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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문턱 높아지고 약값은 낮아지고…중소 제약사 '이중고'

상장폐지 요건 강화·제네릭 약가 산정률 인하 잇따라 시행…자금조달·수익성 악화 우려

박선린 기자 | psr@newsprime.co.kr | 2026.08.17 14:25:03
[프라임경제] 올여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굵직한 제도 변화가 잇따르면서 중소 제약사들의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에 대한 상장폐지 요건이 강화된 데 이어 제네릭(복제약) 약가 산정률까지 낮아지면서 자금 조달과 수익성 확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1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행된 상장폐지 제도 개편과 약가 제도 개편은 상대적으로 자금력과 사업 기반이 취약한 중소형 제약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연구개발(R&D) 역량을 키우거나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등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기업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제도 변화가 당장의 수익성과 투자 여력을 떨어뜨려 오히려 중소 제약사의 신약 개발이나 신규 사업 진출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내 전광판. © 연합뉴스


먼저 자본시장에서는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제도 개편이 본격적으로 적용됐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주가와 시가총액 등 상장 유지 요건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일부터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거나 시가총액이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에 미달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가운데 45거래일 연속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이달 12일 기준 주가 또는 시가총액 요건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종목은 36개다. 이 가운데 제약·바이오 기업은 CMG제약(058820), 샤페론(378800), 노을(376930), 랩지노믹스(084650), 에이비온(203400) 등 5곳으로 모두 코스닥 상장사다.

이들 기업은 한때 1000원을 웃돌았지만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관리종목 지정 대상이 됐다. 특히 CMG제약은 올해 초 2천원을 넘었던 주가가 최근 660원대까지 떨어졌다. 미국에서 조현병 치료제 '메조피'의 품목허가를 받은 성과에도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관리종목 지정 이후 일부 기업은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대표적인 방법이 주식 병합이다.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격을 높이는 방식으로,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된 주가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주식 병합만으로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주식 수가 줄어드는 만큼 주당 가격이 올라갈 뿐 시가총액 자체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부터 시가총액 기준이 코스피 500억원, 코스닥 300억원으로 상향될 예정인 만큼 주가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여름 상장폐지 요건 강화에 제네릭 약가 인하까지 잇따르면서 중소 제약사들의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 © 연합뉴스


수익성 측면에서도 중소 제약사들이 넘어야 할 산이 생겼다. 이달부터 시행된 약가 개편으로 제네릭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가진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제약산업의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약가 산정 체계를 손질했다. 핵심은 제네릭과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낮추고,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에는 약가 측면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네릭 약가 산정률은 기존 53.55%에서 45%로 낮아졌다.

정부는 R&D 투자 등을 통해 혁신 역량을 갖춘 기업을 '준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지정하고 약가 우대 등의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수익성이 낮더라도 국민 건강에 필수적인 퇴장방지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업은 '수급안정 선도기업'으로 지정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중소 제약사들이 단기간에 신약 개발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자금과 장기간의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한 만큼 제네릭 판매를 통해 안정적으로 매출을 확보해온 업체일수록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제네릭 시장 자체의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네릭을 무조건 줄이는 방향이 바람직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당시 아세트아미노펜 제네릭 의약품이 안정적인 공급에 기여한 사례처럼 제네릭은 의약품 공급망을 지탱하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결국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 변화를 단순한 비용 부담으로만 받아들이기보다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약과 개량신약 등 R&D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특정 제품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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