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산업재해라고 하면 흔히 일을 하던 중 발생한 사고를 떠올린다. 하지만 산재보험의 보호범위가 근로자가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순간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점심시간과 같은 휴게시간은 물론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점심시간에 사내 체육시설에서 운동하다 다친 경우는 어떨까. 한편 퇴근길에 교통법규를 위반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출퇴근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점심시간에 사내 운동시설에서 다쳤다면
지난 2023년 10월 한 근로자는 사업주가 제공하는 체육시설에서 점심시간에 탁구를 치다가 넘어져 손목이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됐다.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렇다고 이 시간에 발생한 모든 사고가 업무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회사가 근로자 복지를 위해 설치한 사내 체육시설을 통상적인 휴게시간에 이용하다 사고가 발생했다면 사업주의 지배·관리 범위 안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퇴근 이후 잔업 등의 사유가 아닌 개인적인 연유로 회사에 남아 헬스장을 이용하다 다쳤다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사내 헬스장에서 발생한 사고라도 언제, 어떤 목적으로 시설을 이용했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출퇴근길 교통사고, 내 잘못이라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는 출퇴근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 그런데 사고 발생 원인에 근로자 자신의 잘못이 있었다면 어떨까. 한 근로자가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던 중 횡단보도에서 보행자와 충돌했다. 보행자는 2~3개월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고, 근로자 역시 떨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쳤다.
이후 근로자는 근로복지공단에 출퇴근재해라며 산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도 당해 근로자가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보호 의무를 위반해 사고를 발생시킨 행위를 '범죄행위'로 보고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12대 중과실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은 무조건 산재가 부정될까
사고 발생에 근로자의 과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산재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산재보험은 누가 사고 발생에 있어 더 잘못했는지를 따져 보상하는 제도가 아니다. 다만 산재보험법은 근로자의 범죄행위 등이 원인이 돼 발생한 부상이나 사망 등을 업무상 재해에서 제외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의 사고는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 의무'를 위반한 이른바 '12대 중과실 교통사고'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출퇴근 중 신호위반이나 중앙선 침범 등 12대 중과실 교통사고를 일으켰다면 무조건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것일까.
12대 중과실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산재가 아니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어떤 법규를 위반 했는지 뿐만 아니라 그 위반행위의 경위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업무상 재해는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순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업무에서 잠시 벗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다. 출퇴근 역시 업무를 위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시간이지 직접적인 업무수행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그 시간에 발생한 사고가 모두 산재보험의 보호 밖에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회사 점심시간 중 다쳤다고, 출퇴근 중 사고가 났다고 모두 산재인 것도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언제, 어디서 다쳤는가' 보다도 '어떤 상황에서, 왜 사고가 발생했는가(경위)'다.
근로자의 업무와 일상 사이에는 명확한 선 하나를 그어놓기 어려운 영역이 존재한다. 사고가 근로관계와 어떠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 판단해야 한다.
즉 산재보험법의 보호범위는 출근과 퇴근이라는 '시간', 회사 안과 밖이라는 '장소'만으로 선을 그을 수 없다. 그 경계에 놓인 사고일수록 중요한 것은 사고가 발생한 시간과 장소가 아니라, 업무와 사고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존재하는가이다.

허종화 노무법인 소망 부대표노무사
現 대한진폐재해자보호협회 자문노무사
前 강북노동자복지관 노동법률상담위원
前 서울외국인주민지원센터 전문상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