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요즘 기업에서 신입사원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사용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데이터를 정리하는 데 AI를 활용하면 업무 속도는 빨라진다. 그런데 최근 학생과 근로자 1686명을 조사한 결과, 42%는 명확한 지침 아래 신입·주니어 직원의 AI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35%는 아예 금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흥미롭게도 Z세대의 42%가 금지에 동의했다. AI에 가장 익숙할 것으로 생각되는 젊은 세대가 오히려 신입사원의 AI 사용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단순한 기술 거부로 볼 필요는 없다. 신입사원에게 주어졌던 자료 조사, 데이터 정리, 보고서 초안 작성과 수정은 AI가 쉽게 대신할 수 있는 반복 업무다. 그러나 인력개발의 관점에서는 중요한 학습 과정이기도 하다. 자료를 직접 찾아봐야 중요한 정보를 구별할 수 있고, 보고서를 여러 번 고쳐봐야 좋은 보고서를 판단할 수 있다. 실패와 수정을 반복하면서 직무의 암묵적 지식과 판단 기준이 만들어진다. AI는 신입사원을 빠르게 숙련자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지만 숙련자가 되는 과정까지 대신해주지는 못한다.
AI가 만들어낸 결과가 그럴듯할수록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 실제 기업에서는 코딩 AI 에이전트가 자격증명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불과 9초 만에 운영 데이터베이스를 삭제한 사례도 발생했다. 문제는 AI가 실수한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사람에게 AI의 행동을 판단할 경험과 전문성이 없다면 잘못된 결과를 발견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직접 데이터를 분석해본 사람이 AI 분석의 이상을 알아보고, 보고서를 수없이 작성해본 사람이 AI가 만든 논리의 허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역설이 발생한다. 신입사원의 반복 업무를 AI에 맡기면 당장의 생산성은 높아지지만 몇 년 뒤 AI를 감독할 숙련자가 부족해질 수 있다. AI 시대 인재육성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자동화할 것인가만이 아니라 무엇을 사람이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기업은 오늘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동시에 미래의 숙련자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AI에 대한 불안도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퓨리서치센터가 미국 성인 3488명을 조사한 결과 30세 미만의 55%는 늘어나는 AI 활용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고 답했고, 73%는 향후 20년 동안 AI 때문에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은 청년들에게 "AI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청년들은 동시에 "AI가 내가 경험을 쌓을 일자리부터 없애는 것은 아닌가"라고 묻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기업의 AI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생성형 AI 활용법과 프롬프트 작성법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신입사원이 직접 경험해야 할 업무와 AI에게 맡겨도 되는 업무를 구분해야 한다. 기본 원리와 판단 기준을 형성하는 단계에서는 사람이 직접 수행하고, 경험이 쌓인 뒤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이 필요하다.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AI로 보고서를 완성하기보다 스스로 읽고 비교하고 자신의 언어로 생각하는 과정과 AI로 이를 확장하는 단계를 구분해야 한다.
AI 시대 인재육성의 핵심 질문은 결국 "사람은 어디에서 실력을 쌓을 것인가"이다. 조직은 오늘의 일을 처리하는 곳인 동시에 내일의 숙련자를 만드는 곳이다. 지금 비효율처럼 보이는 경험 가운데 일부는 미래의 판단력을 만드는 훈련일 수 있다.
따라서 AI 시대의 목표는 AI를 금지하는 것도, 처음부터 모든 일을 AI로 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해봐야 할 일과 AI에게 맡겨도 될 일을 구분하는 '성장의 순서'를 설계하는 것이다. AI가 생산성을 빠르게 높일수록 사람의 성장 과정은 더욱 세심하게 설계돼야 한다. 좋은 기업은 AI를 가장 빨리 도입한 기업이 아니라, AI와 함께 일하면서 사람이 어떻게 숙련자로 성장할 것인지를 알고 있는 기업일 것이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