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충남 논산의 미래를 보고 싶다면 거창한 청사진보다 도로를 먼저 봐야 한다. 어디로 길이 뚫리고, 어디와 연결되며, 그 길을 통해 사람과 기업과 물류가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보면 한 도시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있다.
지난달 국도 1호선 대체우회도로 건설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논산의 교통망 확충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사업은 은진사거리에서 마구평삼거리까지 6.5㎞ 구간에 왕복 4차로를 새로 건설하는 것으로, 총사업비만 2822억원에 달한다.
오랫동안 논산 도심을 남북으로 관통해 온 국도 1호선의 교통 기능을 외곽으로 분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히 차량이 다니는 도로 하나가 더 생기는 것이 아니다. 도심의 교통 흐름을 바꾸고 산업과 관광의 이동 경로를 바꾸며, 궁극적으로 논산의 도시공간을 다시 그리는 사업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이 도로가 독립된 교통망이 아니라는 점이다. 논산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길이 열리고 있다. 벌곡면 주민들의 오랜 숙원인 황룡재 터널이다.
황룡재 터널은 연산면 연산리와 벌곡면 한삼천리를 연결하는 지방도 691호선에 약 0.9㎞ 규모의 터널을 건설하고 교량 등 도로시설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488억원 규모로, 2030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의 추진 과정에는 백성현 논산시장의 지속적인 건의와 노력이 있었다.
백 시장은 취임 이후 황룡재 구간의 지방도 승격과 터널 건설 필요성을 충남도에 꾸준히 건의했다. 급경사와 급커브, 안개와 결빙 등으로 교통안전에 취약했던 구간을 개선하고 논산에서 벌곡은 물론 계룡·금산·대전 서구로 이어지는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판단이었다.
그 결과 2023년 시도 20호선은 지방도 691호선으로 승격됐다. 지방도 승격은 충남도가 사업을 직접 시행·관리할 수 있는 행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황룡재 터널 사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백 시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해 충남도에 실시설계와 토지 보상을 병행해 사업기간을 단축하고 조기 착공에 나설 것을 건의했다. 충남도 역시 당시 보상 협의와 착공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했다.
올해 6월 열린 논산·계룡·금산 권역 타운홀미팅에서도 황룡재 터널의 조속한 추진이 지역 현안으로 제기됐다. 이는 황룡재 터널이 특정 지역만을 위한 도로가 아니라 논산과 계룡·금산·대전권을 연결하며 인접 생활권 전체의 이동 편의를 높이는 기반시설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 국도 1호선 대체우회도로와 황룡재 터널을 따로 볼 이유가 없다. 하나는 논산 도심의 남북 교통을 외곽으로 분산시키고, 다른 하나는 연산에서 벌곡을 거쳐 계룡·금산·대전권으로 이어지는 접근성을 개선한다.
두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논산은 도심을 중심으로 차량이 집중되는 도시에서 벗어나 주변 도시와 기능적으로 연결되는 광역 교통거점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도로의 끝에서 시작될 변화다.
논산은 국방국가산업단지와 방산혁신클러스터, 국방미래기술연구센터 등 국방산업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농업과 관광이라는 기존 산업도 있다. 산업단지에 기업이 들어오고 관광객이 찾아오려면 결국 사람과 물류가 움직일 수 있는 길이 필요하다.
국도 1호선 대체우회도로가 도심의 교통 부담을 덜어내는 길이라면 황룡재 터널은 논산의 동쪽 생활권을 넓히는 길이다. 두 도로가 맞물릴 때 논산의 교통망은 단순한 '도로망'을 넘어 산업과 관광, 정주를 연결하는 성장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 다만 예비타당성조사 통과와 설계 착수만으로 도시의 미래가 저절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설계와 보상, 착공, 준공까지 행정절차를 얼마나 속도감 있게 이어가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황룡재 터널은 오랜 기간 지역민들이 기다려온 숙원사업인 만큼 계획이 흔들리지 않고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 여기에 최근 백성현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판결이 지역사회의 또 다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백 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현재는 1심 판결에 불과한 만큼 향후 항소심 등 법적 절차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재판 결과와 별개로 논산의 주요 현안과 숙원사업이 정치적·행정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국도 1호선 대체우회도로와 황룡재 터널을 비롯해 논산이 추진하는 각종 산업·관광·정주사업은 어느 한 사람의 임기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과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시정의 연속성과 행정의 안정성이 중요한 이유다.
백 시장 역시 재판이라는 변수를 떠나 시민들이 바라는 숙원사업과 주요 현안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더욱 촘촘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중앙정부와 충남도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사업별 추진 상황을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리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다.
논산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정치적 논란이 아니라 변화다. 도로가 제때 놓이고, 기업이 들어오고, 관광객이 찾아오며, 시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길은 도시를 바꾼다.
논산의 국도 1호선 대체우회도로와 황룡재 터널이 계획대로 완성된다면 논산은 도심 교통체증을 덜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계룡·금산·대전과의 생활·산업권을 넓히며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제 논산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길이 생긴다'는 기대가 아니다. 그 길 위에 산업과 일자리, 사람과 관광을 어떻게 채워 넣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그 전략이 정치적 상황이나 행정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논산의 또 다른 과제다.
도로가 열리는 순간 논산의 새로운 지도가 시작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길을 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길이 논산의 미래로 이어지도록 끝까지 완성하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