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르노코리아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이 찬성률 50.1%로 가까스로 문턱을 넘었다.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임단협 불확실성은 일단 걷어냈지만, 구성원 절반 가까이가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점은 향후 노사 관계에 적잖은 부담으로 남게 됐다.
특히 르노코리아가 판매 감소에 대응해 부산공장 감산과 인력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타결은 당장의 생산 불확실성을 낮췄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생산량 조정 과정에서 노사 간 이견이 다시 불거질 여지는 남아 있다.
르노코리아는 26일 실시한 2026년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50.1%의 찬성으로 협상이 최종 타결됐다고 밝혔다. 총 유권자 1858명 가운데 1787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율은 96%를 넘겼지만 찬반은 사실상 절반으로 갈렸다.
노사는 지난 4월27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약 4개월 동안 15차례 본교섭을 진행했다. 8월20일 열린 마지막 교섭에서는 16시간에 걸친 밤샘 협상 끝에 접점을 찾았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5만1000원 인상과 노사 간 평화적인 임금협상 타결 격려금 등을 포함한 일시금 총 250만원이 담겼다. 여기에 변동 생산성 격려금(PI) 최대 100%(약 200만원)와 직무등급 수당 인상, 노사화합 비즈 포인트 및 타결 휴가 지급 등도 포함됐다.

르노코리아가 지난 7월31일 E세그먼트 크로스오버 필랑트의 중남미향 첫 수출 물량을 선적했다. ⓒ 르노코리아
이번 타결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임금 인상 폭보다 찬성률과 타결 시점이다. 르노코리아는 현재 판매 감소에 대응해 부산공장 생산량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7월 르노코리아의 국내외 판매량은 3030대로 전년 동월 대비 58.2% 감소했다. 내수는 1704대로 57.4%, 수출은 1326대로 59.2% 각각 줄었다. 1~7월 누적 판매도 3만641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9% 감소했다.
신차효과도 기대만큼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3월 출시된 필랑트는 첫 달 4920대가 판매됐지만 4월 2139대, 5월 1201대, 6월 1324대에 이어 7월에는 537대까지 감소했다. 주력 모델인 그랑 콜레오스 역시 7월 판매가 728대에 머물렀다.
판매 감소는 생산 조정으로 이어졌다. 르노코리아는 지난달 노조에 부산공장의 시간당 생산량(UPH)을 기존 55대에서 45대로 낮추는 방안을 전달했다. 약 18% 줄이는 수준이다. 생산직 인력 약 10%를 다른 업무로 전환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단협까지 장기화할 경우 회사 입장에서는 판매 감소와 감산에 더해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까지 겹칠 수 있었다. 노조는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거쳐 이미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였다. 이번 가결로 임단협을 둘러싼 파업 위험은 수면 아래로 내려가게 됐다.
다만 50.1%라는 찬성률은 노사 모두에게 가볍지 않은 숫자다. 르노코리아는 2024년에도 첫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이후 부분파업과 전면파업을 겪었다. 당시 그랑 콜레오스 고객 인도가 막 시작된 시점에 부산공장이 부분 생산 체제로 운영됐고, 두 번째 잠정합의안이 50.5%의 찬성으로 가까스로 통과된 뒤에야 갈등이 마무리됐다.
지난해에는 9차 교섭 만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고 55.8% 찬성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끝냈다. 하지만 올해 찬성률이 다시 50.1%까지 내려왔다는 점은 협상 타결과 별개로 현장의 불만이 상당 부분 남아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향후 생산량 조정이 본격화하면 노사 관계가 다시 민감해질 가능성도 있다. 회사는 수요에 맞춰 생산 효율을 높여야 하지만 생산량 감소와 인력 전환은 근로자 입장에서 근무환경과 고용 안정성에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산공장은 르노코리아의 중장기 전략에서 여전히 핵심 생산 거점이다. 현재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 폴스타 4 등이 생산되고 있으며 올해 2월 누적 생산 400만대를 넘어섰다.
르노코리아는 부산공장을 르노그룹의 D·E세그먼트 전략 허브로 육성한다는 계획도 내놓은 상태다. 2027년 첫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를 선보이고 2028년부터 차세대 르노 전기차를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등 2029년까지 매년 새로운 전동화 모델을 출시한다는 구상이다.
결국 르노코리아가 풀어야 할 과제는 단기 감산과 중장기 성장 준비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당장은 판매량에 맞춰 생산 규모를 조정해야 하지만 향후 신차와 전기차 물량을 확보하려면 부산공장의 생산 경쟁력과 노사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번 임단협 타결로 르노코리아는 판매 부진과 감산에 파업까지 겹치는 상황은 피하게 됐다. 다만 50.1%라는 찬성률은 구성원 절반 가까이가 합의안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향후 감산과 인력 운영 변화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잠재된 불만을 얼마나 관리하느냐가 노사 안정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르노코리아의 올해 임단협은 가까스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감산 과정의 노사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판매 회복과 차세대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이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