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원·달러 환율이 이틀 연속 1300원대에 장을 마감, 약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1400원선이 깨지자 외환시장에서는 '롱(매수)'에서 '숏(매도)'으로 급격히 돌아서는 양상이다. 미국 재무부의 장기 국채 바이백 확대에 따른 글로벌 달러 약세와 국내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네고) 물량이 겹치면서 환율 하락 압력이 커졌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9일 주간 거래 종가(1397.7원)보다 5.1원 내린 1392.6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는 주간 종가 기준 지난해 9월23일(1392.6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8.7원 내린 1389.0원으로 출발해 장 초반 1384.1원까지 하락했다가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낙폭을 일부 반납했다.
전문가들은 환율을 떠받치던 1400원선이 깨지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수급과 심리가 매도 우위로 돌아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환열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400원이라는 강한 심리적 지지선이 허물어지면서 시장의 포지셔닝이 롱에서 숏으로 급격히 전환되는 양상"이라며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 출회와 역외 숏플레이가 맞물리면서 환율 하락이 추가 달러 매도를 부르는 자기강화적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미 재무부 바이백에 '달러 약세'… 매파 FOMC도 하락세 못 막아
이번 환율 급락의 배경으로는 미국 장기 국채금리 하락에 따른 달러 약세가 꼽힌다. 미 재무부는 최근 30년물(5.3%), 10년물(4.7%) 등 초장기 금리 급등에 대응해 내달 9일부터 오는 11월 일까지 10~20년물과 20~30년물 국채 유동성 지원 바이백 규모를 회당 기존 최대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시장은 이를 재무부가 금리 급등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이에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달러 약세 압력이 커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98선대로 내려왔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 재무부의 바이백 확대는 금리를 하향 안정시켜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달러에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기간 프리미엄 상승은 국채에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한다는 의미로 물가뿐만 아니라 재정에 대한 보상을 포함하는데, 바이백 확대는 미국 정부의 부채 확대와 재정 불안이 인정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의 매파적 스탠스에도 불구하고 재무부의 장기채 바이백 소식이 시장을 압도했다"며 "역외 매도세가 하방 압력을 높이고 있지만, 200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1382원선 부근에서는 저가 매수세가 들어오며 당분간 1380원~1400원대 안팎에서 하단 테스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7월 FOMC 의사록에서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는 매파적 내용이 확인됐다. 일부 위원은 0.25%포인트(p) 금리 인상을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강한 매파적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달러화 약세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 수출 네고·외인 주식 매수 유입…"당분간 내림세 지속 전망"
국내 수급 측면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수출 기업들의 네고 물량이 환율 상단을 강하게 눌렀다. 최근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 관련 달러 유입 △기업 법인세 중간예납 △자사주 매입 정책 등도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1조7068억원을 순매수한 점도 달러 매도를 부추겼다. 하지만 환율이 단기간에 급락한 만큼 결제 및 환전 수요와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하단을 지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단기간에 급락한 만큼 결제·환전 수요와 같이 매달 반복되는 성격의 자금들은 오히려 이 구간을 매력적인 매수 기회로 인식하며 유입될 가능성"이라며 "역내 수급에서 네고 물량에 필적하는 매수세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