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방재정 악화로 전국 각 시·도가 주민참여예산의 빗장을 걸어 잠그는 분위기 속에서, 진주시가 정반대의 과감한 행보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조규일 진주시장이 2027년 주민참여예산을 확정하고 있다. ⓒ 진주시
진주시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열고 82건, 총 37억7700만원 규모의 '2027년도 주민참여예산 공모사업'을 전격 확정했다. 전년도(73건·20억7600만원)와 비교해 사업비 규모만 무려 82%(17억100만원) 가량 늘어난 규모다.
근래 대다수 지자체는 세수 결손과 긴축 재정을 앞세워 주민참여예산 제도를 통폐합하거나 배정액을 축소하는 추세다. 일부 지역에서는 예산이 '쌈짓돈'으로 변질됐다는 논란 속에 주민 주도 사업 자체가 동력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진주시는 기존 21억원 수준이던 공모 상한선을 약 40억원으로 단번에 2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접수 기간에만 무려 147건, 124억원에 달하는 다채로운 아이디어가 몰려들며 시민 주도 행정에 대한 폭발적 수요를 증명했다.
뿐만 아니라 주민참여예산의 고질적 한계로 지적받던 단순 민원성 공사나 선심성 행사 지원을 과감히 덜어낸 점도 돋보인다.
이번에 낙점된 프로젝트들은 취약지역의 대중교통 이용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스마트 승강장 확대, 게릴라성 폭우에 대비한 △중앙상권 하수도 준설 및 배수 시설(스틸 그레이팅) 교체, 도심 속 치유 공간을 확충하는 △가좌산 숲길 데크 정비 등 시민의 피부에 와닿는 생활형 SOC에 집중됐다.
단순히 예산만 늘린 것이 아니라, 소관 부서의 법리 검토부터 분과위·운영위로 이어지는 다중 검증 장치를 촘촘히 가동해 불필요한 선심성 사업을 철저히 솎아냈다.
도시정책 전문가들은 진주시의 이번 시도를 두고 위축된 지방자치 환경에 던지는 신선한 충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행정 전문가는 A씨는 "재정난을 이유로 주민참여예산부터 손쉽게 깎아내리는 지자체가 많은 실정에서, 진주시는 오히려 문턱을 넓혀 시민의 집단지성을 끌어모으고 깐깐한 심사로 재정 효율을 극대화했다"며 "참여 민주주의의 가치와 건전한 재정 운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대표적 성공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공모 규모를 대폭 키운 만큼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참여가 모여 일상에 꼭 필요한 실효성 높은 사업들이 추려질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시민의 목소리를 시정의 나침반으로 삼아 삶의 질을 높이는 실용 행정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확정된 82건의 사업은 내년도 본예산 심의를 거쳐 2027년부터 시민들의 일터와 삶터 곳곳에 본격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