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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하루 1000개 대신 700개…시몬스가 공장을 멈추는 이유

9m 층고 아래 자동화와 숙련공 손작업 병행…매년 열흘간 정기 셧다운

이인영 기자 | liy@newsprime.co.kr | 2026.08.24 07:58:08
[프라임경제] 매트리스 원단을 따라 작업자의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봉제선과 제품 모서리, 표면 마감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 뒤에야 다음 공정으로 넘겼다. 빠르게 많이 만드는 것보다 일정한 품질로 제대로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생산 방식이었다.

매트리스 진동 시험기는 시몬스 포켓스프링의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진동 값을 측정해 흔들림 정도를 확인한다. = 이인영 기자


지난 21일 찾은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시몬스 팩토리움. 약 5만9646.7㎡ 부지에 들어선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의 침대 생산시설이다. 자재 입고부터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물류까지 하나의 부지에서 이어진다. 시몬스가 판매하는 모든 매트리스도 이곳에서 생산된다.

생산동에 들어서자 9m 높이의 층고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높은 천장과 공조 시스템으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먼지를 관리하고 작업자의 작업환경도 쾌적하게 유지한다. 자재창고와 생산동, 완제품을 보관하는 물류동은 각각 분리해 공정 간 교차 오염 가능성을 낮췄다. 

매트리스 생산 과정에서 별도의 오·폐수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공정 곳곳에는 자동화 설비가 배치돼 있었지만 마지막 판단까지 기계에 맡기지는 않았다. 제품마다 서로 다른 원단과 내장재를 사용하는 만큼 소재의 상태와 봉제선, 모서리, 표면 마감 등은 숙련 작업자가 직접 확인했다. 이상이 발견된 제품은 다음 공정으로 넘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김동현 시몬스 생산담당 이사는 "시몬스가 운영하는 모델만 30여개가 넘고 호텔용 제품까지 포함하면 40개 이상"이라며 "기계로 일정하게 만들 수 있는 영역이 있는 반면 사람이 직접 만지고 경험을 녹여야 완성되는 품질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팩토리움의 설비능력은 하루 1000개 이상이다. 그러나 실제 생산량은 하루 600~700개 수준에 맞추고 있다. 최대 생산량에 근접하는 것보다 각 공정의 품질과 제품 완성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다.

공장을 세우는 방식뿐 아니라 멈추는 방식도 달랐다. 시몬스는 지난 7월17일부터 26일까지 열흘 동안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매년 실시하는 정기 셧다운 기간으로, 생산설비를 점검·보수하고 전문업체를 통해 생산동 전체를 청소한다.

김 이사는 "공장을 쉬지 않고 돌리는 것보다 잠시 멈추더라도 제대로 된 제조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생산을 쉬는 열흘이 아니라 일관된 품질의 매트리스를 만들기 위해 투자하는 열흘"이라고 강조했다.

팩토리움 내 수면연구 R&D센터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품질을 수치로 확인한다. 2007년 문을 연 센터는 소재와 스프링 구조, 내구성, 안전성 등을 시험한다. 시몬스는 지난해 경상연구개발비로 전년보다 21% 늘어난 15억1000만원을 투입했다.

시몬스 테라스 헤라티지 앨리 전경. = 이인영 기자


생산 현장을 빠져나와 시몬스 테라스로 이동하자 공장의 분위기는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 전환됐다. 2018년 9월 문을 연 시몬스 테라스는 잔디광장과 전시·체험시설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누적 방문객은 170만명을 넘어섰다. 연말에는 대형 트리를 설치한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을 선보이며 이천의 대표적인 명소로도 자리 잡았다.

테라스 스토어에서는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비건 인증을 획득한 프리미엄 매트리스 브랜드 'N32'를 소개했다. 브랜드 역사관 '헤리티지 앨리'에는 1870년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시작된 시몬스의 역사와 침대 기술의 변천이 담겼다. 1925년 선보인 뷰티레스트 포켓스프링부터 1995년 볼링공 실험 광고, 2026년 '라이프 이즈 컴포트' 캠페인까지 시대별 자료가 이어졌다.

체험공간에서는 매트리스에 들어가는 스프링과 내장재를 직접 만져볼 수 있었다. 난연 매트리스의 핵심 소재인 '맥시멈 세이프티 패딩'과 화재 시연 영상도 공개됐다. 라돈·토론과 환경표지, 난연, 실내 공기질, 피부 안전성 등 시몬스가 내세운 5대 안전 기준을 소비자가 눈으로 확인하도록 구성했다.

팩토리움이 소비자에게 잘 보이지 않는 제조 기준을 구현하는 공간이라면, 테라스는 그 기준을 역사와 체험으로 풀어낸 공간이었다. 생산량을 조금 덜어내고 공장을 열흘간 멈추면서까지 지키려 한 품질이 고객의 침실과 브랜드 경험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종성 부사장은 "품질은 양심"이라며 "문제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데서 품질 혁신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팩토리움과 테라스를 관통하는 시몬스의 프리미엄은 화려한 수식어보다 보이지 않는 공정과 이를 공개하는 자신감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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