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위고비·마운자로'가 양분한 국내 비만약 시장에 이르면 10월 첫 국산 GLP-1 치료제가 가세한다.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의 출시가 이르면 다음 달로 다가오면서다. 여기에 HK이노엔과 JW중외제약도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하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비만치료제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이르면 10월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 한미약품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128940)은 이르면 10월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데 이어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으로 지정돼 현재 허가 심사가 진행 중이다.
에페는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주 1회 투여 GLP-1 수용체 작용제다. 국내 제약사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국내에서 상용화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장에서는 에페가 기존 글로벌 제품과 어떤 방식으로 경쟁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위고비와 마운자로에 비해 체중 감량 효과 자체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있지만, 한국인 대상 임상 데이터와 국내 생산 기반, 가격 경쟁력 등을 앞세워 차별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에페는 국내 비만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40주 중간 분석 기준 평균 체중이 9.75% 감소했다. 투여 환자의 79.42%가 5% 이상, 49.46%가 10% 이상 체중을 감량했으며 15% 이상 감소한 환자도 19.86%로 나타났다. 환자별 최대 체중 감소율은 30%였다.
다만 위고비·마운자로와 에페의 체중 감량 효과를 단순 수치로 비교하기에는 임상 설계와 평가 기간 등에 차이가 있다. 마운자로는 글로벌 임상에서 72주 기준 최대 20.9%, 위고비는 한국·일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68주 기준 13.2%의 평균 체중 감소율을 기록했다. 에페의 경우 40주 중간 결과인 만큼 직접적인 우열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한미약품이 강조하는 부분은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확보한 임상 데이터다. 특히 BMI 30㎏/㎡ 미만 여성 환자의 평균 체중 감소율은 12.20%로 전체 투여군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를 기반으로 고도비만 환자뿐 아니라 과체중 및 초기 비만 환자까지 치료 영역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가격 또한 국산 비만약의 경쟁력을 좌우할 요인이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비급여 의약품으로 환자가 약값을 전액 부담해야 하는 만큼 월 치료비가 시장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업계에서는 국내 생산이 가능한 에페가 기존 제품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구체적인 판매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를 망설이는 환자층을 공략할 여지가 있다.
나아가, 국산 비만치료제 경쟁은 한미약품에서 끝나지 않는다. HK이노엔(195940)은 주 1회 투여하는 비만치료제 '에크노글루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 환자 모집을 올해 초 마무리했다. 2024년 중국 사이윈드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후보물질로, 올해 말 또는 내년께 품목허가를 신청해 2028년 말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JW중외제약(001060)도 비만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회사는 이달 2주 1회 투여 방식의 '보팡글루타이드'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식약처에 신청했다. 지난 4월 중국 간앤리파마슈티컬스로부터 국내 개발권을 약 8110만달러(약 1130억원)에 도입한 물질이다. 비만 적응증 임상 3상은 2029년 3월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어 이르면 2030년께 제품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자체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도 국내 제약사들의 진입을 촉진하는 배경이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가 2024년 국내에 출시된 데 이어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가 지난해 가세하면서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7000억원까지 성장했다. 올해는 1조원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 확대와 함께 경쟁 구도 역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는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지만, 국산 제품들이 가격과 공급 안정성, 투약 편의성, 한국인 임상 데이터 등을 앞세워 차례로 진입하면서 환자 선택지가 다양해질 수 있어서다.
다만 국산 비만약이 시장에서 실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국산 1호'라는 상징성을 넘어야 한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체중 감량 효과와 안전성은 물론 환자가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가격, 안정적인 공급 능력, 투약 편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입증해야 기존 글로벌 제품과의 경쟁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