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배터리업계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에 밀리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돌파구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정부가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전기를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전략자산으로 제시하면서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대통령 하반기 업무보고를 통해 AI 시대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기국가' 전략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바탕으로 무탄소 전력 공급을 확대하고,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를 뒷받침할 전력망과 용수·자원순환 인프라를 선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기후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100GW 이상으로 늘려 발전 비중을 20% 이상으로 높이는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고, 첨단 산업에 필요한 무탄소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단 방침이다.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1.4%였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 막대한 전력이 투입되는 첨단 산업 인프라에 필수적인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이로 인해 초대용량 전력저장 배터리인 ESS의 역할이 주목받는 상황이다.
대표적 재생에너지로는 태양광과 풍력 등이 꼽히는데, 날씨와 시간대별로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다. 반면 햇볕이 강한 낮이나 바람이 많이 불 때 생산해 둔 전력을 ESS에 저장해 두면 수요가 높을 때 꺼내 쓸 수 있게 된다.
ESS가 최대 수요 전력(피크 전력) 저감, 계통 안정화와 전력 효율화를 책임지는 인프라 자산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시장 확대의 제도적 기반이 넓어지는 ESS는 국내 배터리업계의 전기차 의존도를 낮추고 전력망·산업용 수요까지 흡수할 대안으로 꼽히는 상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은 LG에너지솔루션(8.6%·3위·373220)이 전년 동기 대비 1%포인트 하락했고, SK온(3.1%·8위) 역시 0.9%포인트 떨어졌다. 삼성SDI(006400)는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CATL을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면서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판도가 중국 업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국내 배터리 3사의 입지가 점점 축소되는 모습이다.
업계가 ESS를 돌파구로 삼는 이유다. 특히 국내 배터리 3사는 각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거론된다. ESS 사업은 배터리 셀 공급을 넘어 △프로젝트 개발 △전력망 연계 △운영관리 △수요처 확보 등 에너지 인프라 전반의 역량이 필요해서다.
SK온은 SK그룹이 수십년간 구축해 온 에너지 사업 기반과 산업 인프라를 활용해 초기 레퍼런스를 축적하고, 사업 모델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SK온 모기업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하는 소형모듈원전(SMR) 관련 에너지 포트폴리오는 향후 전력 공급과 저장을 결합한 사업 기회를 넓힐 자산으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유플러스 AI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에 배터리 전력 시스템인 고성능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등 그룹 내 전력 인프라를 바탕으로 초기 적용 경험을 쌓을 수 있을 전망이다. 데이터센터는 전력 품질과 운영 안정성이 핵심이어서 앞으로 UPS를 넘어 전력 효율화나 ESS 수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SDI도 그룹 내 대형 산업 수요처를 기반으로 ESS 사업 기회 확장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활발한 증설이 추진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팹(공장) 등의 대규모 제조시설은 전력 사용량이 많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중요한 만큼 피크 저감이나 비상 대응, 에너지 운영 효율화 측면에서 ESS 활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혁신이 가속할수록 ESS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배터리업계도 든든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사업성을 검증하고 경쟁력을 끌어올려 글로벌 시장에서 재도약해야 할 시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