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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인베스터 데이③] 고성능 셀까지 자체개발…배터리 내재화 가속

EREV·볼륨 EV 맞춤형 배터리 전략…BMS·열전이 방지까지 기술 주도권 확대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08.26 17:09:38
[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기술을 직접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 셀을 자체 개발한 데 이어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열전이 방지 기술까지 개발 영역을 넓히면서다.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제조사의 셀을 공급받아 차량에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차량 특성에 맞춰 셀 성능부터 수명·안전 관리까지 관여하는 영역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현대차가 26일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공개한 배터리 전략의 핵심은 이런 기술 내재화에 맞춰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체 개발한 고성능 배터리 셀이다. 현대차는 장기간 축적해 온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배터리 셀을 자체 개발했다. 기존 하이니켈 배터리와 비교하면 출력 성능은 2배 이상 높이고 충전 시간은 40% 단축했다는 게 현대차 설명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가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중장기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

자체 개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양산차 적용 시점까지 정했다.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에 해당 셀을 처음 적용한다.

EREV는 배터리를 이용해 전기모터로 차를 움직이지만 배터리 잔량이 줄어들면 엔진이 발전기 역할을 맡아 전기를 공급한다. 현대차가 개발한 EREV용 배터리는 일반적인 EV와 비교해 배터리 용량을 절반 미만으로 줄이면서도 동등한 수준의 성능과 EV에 가까운 주행감각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대차가 셀 기술을 직접 확보하는 배경에는 파워트레인별로 요구되는 배터리 성능을 세분화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고성능 셀만 개발하는 것도 아니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대중형 EV에는 원가와 에너지 밀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별도의 배터리를 적용한다. 현대차는 내년 출시할 EV 대량판매(볼륨) 모델에 미드니켈 NCM 배터리를 탑재할 계획이다. 주행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원가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창환 현대차그룹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부사장)이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배터리 기술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

현대차에 따르면 해당 미드니켈 NCM 배터리는 같은 부피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이 약 30% 많다. 배터리 원가를 낮추면서도 제한된 공간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배터리 내재화 범위는 셀 성능을 넘어 사용 이후 관리 영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는 클라우드 기반 BMS를 고도화해 2028년까지 배터리 수명을 평균 20%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이상 징후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안전 기술에서도 자체 솔루션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배터리 열전이 방지(Thermal Runaway Protection, TRP)' 기술이다. TRP는 제네시스 플래그십 전기 SUV GV90에 처음 적용됐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특정 셀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갈 경우 열이 인접한 셀로 옮겨가며 상황이 확산될 수 있다. 기존 기술이 열전이를 일정 시간 늦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현대차의 TRP는 고온의 열이 인접 셀로 전달되는 것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면서 고열 가스를 외부로 배출하도록 설계됐다.

2026 인베스터 데이를 맞아 전시한 유럽 전용전기차 아이오닉 3. ⓒ 현대자동차 

안전 구조도 이중화했다. 클라우드 기반 BMS가 배터리 셀의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사전 조치하는 1차 방어를 맡고 TRP가 물리적으로 열 확산을 차단하는 2차 방어선 역할을 한다. 현대차는 각형과 파우치형 NCM 배터리를 대상으로 200차례 이상 반복시험을 실시해 TRP의 안전성을 검증했다. 배터리 형태와 관계없이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현대차의 배터리 전략은 모든 배터리를 하나의 사양으로 통일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있다. EREV에는 높은 출력과 빠른 충전을 고려한 자체 개발 셀을 적용하고 대중형 EV에는 원가 경쟁력을 높인 미드니켈 NCM을 배치한다.

여기에 클라우드 BMS를 통한 수명 관리와 TRP를 통한 안전성 확보까지 묶었다. 결국 차종과 가격대 사용 환경에 따라 필요한 배터리를 달리 설계하면서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성능을 결정하는 과정에 보다 깊이 관여하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자체 개발 셀이 실제 양산차에 들어가기 시작한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셀을 외부에서 조달하더라도 차량에 필요한 성능과 사양을 직접 설계할 역량이 커지면 배터리 업체와의 협업 과정에서도 완성차 업체가 확보할 수 있는 기술 선택지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전기차 가격과 주행거리, 충전성능, 안전성이 결국 배터리에서 갈리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셀 설계부터 관리·안전 기술까지 얼마나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하느냐도 향후 전동화 경쟁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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