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0%에 불과한 여러 단체들이 각각 협의를 요구하면 가맹본부는 어떤 단체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겠습니까?"

나명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 이인영 기자
나명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이 가맹점주단체 협의요청권 시행을 앞두고 단체의 대표성 문제를 제기했다. 점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소수 단체가 서로 다른 요구를 제기하면 실질적인 협의보다 분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8일 서울 여의도 협회 교육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와 협의요청권에 관한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고시 제정안의 전면 보완을 촉구했다.
협회 설명에 따르면 오는 12월31일 시행 예정인 제도는 일정 요건을 갖춰 등록한 점주단체가 거래조건 등에 관한 협의를 요청하면 가맹본부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응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기존에도 점주단체 구성과 협의 요청은 가능했지만, 등록단체의 적법한 요청을 거부한 본부에 시정조치 등 제재를 할 수 있도록 실효성을 높인 것이 핵심이다.
이날 협회가 가장 강하게 문제 삼은 부분은 단체 등록요건이다. 지난달 3일 예고된 안은 전체 가맹점사업자의 10% 이상이면서 최소 30명이 가입하거나, 가입자 수가 1000명 이상이면 단체를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협회는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장 간담회에서 논의한 정부 초안의 기본 가입비율이 30%였으나, 예고안에서는 충분한 설명 없이 10%로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나 회장은 "가맹점이 1000곳인 브랜드에서 100명의 단체는 가격을 올려 달라고 하고, 다른 100명의 단체는 가격을 유지해 달라고 할 수 있다"며 "나머지 수백 명의 의견은 누가 대표하고, 어느 요구를 전체 매장에 적용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협회는 기본 등록비율을 30~40%로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10% 기준을 유지한다면 대표단체 중심의 협의창구 단일화와 협의 결과의 전체 적용 절차를 마련하거나, 협의 요청 시 전체 점주의 40% 이상 동의를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고안에는 가입비율이 30%에 미치지 못하는 단체가 미가입 점주의 의견을 사전에 수렴하는 절차도 담겼다. 다만 협회는 의견을 모아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단체에 협상 권한을 부여하거나 다수 점주의 동의를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질의응답에서는 '협의할 의무'와 '합의할 의무'를 구분해야 한다는 질문이 나왔다. 제도가 본부에 점주단체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아닌데, 협회가 합의와 전체 적용을 전제로 대표성을 판단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다.
이에 김상훈 협회 사무총장은 "합의는 안 해도 되니 협의만 하라는 것이 형식적으로 이야기를 듣는 데 그친다면 과연 동반 상생의 취지에 맞는 것인가"라며 "본사 입장에서는 합의가 되는 방향으로 협의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협의 기회를 보장하는 단계에서 필요한 대표성과, 합의 내용을 전체 점주에게 적용할 때 필요한 대표성을 어떻게 설정할지가 쟁점으로 드러난 대목이다. 협회는 지속적인 거래관계에서 협의와 합의를 분리하기 어렵고, 소수 단체와 합의하더라도 다른 점주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규모 브랜드의 제도 이용을 가로막는 '최소 30명' 요건에 대해서는 조건부 대안도 제시했다. 현 예고안에서는 전체 가맹점사업자가 30명 미만인 브랜드의 점주단체는 가입비율과 관계없이 등록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
협회는 등록비율을 충분히 높인다면 최소 인원 하한을 없애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일반 브랜드는 30~40%, 가맹점 100개 미만 브랜드는 50% 수준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김 사무총장은 "10개의 가맹점이 있다면 최소한 5개 정도의 가맹점주들이 의견을 모아주면 전체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것이 저희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협의 대상의 범위도 주요 쟁점으로 거론됐다. 협회는 가맹계약서 법정 기재사항 전반과 광고·판촉 관련 사항을 협의 대상으로 삼으면 가맹금, 영업지역, 필수품목 공급가격과 산정방식 등 본부의 핵심 경영사항까지 반복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브랜드의 통일성이나 본질을 훼손하는 요구, 부당한 경영 간섭 등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더라도 본부와 점주의 판단이 엇갈리면 실제 협의 거부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나 회장은 "영업지역, 차액가맹금, 필수품목 종류와 가격, 공급가 산정방식 등 가맹본부의 핵심 전략까지 협의대상이 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기업과 브랜드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 항목은 점주의 비용과 수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거래조건이다. 본부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할 범위와 점주가 협의를 요청할 수 있는 범위를 어디에서 나눌지가 향후 논의의 핵심으로 남는다.
협회는 외부 대리인의 참여 범위와 반복 협의에 따른 부담도 지적했다. 외부인 참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불가피한 경우 대리권과 계약관계가 확인되는 변호사로 한정하고 영업비밀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협의 재요청 제한기간은 동일 주제의 경우 현 예고안의 180일에서 1년으로, 별개 주제는 60일에서 90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체 가맹점사업자가 100명 미만인 경우에는 별개 주제의 제한기간을 90일에서 120일로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본부의 불공정행위를 줄이기 위한 자정책으로는 상생·윤리 인증과 최고경영자 교육, 문제가 발생한 업체에 대한 인증 철회 등을 제시했다.
협회는 오는 11일 예정된 공정거래위원장 간담회에서 업계 의견을 전달하고 정부와 국회에 제도 보완을 건의할 계획이다.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나 회장은 "소수의 목소리뿐 아니라 말없이 생업에 전념하는 다수 점주의 권리도 함께 보호해야 제도의 안착이 가능하다"며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만드는 데 끝까지 책임 있게 참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