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조규일 진주시장이 정부세종청사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국무총리실에 앞 도로에서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진주로!'라는 피켓을 들었다.

조규일 진주시장이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진주시
지난 7일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해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힌 지 이틀만에 결행된 전격적인 1인 시위였다.
지방자치단체장이 폭염의 아스팔트 위에서 직접 피켓을 들고 나선 배경에는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를 넘어,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개편 과정에서 지역의 미래 동력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감 때문이다.
이번 시위는 표면적으로 단일 법인으로 출범할 '(가칭)한국발전' 본사 유치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기능 분리 재검토'라는 두 축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전국 지자체 간의 치열한 수 싸움과 혁신도시 존립을 둘러싼 복합적인 방정식이 얽혀 있다.
현재 발전 5사(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통합 법인은 약 1800명의 대규모 인력이 상주하는 거대 에너지 공기업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존 발전사 본사를 품고 있던 경남 진주(남동발전), 충남 보령(중부발전)과 태안(서부발전), 부산(남부발전), 울산(동서발전)은 물론 한국전력 본사가 위치한 전남 나주까지 가세하며 전국적인 유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권역별 명분 싸움도 치열하다. 충청권은 전국 화력발전소 폐지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고 있는 지역인 만큼, 고용 위기 극복과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차원에서 본사가 반드시 충남으로 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전남 나주는 한전 본사 및 한전KDN 등 기존 전력 그룹사와의 연계 집적도를 최대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경쟁 구도 속에서 진주시가 꺼내 든 핵심 논리는 '즉시성과 경제성'이다. 진주는 영호남 주요 발전 설비 거점에서 1시간대 이동이 가능한 지리적 결절점에 위치해 있다.
무엇보다 충무공동 혁신도시 내 남동발전의 기존 사옥과 시설을 즉각 흡수·활용할 수 있고, 이미 본사 신·증축을 위한 유휴 부지까지 확보돼 있어 천문학적인 청사 신축 비용과 초기 행정 혼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기에 경상국립대의 에너지 연구 역량과 두산에너빌리티, 효성중공업 등 인근 동남권 원전·가스터빈·신재생에너지 제조 벨트와의 밀접한 산학연 시너지는 타 시·도가 쉽게 흉내 내기 어려운 현실적 강점으로 꼽힌다.
진주시가 이처럼 강수를 두는 데는 LH 기능 분리 이슈로 인해 지역민심이 극도로 민감해진 영향도 크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LH를 기능별로 분리하더라도 두 신설 법인의 본사를 모두 진주에 잔류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조직 쪼개기에 따른 위상 위축과 장기적인 인력 유출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자칫 LH 기능 분리와 발전사 통합 과정에서 진주혁신도시가 '빈껍데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역사회의 불안감이 두달 만에 10만명이 넘는 시민 서명 운동과 시장의 세종청사 직행이라는 초강수로 이어진 셈이다.
공공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유치전이 정부 균형발전 정책의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계획 전문가는 "기존 1차 공공기관 이전으로 구축된 혁신도시의 생태계를 허물고 또다시 백지상태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청사를 새로 짓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며 "이미 안착한 거점 인프라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느냐가 정책 결정의 첫 번째 잣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경제 전문가 역시 "탈석탄과 신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기술적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통합 발전사의 입지는 단순한 정치적 배려가 아닌 제조업 생태계와의 산업적 연계성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며 "영호남 산업 벨트의 중심에서 제조 기업들과 실시간 협업이 가능한 입지 조건이 중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발전공기업 통합본사의 입지 선정은 객관적인 기준과 공정한 절차에 따라 에너지산업의 미래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결정돼야 하는 만큼 정부의 현명한 결단을 바란다"며 "LH 기능 분리도 정부 차원에서 반드시 재검토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이번 1인 시위를 기점으로 국회와 국무총리실,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정부 핵심 부처를 전방위로 압박하며 10만 진주시민의 뜻이 담긴 서명부를 전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