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대거 이동했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가계나 기업의 대출금리 상방 압력으로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에는 정기예금뿐만 아니라 금융채 등 다양한 조달 수단이 함께 반영되는데, 최근 기준금리 인상 전후로 시장금리가 다 같이 상승한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승엽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지난달 정기예금 급증(+42조3000억원) 현상이 시중은행의 조달비용을 밀어 올려 가계 대출금리 상승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같이 일축했다.
정기예금 급증으로 은행 조달비용이 늘어 대출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수신 구조 변화만으로 대출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5조4000억원 늘어난 1194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월(+7조6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2조2000억원가량 줄며 증가세가 둔화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수도권 주택 거래 영향이 이어졌음에도 전세거래 감소와 분기 중도금 납부 수요 둔화로 전월(+4조3000억원) 대비 축소된 3조4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전세자금대출(-8000억원)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역시 증시 조정에 따른 주식투자 관련 대출 수요가 줄며 전월(+3조3000억원) 대비 축소된 2조원 증가를 나타냈다.
다만 가계대출의 지속적인 안정화 여부에 대해 한은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차장은 "지난달 들어 가계대출 증가폭이 줄었지만 예년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며 "8·3 세제 개편안과 8·13 주택공급·금융지원 대책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가 이달 이후 대출 수요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향후 흐름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금융기관 수신 시장에서는 대규모 자금 이동이 관측됐다. 부가가치세 납부·기업 자금 이동 등의 영향으로 은행 수시입출식예금은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 감소폭인 80조8000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은행권의 대출재원 확보와 규제비율 관리 노력 등으로 정기예금은 42조3000억원 증가했다.
이 차장은 "지난달 수시입출식예금 이탈은 계절적 요인에 기업 자금의 정기예금 이동 효과가 더해진 결과"라며 "이례적인 금융 불안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 수신에서는 주식형펀드 순자산이 56조2000억원 감소한 데 한은은 실제 자금 유출이 아닌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 착시라고 짚었다.
이 차장은 이와 관련해 "주식형 펀드·파생형 펀드 등에서 담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은 설정액이 아닌 평가손익이 그대로 통계에 집계된다"며 "지난달 증시가 큰 폭으로 조정되면서 평가액이 감축된 것일 뿐, 이를 제외하면 7월 한 달간 주식형 펀드로 11조4000억원, 파생형 펀드로 8조4000억원의 자금이 오히려 순유입됐다"고 말했다.
주식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를 금융안정 측면의 새로운 리스크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기업 자금시장에서는 고금리 여파 속 회사채 시장이 지난달에도 순상환(-1억9000억원)을 이어가며 지난 2023년 4~11월 이후 가장 긴 연속 기록인 '8개월 연속 순상환'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