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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의 36년 한(恨), 또 정치인의 '김칫국'으로 끝났나

36년의 숙원인 목포대 의대 좌절된 날, 지역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나광운 기자 | nku@newsprime.co.kr | 2026.09.03 09:22:30
[프라임경제] 전남광주 서부권 시민들이 36년 동안 품어온 목포대학교 의과대학 유치의 꿈이 결국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저항 없는 정치권의 정치적 공해 속에 좌절됐다.

지역민들에게 목포대 의대 유치는 단순한 대학 하나를 유치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의료취약지역의 현실을 바꾸고, 지역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는 절박한 염원이자 36년을 이어온 숙원이었다.

그만큼 이번 실패가 지역민들에게 던진 상실감은 정치적 성패의 차원을 넘어 서남권 시민들의 한(恨)을 분노와 눈물로 분출시켰다.

더욱 씁쓸한 것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지역 정치권이 보여준 모습이다. 성공 가능성이 커질 때마다 저마다 자신이 주도권을 쥔 것처럼 공을 내세우고,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결과를 마치 자신의 성과인 양 포장하는 데 급급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지역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고 정부와 관계기관을 설득하며 끝까지 정치력을 집중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이고 몫이었지만, 지역민의 눈에 비친 정치권의 모습은 치열한 전투보다 '성과 선점'에 더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했다.

성공하면 내 공, 실패하면 남 탓. 이런 정치가 지역의 36년 숙원을 해결할 수 있었을까?

의대 유치가 현실화되기도 전에 정치인들이 앞다퉈 자신의 치적으로 계산했다면, 이제 실패의 책임 역시 정치인들이 먼저 짊어져야 마땅하다.

그런데 결과가 나온 뒤 지역 정치권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어떤가?. 이미 결론이 난 뒤에야 정부를 비판하고, 대책을 요구하고, 후속 지원책을 촉구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전형적인 '뒷북 정치'다. 정치의 역할은 결과가 나온 뒤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나오기 전 마지막 순간까지 지역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뛰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안처럼 수십 년 동안 지역민들이 한 목소리로 요구해 온 숙원사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정치권에 묻지 않을 수 없다. 36년 동안 무엇을 했는가?

유치 가능성이 거론될 때는 누가 가장 먼저 자신의 공이라고 주장했는가? 그리고 결과가 기대와 다르게 나오자 누가 가장 먼저 책임을 인정했는가?

혹시 성공의 과실은 자신들이 가져가고, 실패의 책임은 구조와 정부, 제도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무능을 탓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으로 지역민들이 분노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의대 유치에 실패한 것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지역민의 절박함이 정치적 치적 경쟁의 도구로 소비됐다는 허탈감이다.

36년을 기다린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인의 화려한 말이 아니고, 향후 정부가 목포대 의대 유치 실패에 따른 지역 보완책이나 인센티브를 제시한다면 그 성과가 누구의 것인지부터 따지는 정치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지역에 돌아오는 지원과 보상은 정치인의 전리품이 아니라 36년 동안 기다려온 지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이 또다시 "내가 만들었다", "내가 받아냈다"며 자신의 성과로 포장한다면 지역민들의 허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며, 정치인은 지역민의 숙원을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명패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이번 의대 유치 실패는 지역 정치권에 뼈아픈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지역민을 간절하게 싸웠는가? 아니면 지역민의 숙원을 자신의 정치적 성과로 만들기 위해 경쟁했는가를 묻고 있다.

36년이다. 한 세대가 지나고 또 한 세대가 자라는 동안 지역민들은 목포대 의대를 기다렸고, 그 오랜 기다림이 물거품이 된 지금 정치인들이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는 김칫국부터 마셨던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다.

의대 유치가 실패한 뒤에야 목소리를 높이는 정치인들에게 지역민들이 듣고 싶은 말은 "누구의 잘못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놓쳤고, 우리가 무엇을 책임지겠는가"라는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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