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규제와 오너 일가 지분 구조 차이가 가른 '환원 해법'…"최적화된 전략적 선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역대급 주주환원 보따리를 풀었다. 하지만 세부 실행 방식을 들여다보면 두 회사의 전략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프라임경제]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양대 산맥'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나란히 역대급 주주환원 보따리를 풀었다. 하지만 세부 실행 방식을 들여다보면 두 회사의 전략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현금배당'을 전면에 내세운 반면, SK하이닉스는 강력한 '자사주 매입 및 전량 소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두 기업의 상반된 선택 이면에는 각사가 직면한 규제 환경과 지배구조의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 역대급 환원 경쟁… 삼성 '배당 단계별 집행' vs 하이닉스 '자사주 즉각 소각'
삼성전자는 지난 8월21일 이사회를 열고 올해 주주환원 규모로 약 90조~110조원을 의결했다. 이는 기존 최대치였던 2020년 20조3000억원의 약 5배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집행은 두 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우선 3분기 중 정규배당을 포함해 약 30조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선제적으로 시행한다. 나머지 60조~80조원에 대해서는 올해 연간 실적이 확정된 이후인 내년 1월 이사회에서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19일, 보통주 2407만주(금액 기준 약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8월20일부터 11월19일까지 3개월간 장내에서 매수해 전량 소각하겠다고 결의했다.
동시에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누적 잉여현금흐름(FCF) 환원 목표 역시 기존 '50% 이내'에서 '5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며 주주환원 의지를 분명히 했다.
◆ 공정거래법 vs 금산법… 규제와 지배구조가 가른 엇갈린 선택
양사의 환원 방식이 갈린 결정적 요인 중 하나는 '규제 환경과 지배구조의 차이'다.
SK하이닉스의 지주회사인 SK스퀘어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회사인 SK하이닉스 지분을 최소 20% 이상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7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으로 인해 SK스퀘어의 하이닉스 지분율은 마지노선인 20%까지 낮아진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어 SK스퀘어의 지분율이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자사주 소각이 주주가치 제고뿐만 아니라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 충족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구조다.
반면 삼성전자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의 엄격한 제약을 받는다. 금융회사는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10%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6월 말 기준 계열 금융사인 삼성생명(8.51%)과 삼성화재(1.49%)의 합산 지분율은 이미 법적 한도인 10.00%에 도달해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할 당시에도 두 금융사는 지분율 10% 초과를 방지하기 위해 삼성전자 보유 지분을 장내 매각해야 했다.
만약 삼성전자가 또다시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을 전면적으로 진행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배력 약화를 감수하고 추가 지분 매각을 단행해야 하는 구조적 부담을 안게 된다.
오너 일가의 직접 지분율 차이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오너 일가의 직접 지분율이 사실상 전무(최태원 회장 보유 3620주 제외)하여 배당 확대로 인한 오너 일가의 직접적인 현금 유입 효과가 거의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1.67%)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어, 대규모 현금배당 시 주주환원 혜택이 오너 일가를 포함한 주요 주주에게 직접적인 현금흐름으로 연결된다.
◆ "단기 수급은 SK하이닉스 우위 vs 펀더멘털 신뢰는 삼성전자 입증"
단기적인 주가 수급 측면에서는 SK하이닉스의 전략이 더 직접적인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곤 토스증권 연구원은 "현금을 지급하는 배당과 달리, 자사주 매입은 회사가 장내에서 주식을 직접 사들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매수 수요를 창출한다"며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이달 20일부터 하루 약 65만주씩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으며, 이는 일평균 거래량의 약 12~15%에 달하는 규모로 강력한 하방 지지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삼성전자의 경우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기대했던 시장 일부에는 다소 아쉬움을 줄 수 있으나, 본질적인 기업가치는 재확인됐다"며 "대규모 반도체 설비 투자를 지속하면서도 최대 11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현금을 주주에게 환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독보적인 현금창출력과 안정성을 증명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 주주환원책의 차이를 두고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각 사가 처한 환경에 최적화된 전략적 선택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압도적인 현금배당을 통해 안정적인 장기 주주환원 기반을 증명했고, SK하이닉스는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당순이익(EPS) 제고와 지배구조 안정, 수급 개선을 동시에 달성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가속화되는 현시점에서 반도체 기업을 바라보는 시장의 눈높이도 달라지고 있다. 향후 시장 평가는 단순히 '얼마나 많은 시설투자를 집행하는가'를 넘어, '투자를 통해 창출한 현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그 성과를 주주와 지속 가능하게 공유하는가'로 이동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