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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V8에 베팅…애스턴마틴 'S 라인업'으로 턴어라운드

'DB12 S·밴티지 S·DBX S' 공개…파생모델 확대·BEV 투자는 속도 조절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08.24 15:15:17
[프라임경제] 애스턴마틴이 고성능 'S' 라인업을 넓히며 수익성 회복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핵심 차종에 고성능 파생모델을 추가하고 개인화 선택폭을 넓혀 판매 확대와 함께 대당 매출과 이익을 높이는 방향이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순수 전기차(Battery Electric Vehicle, BEV) 개발 일정은 늦췄다. 현재 고객 수요가 확인된 고성능 내연기관 제품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개발 역량과 자본을 집중하며 수익성 개선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애스턴마틴 공식 수입사 브리타니아 오토는 24일 서울 전시장에서 △DB12 S △밴티지 S △DBX S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세 모델은 각각 슈퍼 투어러와 스포츠카, 슈퍼 SUV 영역을 맡으며 모두 4.0ℓ V8 트윈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이날 행사에는 닐 휴즈 애스턴마틴 제품 총괄과 칼 베일리스 애스턴마틴 아시아태평양 및 중화권 총괄 사장, 권혁민 브리타니아 오토 대표 등이 참석했다. 닐 휴즈 제품 총괄은 세 모델의 개발 방향과 S에 담긴 퍼포먼스 철학을 소개했다.

왼쪽부터 권혁민 브리타니아 오토 대표이사, 이보 보체프 아시아태평양지역 마켓 디렉터, 칼 베일리스 애스턴마틴 아시아태평양 및 중화권 총괄 사장, 닐 휴즈 애스턴마틴 제품 총괄, 전진배 애스턴마틴서울 지점장. ⓒ 브리타니아 오토


애스턴마틴은 S를 기존 모델의 성격을 유지하면서 다이내믹한 성능을 한층 끌어올리는 고성능 모델로 정의한다. 엔진 반응과 섀시, 공력 성능을 다듬고 경량화를 더해 민첩성과 응답성, 차체 제어 능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칼 베일리스 사장은 S의 핵심으로 각 모델의 고유한 성격을 더욱 분명하게 만드는 데 주목했다. 응답성과 차체 제어를 개선해 운전자 중심의 퍼포먼스를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성능 변화는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DB12 S는 최고출력 700PS와 최대토크 800Nm를 발휘한다. 기본 DB12보다 출력이 20PS 높아졌고 ZF 8단 자동변속기의 변속시간은 기존 대비 43% 줄어든 0.12초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를 기본 적용해 스틸 브레이크 대비 현가하질량도 27㎏ 낮췄다.

밴티지 S는 최고출력 680PS와 최대토크 800Nm를 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4초 만에 도달하며 최고속도는 325㎞/h다. 리어 서브프레임을 고무 부싱 없이 차체에 직접 연결해 조향 감각과 차체 연결감을 높였고 댐퍼와 스로틀 반응도 새롭게 조율했다. 전용 리어 스포일러는 최고속도에서 44㎏의 추가 다운포스를 만들어낸다.

DBX S는 DBX 포트폴리오의 최상위 퍼포먼스 모델이다. ⓒ 브리타니아 오토


DBX S는 최고출력 727PS와 최대토크 900Nm로 세 모델 중 가장 강력하다. 미드 엔진 슈퍼카 발할라에 적용된 기술에서 파생한 터보차저 부품과 대구경 컴프레서 휠을 사용했다. 카본 파이버 루프와 23인치 마그네슘 휠, 카본 공력 부품 등을 선택하면 DBX707 대비 무게를 최대 47㎏ 줄일 수 있다. 마그네슘 휠만으로 현가하질량이 최대 19㎏ 감소한다.

세 종류의 S를 한꺼번에 내놓은 행보에는 애스턴마틴의 달라진 상품 전략이 담겨 있다. 애드리안 홀마크 애스턴마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해외 인터뷰에서 현재 진행 중인 경영정상화 작업을 '턴어라운드'라고 규정했다.

핵심 차종에서 성능과 상품성을 높인 파생모델을 꾸준히 추가하고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사양을 확대해 매출과 수익성을 함께 끌어올리는 구상이다. DBX S와 밴티지 S, DB12 S도 이 같은 제품 전략에서 나왔다.

제품 운영 주기도 이전보다 촘촘해진다. 홀마크 CEO 취임 당시 밴티지는 향후 5년 동안 두 가지 버전만 계획돼 있었다. 같은 기간 한 차종에서 다수의 파생모델을 운영하는 포르쉐와 비교해 제품 변화가 적었다. 애스턴마틴은 이후 계획을 다시 짰고 차세대 모델이 등장하기 전까지 향후 몇 년간 매년 7~8개의 제품 관련 변화를 선보일 방침이다.

