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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닭부터 밥까지…하림, '종합식품' 퍼즐 맞춘다

퍼스트키친 생산시설·물류센터서 신선함 유지…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푸드 트라이앵글' 구축

김은수 기자 | kes@newsprime.co.kr | 2026.09.04 17:08:52
[프라임경제] "식품의 경쟁력은 결국 맛이고, 최고의 맛은 가장 신선한 식재료에서 나옵니다."

지난 3일 전북 익산 하림산업 '퍼스트키친'. 하림(136480)이 이날 생산시설 곳곳에서 강조한 단어는 '신선함'이었다. 닭고기뿐만 아니라 즉석밥과 라면, 만두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 하림이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경쟁력으로 신선함을 내세웠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하림은 원재료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식품 생산과 포장, 물류까지 이어지는 동선을 하나로 묶었다. 닭고기 회사로 출발해 축적한 원재료 경쟁력에 식품 제조와 물류 역량을 더해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약 3만6000평 규모의 퍼스트키친은 이를 보여주는 핵심 거점이다. 부지 안에는 라면을 생산하는 K3와 즉석밥을 만드는 K2, 육수·만두·HMR 등을 생산하는 K1이 자리하고 있다. 각 생산시설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중앙에 위치한 풀필먼트 물류센터와 컨베이어벨트로 연결된다.

퍼스트키친 부지 안에는 라면을 생산하는 K3와 즉석밥을 만드는 K2, 육수·만두 등을 생산하는 K1이 자리하고 있다. = 김은수 기자


가장 먼저 찾은 K3에서는 라면 생산이 한창이었다. 반죽과 제면, 증숙, 냉각을 거친 면이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했다.

하림 라면의 특징은 육수다. 사골과 닭뼈 등을 장시간 고아 만든 육수를 면 반죽에 넣고, 이를 다시 농축해 액상소스에도 활용한다. 건면은 기름에 튀기는 대신 뜨거운 바람을 이용한 건조 방식을 적용했다.

이어 들어간 K2에서는 즉석밥 제조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갓 도정한 쌀 가운데 깨지거나 변색된 쌀은 레이저 선별기를 통해 걸러내고 온전한 쌀알만 사용한다.

하림은 산도조절제 등 식품첨가물 없이 쌀과 물만으로 즉석밥을 만든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NASA Class 100 수준'으로 관리하는 클린룸이다.

특히 밥을 밀봉하는 실링 공정뿐만 아니라 쌀에 물을 붓는 가수 공정부터 클린룸을 적용한다. 내부 압력을 외부보다 높게 유지하고 필터를 거친 공기를 공급해 외부 오염물질 유입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하림 관계자는 "쌀과 물만으로 밥을 지어도 12개월간 상온에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안전 마진 2개월을 두고 소비기한을 10개월로 운영해도 타사 제품보다 소비기한이 1개월 더 길다"고 설명했다.

K1으로 이동하자 볶음밥과 만두, 튀김류 등 품목이 한층 다양해졌다.

만두에 사용하는 채소는 원물 상태로 들여와 공장에서 직접 손질하고 입고 후 12시간 안에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돼지고기도 냉동육 대신 냉장육을 사용한다. 만두소와 만두피에는 물 대신 닭 육수를 넣어 풍미를 높였다.

하림이 닭고기 사업에서 축적한 원재료 경쟁력을 가공식품으로 확장하는 대목이다. 공장 한쪽에서는 사골과 닭뼈 등을 약 20시간 끓여 육수를 만들고 있었다. 이렇게 생산한 육수는 라면 액상소스부터 만두와 각종 HMR까지 퍼스트키친에서 생산하는 여러 식품의 기반이 된다.

하림은 산도조절제 등 식품첨가물 없이 쌀과 물만으로 즉석밥을 만든다. = 김은수 기자


퍼스트키친의 특징은 생산공장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K1~K3에서 생산을 마친 제품은 외부 트럭에 실리지 않는다. 각 공장과 물류센터 사이에 설치된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중앙 풀필먼트센터 'FBH(Fulfillment By Harim)'로 곧바로 이동한다.

일반적인 식품 유통에서는 생산된 제품을 팔레트에 쌓아 차량으로 물류센터까지 운송한 뒤 다시 하역하고 분류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상온 노출과 포장·재포장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하림은 생산시설과 물류센터를 한 공간에 연결해 이 과정을 줄였다.

