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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파업까지 간 현대차 노사…111일 만에 찾은 접점

기본급 10만원·성과금 400%+1270만원…정년·상여금 절충부터 AI·로보틱스 공동 대응까지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08.25 09:32:35
[프라임경제] 10년 만의 전면파업까지 이어진 현대자동차(005380) 노사 갈등이 111일 만에 잠정합의로 수습 국면에 들어갔다. 

임금과 성과급에서 회사가 제시 수준을 끌어올렸고 정년 연장과 상여금 등 장기 쟁점에는 조건과 재논의 시점을 달았다. 피지컬 AI(Physical AI)와 로보틱스 도입, 기술직 신규채용까지 합의에 담으면서 올해 교섭은 미래 생산체계 변화에 대한 노사 관계의 방향도 함께 드러냈다.

현대차 노사는 24~25일 울산공장에서 1박2일간 교섭을 이어간 끝에 2026년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5월6일 상견례 이후 111일 만이다. 잠정합의안은 오는 31일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최종 확정된다.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이하 현대차 노조)는 7월 부분파업을 시작한 뒤 파업 시간을 단계적으로 늘렸다. 8월21일에는 근무시간 8시간을 모두 멈추는 전면파업까지 단행했다. 현대차 노조의 전면파업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었다.

교섭 공백도 길었다. 노사는 7월8일 교섭 이후 41일 동안 본교섭을 열지 못했고 8월18일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았지만 합의안을 만들지 못했다. 그 사이 특근 거부와 부분파업이 반복됐고, 파업 수위는 하루 2시간에서 4시간, 6시간을 거쳐 8시간 전면파업까지 높아졌다.

지난 12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오전조 근무자들이 4시간 부분파업으로 일찍 퇴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 노조의 누적 파업시간은 60시간이다. 오전·오후 조가 각각 작업을 중단하면서 생산라인 기준 가동 중단시간은 120시간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생산 차질 규모를 약 5만5200대, 차량 판매단가를 적용한 매출 차질액을 2조3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한다. 

현대차가 올해 2분기 역대 최대인 49조2153억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8% 감소한 2조8509억원에 그쳤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원자재 가격과 생산 변수, 글로벌 경쟁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공장 가동 중단까지 길어지면 하반기 생산계획을 정상적으로 끌고 가기 어려워진다. 완성차 생산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부품 협력사 역시 파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동계획과 납품일정을 조정해야 했다.

노조에도 장기파업의 비용은 쌓였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시간만큼 조합원의 임금 손실이 발생한다. 회사도 이번 잠정합의 배경으로 생산차질과 직원 임금손실, 협력사 경영 부담을 함께 언급했다. 노사가 24~25일 예정했던 추가 부분파업 대신 교섭을 이어가면서 협상은 막판 절충 국면으로 들어갔다.

◆기본급 10만원에서 멈추고 총보상 확대

임금 합의 과정에서는 회사가 교섭 후반부 제시 수준을 빠르게 높였다. 41일간의 본교섭 공백이 시작되기 전 현대차가 내놓은 안은 기본급 8만9000원 인상과 성과금 350%+1000만원, 주식 15주 지급이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잠정합의안의 기본급 인상액은 10만원으로 올라갔다. 경영성과금 400%+1270만원과 주식 15주, 복지포인트 50만원도 지급한다. 하기 휴가비는 2027년부터 기존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20만원 인상된다.

사진은 지난 7월20일 오전조 직원들이 퇴근한 후 울산시 북구 현대차 울산공장 모습. ⓒ 연합뉴스


막판 교섭 과정만 놓고 봐도 변화가 있었다. 사측은 24일 기본급 9만8000원과 성과금 400%+1200만원 등을 담은 제시안을 내놨다가 추가 협상을 거쳐 기본급을 2000원 높였다. 현금 지급액과 복지포인트도 추가되면서 최종안이 만들어졌다.

노조가 요구했던 기본급 14만9600원과 최종 합의액 사이에는 4만9600원의 차이가 남았다. 대신 성과금과 일시금, 주식, 복지포인트를 포함한 총보상 규모가 커졌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매년 누적되는 기본급 상승 폭을 일정 수준에서 관리하면서 성과보상과 일시금 비중을 높인 구조다. 노조 역시 최초 기본급 요구액을 모두 확보하지 못한 대신 전체 보상 규모를 끌어올리는 쪽에서 합의점을 찾았다.

