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수도권과 광역시 중심의 대규모 미술관·박물관으로 문화 인프라가 쏠리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지리산 자락의 작은 기초지자체 공립 박물관이 연이은 성과를 내며 전국 문화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산청박물관 무료관람 프로젝트 시즌Ⅱ 선정. ⓒ 산청군
경남 산청박물관은 KB금융그룹과 사단법인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KB×전국 박물관·미술관 무료 관람 프로젝트 시즌Ⅱ' 대상 기관으로 최종 선정됐다.
사업이 처음 첫발을 뗀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를 거쳐 이번 시즌Ⅱ까지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3회 연속 이름을 올린 쾌거다.
수도권이나 광역시에 위치한 대형 국공립 기관에 비해 지리적 접근성과 예산 규모 면에서 절대적인 열세에 놓인 군(郡) 단위 공립 박물관으로서는 이례적인 결실이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 실태 조사 등에 따르면 전국 등록 박물관·미술관의 절반 가까이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지방 소도시 주민들은 문화예술 향유를 위해 왕복 수 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문화 소외'를 겪고 있다.
더욱이 인구 감소와 재정 자립도 저하를 겪는 기초지자체 공립 시설들은 상설 전시 외에 자체 기획전이나 체험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가기조차 버거운 것이 전국적인 현실이다.
이에 따라 산청박물관의 3회 연속 프로젝트 선정은 민간기업의 사회공헌(메세나) 기금을 효과적으로 유치해 관람객 유입은 물론 지역문화 소외를 극복해 낸 선도적 사례라는 평가다.
선정의 결정적 배경에는 지역 고유의 역사 자산을 현대적 체험으로 풀어낸 기획력이 자리한다. 산청박물관은 2027년 2월까지 역사 체험 프로그램인 '1919 파리로 가는 길'을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프로그램은 산청이 낳은 대표적 유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면우(俛宇) 곽종석(1846~1919) 선생과, 일제의 침탈을 세계만방에 폭로했던 '파리장서'가 있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파리장서와 현존 최고(最古) 태극기 중 하나인 보물 '데니 태극기'의 역사적 배경을 배운 뒤, 이를 상징 문양으로 응용한 '나만의 여권 파우치'를 직접 제작한다.
100여년 전 세계 평화 회의에 조국의 독립과 평등을 청원하고자 먼 길을 떠났던 선열들의 발자취를 오늘날 누구나 들고 다니는 여권 파우치라는 생활 소품에 투영해 감성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박물관학 교수는 "대다수 지역 공립 박물관이 관람객 부족과 예산난이라는 악순환에 빠져 박제된 공간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산청박물관은 지역의 인물과 역사라는 고유한 스토리텔링을 발굴해 대기업 플랫폼의 메세나 사업과 영리하게 결합시킴으로써, 대도시 박물관이 흉내 낼 수 없는 차별화된 문화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지역 활성화 전문가는 "문화 소외 지역에서 관람료 무료화는 단순히 비용을 덜어 주는 복지를 넘어 외지 관람객의 발길을 지역으로 돌려 생활 인구를 늘리는 핵심 유인책이 된다"며 "지역민에게는 고향의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 주고, 외지인에게는 산청이라는 지역을 깊이 각인시키는 모범적인 상생 구조"라고 말했다.
산청박물관 관계자는 "100여 년 전 파리장서에 온전히 담겼던 자주독립과 평등의 숭고한 가치를 일상에서 되새겨보고자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전국의 많은 시민들이 박물관을 찾아 살아 숨 쉬는 산청의 역사를 만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체험 참여를 원하는 국민은 누구나 모바일 'KB국민스타뱅킹' 애플리케이션 내 '박물관·미술관 무료 관람' 창구에서 산청박물관을 선택해 무료 쿠폰을 발급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