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병원이 있어도 찾아가기 어렵다면 의료 접근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인도네시아에서 꺼낸 해법은 의료시설을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의료 서비스 자체가 주민을 찾아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기아(000270)의 목적 기반 모빌리티(Purpose Built Vehicle, PBV) 'PV5'가 있다. 사람이나 화물을 옮기는 이동수단을 넘어 진료와 건강검진이 가능한 공간으로 활용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인도네시아 국제 오토쇼(GAIKINDO Indonesia International Auto Show, GIIAS)에서 PV5 카고 롱을 의료용으로 개조한 헬스케어 특화 모델을 공개했다. 올해 말부터 자카르타 인근 스마트시티인 BSD(Bumi Serpong Damai) 시티에서 해당 차량을 활용한 방문 의료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PV5 헬스케어 모델 외장.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이 주목한 것은 BSD 시티의 의료 접근성 문제다. 의료시설이 특정 지역에 몰려 있고, 자가용이 없으면 병원을 이용하기 쉽지 않아 일부 주민들은 진료나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이동부터 해결해야 한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사람이 의료시설을 찾아가는 대신 PV5가 주거단지와 쇼핑몰, 스포츠센터 등을 직접 찾아가 진료와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차량 내부에는 환자용 접이식 침대와 의료용 의자, 심전도 검사 장비 등이 마련됐다. 외부 전원 확보가 어려운 장소에서도 의료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V2L(Vehicle to Load) 기능도 활용한다.
이번 사업은 현대차그룹이 직접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는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PV5 차량과 서비스 전반의 운영을 맡고, 현지 도시개발기업 시나르마스랜드(Sinar Mas Land)는 BSD 시티 내 주거단지와 커뮤니티 시설 등 인프라 활용을 지원한다. 종합병원법인 에카병원(Eka Hospital)은 의료진과 장비, 실제 진료 서비스를 담당한다.
자동차회사와 도시개발사, 병원이 각자의 역할을 결합해 하나의 도시 서비스를 만드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이번 사업은 단순한 의료용 차량 도입과는 성격이 다르다. PV5 자체보다 차량을 중심으로 도시 인프라와 의료 서비스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를 택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를 아세안 시장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로 보고 있으며, 이번 사업을 통해 주거·교통·의료 인프라를 연결한 스마트시티 서비스 모델을 구축한 뒤 다른 아세안 국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도시가 빠르게 확장되는 과정에서는 병원 등 생활 인프라를 모든 지역에 동일한 밀도로 구축하기 어렵다. 이때 필요한 서비스를 차량에 담아 수요가 있는 곳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은 고정된 시설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정호근 현대차그룹 미래전략본부장 부사장은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시장에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며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서 현지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아세안 시장에서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에서 주목할 부분은 PV5 자체보다 의료 서비스를 수요가 있는 곳으로 옮기는 운영 방식이다. 자동차회사와 도시개발사·병원이 각자의 역할을 결합해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으로 서비스를 직접 연결하는 구조다. 자동차가 사람을 옮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필요한 서비스를 사람에게 이동시키는 것, 현대차그룹이 PV5를 통해 그리는 스마트시티의 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