정년 연장과 상여금처럼 장기간 입장이 맞섰던 사안은 처리 방식이 달랐다. 정년은 관련 법률이 개정될 경우 현행 임금피크제 적용기간을 추가로 늘리지 않고 연장하기로 했다. 당장 정년을 65세로 확정하는 형태는 피하면서 향후 법 개정에 적용 원칙을 연계했다.

상여금 인상은 올해 결론을 내지 않고 2027년 단체교섭에서 다시 다루기로 했다. 올해 노조는 상여금을 기존 750%에서 800%로 높일 것을 요구해왔다. 파업 과정에서 쟁점으로 부상했던 사안을 모두 올해 교섭에서 확정하기보다 일부 의제를 다음 협상으로 넘기면서 타결 공간을 확보한 셈이다.

◆AI 고용 우려에서 '공동 대응'으로

올해 합의에서 임금 못지않게 눈에 띄는 부분은 피지컬 AI와 로보틱스를 바라보는 노사의 태도 변화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요구안에 AI 도입에 따른 고용 및 노동조건 보장을 포함했다. 자동화 확대 과정에서 노동시간이나 고용이 줄어들 가능성을 경계하며 완전월급제도 함께 요구했다.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투입이 생산직의 고용과 임금체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교섭 의제로 올라왔다.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올해 임금협상 난항으로 전면 파업에 들어간 지난 8월21일 현대차 본사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자동차업종 조합원들이 공동파업대회를 열고 있다. ⓒ 연합뉴스


잠정합의에서는 노사 모두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도입이 기업 생존에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향후 신사업과 신기술 진행 경과를 공유하고 산업 전환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생산성과 제조경쟁력 강화, 제도개선을 위한 논의도 이어간다.

교섭 초기와 비교하면 논의의 초점이 달라졌다. 노조가 AI 도입에 따른 고용과 노동조건 변화를 경계했다면, 잠정합의에서는 기술 도입 필요성을 노사가 함께 인정했다. 현대차는 미래기술 적용을 위한 노사 공감대를 확보했고, 노조는 관련 진행 상황을 공유받으며 대응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

구체적인 과제는 남아 있다. 공개된 합의 내용에는 AI 도입 이후 인력 운용과 임금 보전, 완전월급제 적용 방안 등이 담기지 않았다. 제조현장의 AI·로봇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고용과 생산성, 임금체계를 둘러싼 논의도 세분화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직 신규채용 합의도 같은 흐름에서 볼 수 있다. 현대차는 국내 공장 재편에 따라 기존 1공장과 #42라인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2027년부터 해당 공장 근무자의 대규모 배치전환이 예정된 가운데 노사는 2027년 하반기 핵심직무 등에 기술직 200명, 2028년 300명을 신규채용하기로 했다. 

자동화 확대와 신규채용 계획을 같은 합의안에 담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현대차 노사는 기술 도입과 인력 운용을 각각의 현안으로 떼어놓기보다 생산체계 전환 과정에서 함께 협의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다만 향후 실제 로봇 투입 규모와 직무 재편이 구체화되면 이해관계가 다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잠정합의 뒤에도 남은 정년·상여금·AI

잠정합의안이 8월31일 조합원 투표를 통과하면 현대차는 하반기 생산 정상화에 속도를 낼 수 있다. 누적 60시간의 파업과 10년 만의 전면파업으로 높아졌던 국내 생산 불확실성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시 다뤄야 할 쟁점은 적지 않다. 올해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과 총보상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았고, 정년과 상여금에는 조건과 재논의 시점을 달았다. 미래기술에서는 도입 필요성과 공동 대응이라는 원칙을 세웠다. 111일간의 교섭과 전면파업 끝에 올해 임금교섭은 일단락됐지만, 정년·상여금과 AI·로보틱스 도입 이후의 인력 운용은 향후 노사 협의에서 다시 다뤄질 쟁점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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