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소멸 위험 지수가 날로 높아지는 농어촌 지자체마다 '기업 유치'를 외치지만, 실상은 빈 산업단지와 조기 철수라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기 일쑤다.
수도권이나 대도시권에 비해 교통 인프라와 배후 소비 시장이 취약한 농촌 환경에서 단순 보조금을 미끼로 외지 대기업을 끌어오려는 전략이 뚜렷한 한계를 드러낸 탓이다.

하동군과 중진공이 현장 간담회를 실시하고 있다. ⓒ 하동군
이러한 상황에서 경남 하동군이 기존의 '외부 유치 중심' 방식을 벗어나, 흙탕물을 털고 묵묵히 버텨온 관내 기업을 중견급으로 키워내는 '내생적 자생 모델'로 정책의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
민선 9기 핵심 경제 비전으로 '연 매출 100억원 이상 강소기업 100개 육성'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현장 실행에 들어갔다.
하동군은 진교면사무소에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관계자 및 관내 8개 중소기업 대표들과 합동 간담회를 열었다.

김현수 하동군수가 관내 중소기업을 방문하고 있다. ⓒ 하동군
책상 위에서 수립된 탁상공론식 지원책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기존 지자체들의 관례를 깨고, 군수와 전문 지원기관이 기업현장을 직접 찾아 고질적인 인력 부족과 금융 갈증의 실질적 탈출구를 논의했다.
현재 전국 대다수 농어촌 지자체는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구인난을 '외국인 계절근로자 단기 공급'이나 '단발성 인건비 보조'로 때우는 데 그치고 있다.
충북 옥천군이나 전남 곡성군 등 인근 소멸위험 시·군 역시 청년 고용 지원을 펴고 있으나, 1~2년의 지원 기간이 끝나면 숙련공이 다시 대도시로 유출되는 악순환을 끊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동군은 이 같은 구조적 맹점을 파고들었다. 기존에 운영해 온 대출 이자 보전 및 신규 채용 인건비 지원 등 '5대 기업 지원사업'에 머무르지 않고, 2027년 시행을 목표로 '하동형 근속지원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자리를 찾아온 노동자가 단기 체류자에 머물지 않고 지역에 정착해 장기근속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실질적인 보상을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여기 더해 개별 영세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연구개발(R&D)과 판로 개척의 벽을 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공모로 선정된 '시군구 연고산업 육성사업'을 2027년부터 맞물려 가동한다.
시제품 제작부터 브랜드화, 전국 단위 유통망 확보까지 기업성장의 단계별 장애물을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함께 걷어내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현장의 목소리를 군정에 제도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장치도 마련한다. 군은 관내 전 산업군을 아우르는 소통 창구인 '(가칭)하동군 상공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기존 관변 단체 형태의 상공회의소 모델과 달리, 소상공인과 제조업, 농식품 가공업 등 지역 경제 주체들이 행정과 대등하게 머리를 맞대는 상시 거버넌스 형태로 꾸려질 계획이다.
지역산업 전문가들은 하동군의 이번 행보를 '현실적이고 진 진보된 소멸 대응책'으로 평가했다.
산업연구원과 농촌경제연구원의 지역균형발전 전문가들은 "소멸 위험 시·군이 대기업 유치라는 신기루에 매달려 막대한 토목 예산을 낭비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지역 자원과 연계된 향토 기업이 매출 100억원 규모의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때 비로소 양질의 정주형 일자리가 생기고 청년층의 유출 방어벽이 형성된다"고 분석했다.
결국 성공의 열쇠는 기초지자체의 재정 한계를 극복할 중앙 부처와의 협업에 달렸다. 김현수 하동군수 역시 간담회에서 군 단위 자체 재정만으로는 파급력에 한계가 있음을 직시하고, 중진공을 비롯한 중앙 전문기관과의 정책·자금 연계 패키지를 강력히 주문했다.
김현수 하동군수는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생기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어야 청년이 머물며 지역 사회 전체가 온기를 되찾는다"며 "지역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와 애로를 현장에서 즉각 허물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완성해 하동을 떠나지 않고도 성공하는 강소기업 육성의 표준 모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농촌 지자체의 고질적 한계인 인력난과 자금난 속에서, 기업의 문턱을 직접 넘나들며 '100억 기업 100개'의 토양을 다지기 시작한 하동의 현장 밀착형 실험이 지역소멸의 강력한 대안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