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디지털헬스케어 대전환⑥] 예방 의학 시대, 의료기기 미래의 변화 방향

 

송민영 SHMD 대표 | lauren@shmd.io | 2026.08.14 13:15:33
[프라임경제] 의료기기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

과거 의료기기는 이미 발생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초고령 사회와 만성 질환 증가로 인해 앞으로의 의료는 치료보다 '예방'과 '조기 발견'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의료기기 역시 병원 안에서 특정 시점의 상태를 측정하는 장비에서, 일상 속 건강 변화를 감지하는 기기로 진화하고 있다.

필자는 의료기기와 제약 산업의 법률·규제 현장에서 일한 뒤 직접 의료 AI 기업을 운영하면서 이러한 변화를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의료기기가 더 이상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라는 점이다.

웨어러블 기기와 소형 센서는 심전도, 혈압, 혈당뿐 아니라 뇌혈류, 음성, 보행, 수면 등 다양한 생체 신호를 지속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가 축적되면 의료는 한 번의 검사 결과가 아니라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볼 수 있게 된다.

특히 AI와 디지털 바이오마커의 결합은 의료기기의 역할을 더욱 확장시킨다. 병원에서 생성되는 검사 결과가 환자 상태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사진'이라면, 웨어러블 의료기기가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생체 데이터는 환자 상태의 변화를 보여주는 '영상'에 가깝다. AI는 이 연속된 데이터를 분석해 사람이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미세한 변화와 위험 신호를 탐지할 수 있다.

결국 미래 의료기기는 단순히 진단 결과를 출력하는 기기가 아니라,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생성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질병 위험을 예측하는 플랫폼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에 맞춰 규제·보상 체계도 달라져야 한다. AI 의료기기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데이터가 결합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의료기기 규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영역이 생기고 있다. 규제를 단순히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개발 초기부터 필요한 임상 및 인허가 기준을 예측할 수 있도록 명확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수가 체계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의료기기의 가치는 얼마나 정확하게 검사하고 치료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예방 의학 시대에는 질병을 얼마나 조기에 발견했는지, 중증화를 얼마나 줄였는지, 입원과 사회적 의료비를 얼마나 감소시켰는지도 중요한 가치가 돼야 한다.

특히 뇌졸중과 같은 질환은 발생 이후의 치료만큼이나 위험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의 중증 질환을 예방하는 것은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것을 넘어 장기간의 재활과 간병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인프라와 ICT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 의료기기 산업도 단순한 장비 제조를 넘어, 어떤 생체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어떻게 질병 예측과 예방으로 연결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예방 의학 시대의 의료기기는 더 작아지고, 더 가까워지고, 더 지능화될 것이다. 그리고 미래 의료기기의 핵심 질문 역시 달라질 것이다.

'얼마나 정확하게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기술이 앞으로 의료기기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다.

송민영 SHMD 대표/서울대보건대학원 보건정책최고위과정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