물류센터에서는 주문 정보를 기반으로 배송에 적합한 박스를 자동 선정한다. 5층에서 준비된 포장재가 4층으로 내려가 상온 제품을 담고, 3층에서 냉장·냉동 제품을 추가한 뒤 1층 출하장으로 이동하는 구조다.

상온·냉장·냉동 제품을 한 박스에 담을 수 있도록 내부 공간을 분리한 전용 멀티박스도 자체 개발했다. 아이스박스와 완충재, 아이스팩을 만드는 시설 역시 물류센터 인근에 뒀다.

하림 관계자는 "제품이 만들어진 뒤 여러 물류센터를 거치면 하역과 재포장이 반복되고 그 과정에서 신선함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생산과 물류를 직접 연결해 그 단계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자체 식품 플랫폼 '오드그로서'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잇는 D2C 구조도 확대하고 있다. 생산부터 물류, 소비자 배송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고리를 직접 확보하려는 것이다.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에서는 하림 식품사업의 출발점인 닭고기 생산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김은수 기자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에서는 하림 식품사업의 출발점인 닭고기 생산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농장에서 들어온 닭은 조도와 온도, 습도를 관리하는 계류장에서 약 4시간 휴식을 취한 뒤 도계 과정에 들어간다.

하림은 전기 충격 대신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는 '가스 스터닝' 방식을 사용한다. 이후 방혈과 탈모를 거치고 사후경직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전기 자극 과정인 '스티뮬레이션'이 이어진다.

신선도를 좌우하는 핵심 공정은 '에어칠링'이다.

여러 마리의 닭을 차가운 물에 함께 넣어 식히는 대신 한 마리씩 걸어 찬 공기로 냉각한다. 약 7㎞에 달하는 구간을 3시간20분가량 이동하면서 닭의 온도를 약 41℃에서 2℃까지 낮춘다.

이후 가공 작업장은 8℃ 이하로 관리하고 포장한 닭고기는 영하 25℃에서 약 40분간 추가 냉각한다. 출고 과정에서도 0~1℃ 수준을 유지한다.

하림은 평시 하루 약 60만~70만마리의 닭을 처리하며 초복·중복·말복 등 여름 성수기에는 하루 약 120만마리까지 늘어난다.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와 가공공장이 인접한 것도 하림이 강조하는 경쟁력이다. 갓 도계한 닭을 별도의 장거리 운송 없이 육가공 제품이나 퍼스트키친의 식재료로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림 관계자는 "신선공장과 가공공장이 가까이 붙어 있어 갓 잡은 닭고기를 바로 가공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며 "삼계탕 역시 도계 후 24시간 이내 가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 3만6000평 규모의 퍼스트키친은 하림의 종합식품기업 전환 핵심 거점이다. = 김은수 기자


하림이 이처럼 익산에 생산과 물류 역량을 집중하는 배경에는 '종합식품기업'으로의 전환 전략이 자리한다.

하림은 닭고기라는 기존 사업에서 멈추지 않고 라면과 즉석밥, 만두, 국·탕·찌개, 냉동식품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닭고기 사업에서 확보한 원재료와 육수 경쟁력을 가공식품으로 연결하고, 다시 자체 물류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까지 전달하는 구조다.

여기에 익산 왕궁면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육가공 전문 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하림 측은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퍼스트키친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 새 육가공 공장을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하림은 이를 '푸드 트라이앵글'로 보고 있다.

익산을 선택한 것도 식품사업과 무관하지 않다. 호남평야를 중심으로 농축산물 원재료를 확보하기 쉽고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식품·농업 연구 인프라가 인근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하림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단순한 공장 증설이 아니다. 닭고기에서 시작한 원재료 경쟁력에 가공식품 제조와 물류, D2C까지 붙여 하나의 식품 밸류체인을 만드는 것이다.

대규모 투자로 구축한 생산·물류시설을 실제 식품사업 성장과 수익성으로 연결하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다. 하림도 그간을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투자 단계로 보고, 향후 시설 안정화와 함께 사업성을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하림 관계자는 "원재료는 우리가 모두 통제할 수 없지만 식품의 품질은 높일 수 있다"며 "가격만으로 글로벌 식품기업과 경쟁하기보다는 가장 신선한 식재료로 최고의 맛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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