DB12 S는 DB12 슈퍼 투어러를 기반으로 파워트레인과 섀시, 공력 성능을 강화한 모델이다. ⓒ 브리타니아 오토


핵심 차종을 기반으로 S와 같은 고성능 버전과 스페셜 모델을 지속적으로 추가하면 신차 개발 주기 사이에도 새로운 수요를 만들 수 있다. 기존 고객의 교체 수요를 자극하고 가격대와 상품 구성을 세분화해 판매 기회도 넓힐 수 있다.

선택사양 확대도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애스턴마틴이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벤틀리, 맥라렌, 포르쉐의 상품 구성을 조사한 결과 경쟁 브랜드에는 존재하지만 자사에는 없던 선택사양이 199개에 달했다. 이후 티타늄 소재의 휠과 배기 시스템, 상위급 오디오 등 고객이 추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사양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비스포크 개인화 프로그램 'Q by Aston Martin'의 접점을 넓힌다. 외장 컬러와 인테리어 소재, 마감 등을 고객 취향에 맞게 구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권혁민 브리타니아 오토 대표는 S 라인업 공개와 함께 국내 고객이 제품 디자인과 기술, 개인화 프로그램을 폭넓게 경험할 수 있도록 고객 접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칼 베일리스 사장은 한국을 럭셔리 퍼포먼스 자동차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했다. 이번 S 라인업 3종을 한자리에서 국내 고객과 미디어에 공개한 것도 한국 시장에 대한 애스턴마틴의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Vantage S는 프론트 미드 엔진 스포츠카 Vantage의 퍼포먼스와 응답성을 한층 강화한 모델이다. ⓒ 브리타니아 오토


개인화는 실적에서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상반기 개인화 수요는 애스턴마틴 핵심 모델 매출의 약 17%에 기여했다. 같은 기간 전체 평균판매가격은 24만1000파운드로 전년 동기 대비 17% 상승했다. 발할라를 비롯한 고가 스페셜 모델 판매 증가도 평균판매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다.

고성능 파생모델과 선택사양, 개인화 프로그램을 함께 확대하는 전략은 제품 하나에서 만들 수 있는 가치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판매량 회복과 함께 모델별 가격대와 고객별 구매금액을 끌어올려 수익 구조를 개선하려는 구상이다.

실적은 일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재무 부담은 여전히 크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6억2860만파운드로 전년 동기보다 38% 증가했고 매출총이익도 68% 늘었다. 조정 EBITDA는 전년 동기 적자에서 6270만파운드 흑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세전손실은 1억5420만파운드를 기록했고 6월 말 기준 순부채는 15억4470만파운드에 달했다.

사업 구조도 현재 수요에 맞춰 다시 조정하고 있다. 애스턴마틴은 지난달 5억5000만파운드 규모의 신규 자금을 확보해 유동성을 보강했다. 과거 연간 1만대 수준을 예상했던 사업 규모는 현재 약 6000대 판매에 맞춰 재편했으며 홀마크 CEO 취임 이후 비용 기반도 약 30% 줄였다.

칼 베일리스 애스턴마틴 아시아태평양 및 중화권 총괄 사장. ⓒ 브리타니아 오토


전동화 일정도 이 과정에서 조정됐다. 애스턴마틴은 BEV 출시를 준비해왔지만 럭셔리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당초 전망에 미치지 못하자 대규모 투자 시점을 재검토했다. 홀마크 CEO는 낮은 BEV 채택률과 투자 부담을 언급하며 관련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시점을 앞으로 3~4년 뒤로 내다봤다.

차세대 차량 개발은 여러 파워트레인을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새 플랫폼은 스포츠카와 SUV가 구성요소를 폭넓게 공유하는 모듈형 구조로 개발되고 있으며 BEV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순수 전기차 투입 시기는 2030년대로 늦춰졌고 내연기관에 48V 시스템을 결합하는 등 단계적인 전동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공식적인 전동화 기조도 이어간다. 애스턴마틴은 지속가능성 전략인 'Racing. Green.'에 따라 내연기관을 보완할 대체 파워트레인을 개발하고 다양한 구동 방식을 활용한 전동화 스포츠카와 SUV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브랜드 최초의 미드 엔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 발할라도 이미 제품군에 합류했다.

DB12 S와 밴티지 S, DBX S에 붙은 'S'는 애스턴마틴이 현재 추진하는 턴어라운드의 한 축을 맡는다. 핵심 모델의 성능을 높이고 파생모델과 개인화 선택폭을 확대해 판매 기회를 늘리면서 제품 한 대에서 확보할 수 있는 가치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BEV 투자 시계는 늦춰졌지만 애스턴마틴의 전동화 계획은 유지된다. 당장은 S를 비롯한 고성능 내연기관 제품과 개인화 전략을 활용해 판매와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재무 여력이 향후 전동화 투자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애스턴마틴 턴어라운드의 다음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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