량 기준 최대 2~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내 K-브랜드의 폭발적 성장에 발맞춰 글로벌 종합 물류 기업의 네트워크와 통합 물류 역량을 바탕으로 현지 맞춤형 원스톱 솔루션을 선제 구축했다"며 "발 빠른 현지 거점 확보와 유연한 물류 체계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의 유럽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한진 입장에서는 K뷰티 성장세가 해외 풀필먼트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요 기반이 되고 있다. 지난해 네덜란드, 올해 영국으로 이어진 거점 확충도 유럽 판매 증가에 맞춰 물류 인프라를 현지화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향후 관건은 두 거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계하고 K뷰티에 집중된 초기 수요를 다른 K브랜드와 제조업 고객으로 확장하느냐다. 유럽 현지 재고와 배송을 맡는 풀필먼트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한진의 역할도 국내 화물을 해외로 옮기는 운송사에서 현지 판매 운영까지 지원하는 통합 물류 사업자로 넓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