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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댈 곳은 법원 뿐”…공정위 상대 소송 나선 한화 직원 '눈물의 호소'

"영장 없이 문자 열람"…공정위 '강압조사 논란' 일파만파

조택영 기자 | cty@newsprime.co.kr | 2026.09.10 17:58:31
[프라임경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한화그룹 현장조사 과정에서 내린 자료제출명령의 효력을 법원이 정지했다. 강압적이고 위법한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됐다는 논란 확산에도 공정위는 법원이 조사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판단을 내린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공정위가 논란의 현장 조사를 벌인 데 대해 법원이 사실상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한화와 직원 A씨가 공정위를 상대로 "자료제출 명령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지난 9일 인용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31일까지 공정위 자료제출 명령의 효력은 정지된 상태다.

법원이 공정위의 자료제출명령을 정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6월 말~7월 초 공정위는 한화그룹 계열사 간 브랜드(상표권) 사용료에 대한 부당한 내부거래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고자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공정거래위원회. ⓒ 연합뉴스


◆조사 방식 문제 제기 이후 지속적인 강압

양측이 법정까지 가게 된 것은 공정위가 지난 7월 한화의 브랜드 사용료 내부거래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휴대전화 조사 논란 때문이다. 당시 조사관은 A씨에게 외부 회계법인 담당자의 연락처를 검색하도록 한 뒤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겠다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문자 화면을 보여주자 조사관이 휴대전화에 직접 손을 대 “맨 위로 올라갈게요”라고 말하며 화면을 스크롤했고, 10여분간 문자 내용을 확인했다는 게 A씨 측의 주장이다. 현장에 있던 변호인이 조사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열람은 계속됐다고도 했다.

또한 휴대전화 보관 과정에서도 강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휴대전화를 두고 가지 않으면 퇴근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결국 기기를 조사실에 남겨둔 채 귀가했다고 진술했다. 당시에는 어린 아들이 집에서 A씨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어 동료에게 교통카드를 빌려 퇴근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휴대전화 조사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한 A씨가 문자메시지 제출을 거부하자 공정위는 해당 메시지의 캡처본을 저장한 USB를 제출하도록 별도의 자료제출명령을 내렸다. 한화와 A씨는 위법한 조사로 확인한 자료를 다시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것 역시 부당하다며 법원에 판단을 구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지난 3일 법정에서 개인이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조사 과정에서 겪은 일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 소송에 나섰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씨는 “저는 정말 평범한 회사 직원”이라며 “제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이제 법원의 준엄한 판단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호소했다.

◆법원, 자료제출명령 효력 정지 '초강수'

법원은 자료제출명령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 결정은 공정위 현장조사의 위법성 자체를 최종 판단한 것은 아니다.

한화와 A씨는 공정위의 자료제출 명령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본안 소송도 냈다. 첫 기일은 내달 29일로 잡혔다.

한화 관계자는 "적법하게 진행되는 공정위 조사에는 최대한 성실하게 협조할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공정위는 "법원의 결정은 조사 절차상의 위법성에 대한 판단이 아니다. 자료제출명령의 적법성은 본안 소송에서 판단할 예정이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현장조사를 진행했으며, 강압 조사는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법원이 공정위 조사의 문제점을 인식,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편 현장조사 등의 충격으로 A씨는 휴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앞서 법정에서 "회사원에 불과한 힘없는 개인이라 힘들었지만, 공정위의 위법을 수수방관할 수 없어 용기를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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