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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인력경영] AI가 일할수록 사람을 더 만나야 한다

고용센터 30년 만의 개편이 보여주는 AI 시대 일의 재설계

이윤선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 onestar4u@gmail.com | 2026.08.25 09:37:25
[프라임경제]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일자리를 얼마나 대체할 것인가라는 논쟁이 한창이다. 그런데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센터 개편은 이 질문을 다르게 바라보게 한다. 

전국 102개 고용센터를 30년 만에 전면 개편하면서 실업인정 등 반복적인 행정업무는 AI와 전산시스템에 맡기고, 직원은 구직자 상담과 취업지원에 더 많은 시간을 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연간 2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고용센터에서 실업급여 담당 직원 한 명이 하루 평균 70건 이상의 실업인정 업무를 처리해 온 현실을 바꾸려는 시도다.

변화의 가능성은 시범사업에서 나타났다. 국민취업지원제도 집중지원 대상자의 평균 대면 상담시간이 기존 18분에서 73.8분으로 네 배 이상 늘었다. 행정에 쓰던 시간을 줄이자 상담사가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앞으로 구축되는 '나만의 AI 고용센터'는 구직자의 경력 등을 분석해 적합한 서비스를 추천한다. 하지만 진로를 함께 고민하고 취업경로를 설계하며 다시 노동시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사람이 맡는다.

이 사례는 AI 시대의 생산성을 무엇으로 평가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지금까지 AI 도입은 얼마나 많은 업무를 자동화하고 시간과 비용을 줄였는가로 평가됐다. 

그러나 절약한 시간이 인력 감축으로만 이어진다면 AI는 비용절감 기술에 머문다. 확보한 시간을 상담, 문제 해결, 관계 형성과 같이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에 투자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AI 도입의 진짜 성과는 사람이 얼마나 필요 없어졌는지가 아니라, 사람이 더 가치 있는 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됐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고용서비스에서는 더욱 그렇다. 처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과 오랜 직장을 떠난 중장년의 고민이 같을 수 없고, 경력단절 후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하는 사람과 직무전환이 필요한 근로자에게 같은 처방을 내릴 수도 없다. 

AI는 적합한 일자리와 훈련과정을 추천할 수 있지만 왜 구직자가 자신감을 잃었는지, 어떤 선택을 두려워하는지까지 이해하려면 대화가 필요하다. AI가 정보를 더 정확하게 제공할수록 상담사는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이 변화는 기업과 대학에도 적용된다. AI가 지원자의 이력을 분석한다면 채용담당자는 서류 분류보다 지원자의 경험과 가능성을 살펴보는 데 시간을 쓸 수 있다. 직원의 역량 분석을 AI가 담당한다면 HR은 교육과 경력 이동을 설계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대학에서도 AI가 학생의 진로·취업 정보를 분석한다면 상담자는 정보를 찾아주는 사람에서 학생과 함께 선택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이동해야 한다. AI가 반복 업무를 가져갈수록 인간의 일은 더 인간적인 영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물론 AI가 사람의 판단까지 대신해서는 안 된다. 데이터를 통해 서비스를 추천하는 것과 한 사람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과거의 경력이 미래의 가능성을 모두 설명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AI가 고용서비스에 깊숙이 들어올수록 어디까지 AI에게 맡기고 어디에서 사람이 개입할 것인지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AI는 정보를 제공하되 최종적인 상담과 판단,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사람이 담당해야 한다.

고용센터의 이번 변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AI 도입의 목적을 '사람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사람을 돌려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제 조직은 "AI로 몇 명의 일을 대신할 수 있는가"보다 "AI가 절약한 시간을 사람에게 어떻게 돌려줄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AI를 도입하고도 직원이 행정과 보고에 쫓겨 사람과 대화할 시간이 없다면 성공적인 혁신이라 보기 어렵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이 사람에게 쓰는 시간이 늘어나는 조직, 그것이 AI 시대에 우리가 만들어야 할 일의 모습이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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