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HMM(011200)의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 눈에 띄는 숫자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전년 대비 26% 감소한 영업이익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 15개월간 집행한 약 10조원의 투자다.
당장 벌어들이는 이익은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투자는 오히려 속도를 내고 있다. 해운 시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HMM이 지금을 선박과 경쟁력을 확보할 시점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HMM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6조1207억원으로 전년 동기 5조4774억원 대비 12%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62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471억원보다 26%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765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2111억원 대비 37% 줄었다.
상반기 전체 숫자만 놓고 보면 수익성이 한풀 꺾인 모습이다. 지난해 상반기 약 15.5%였던 영업이익률은 올해 10.2%로 낮아졌다.
다만 분기 흐름은 다르다. 2분기 매출은 3조40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고, 영업이익은 3541억원으로 52% 증가했다. 직전 1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32% 늘었다. 2분기 영업이익률은 약 10.4%로 계산된다. 상반기 영업이익 감소에도 2분기 들어 회복세가 뚜렷해진 셈이다.
배경에는 운임 반등이 있다. 올해 상반기 평균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957포인트로 지난해 상반기 평균 1701포인트보다 15% 상승했다. 3월 이후 중동전쟁으로 매출 손실과 연료비 등 원가 부담이 발생했지만, 5월 말부터 성수기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되면서 운임이 반등했다.
HMM 역시 비용과 선대 운영 측면에서 대응했다. 중동전쟁 이후 고유가에 대비해 연료비 최적화에 나서는 한편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전략을 기반으로 선대 운영 효율을 높이고 동남아시아 등 신규 수요 확보를 추진했다. HMM이 상반기 영업이익률 10.2%를 유지한 배경으로 운영 효율화를 강조하는 이유다.
HMM이 바라보는 곳은 당장의 분기 실적보다 그 이후에 가깝다. HMM은 2025년 2분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5개월 동안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 하반기에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HMM이 강조하는 것은 '투자 시점'이다. HMM은 최근 투자가 단순한 외형 확대가 아니라 2~3년 뒤 시장을 내다본 선제적 투자라고 설명한다. 글로벌 선박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현재 선박을 조기에 확보해 향후 이익 확대와 지속 성장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결국 지금 비용을 먼저 부담하더라도 선박 가격이 더 높아지기 전에 미래 선박을 확보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HMM은 2025년 2분기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15개월 간 1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 하반기에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 HMM
이 같은 방향은 HMM의 중장기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HMM은 최근 '2030 중장기 전략' 투자 규모를 약 29조원으로 확대했다. 글로벌 톱 티어 선사로 올라서기 위해 선제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관건은 투자 속도와 시황 사이의 균형이다. 당장 3분기 전망부터 녹록지 않다. HMM은 미국 관세와 파나마 운하 및 주요 항만 적체, 중동전쟁 영향 등 공급망 리스크가 계속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업은 운임과 물동량 변화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만큼 대규모 선박 투자는 향후 시황이 뒷받침될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반대로 예상보다 시장이 빠르게 식는다면 확보한 선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HMM의 이번 상반기 실적은 단순히 영업이익 26% 감소나 2분기 영업이익 52% 증가 가운데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 당장의 수익성은 지난해보다 낮아졌지만 2분기 실적은 다시 상승 방향을 그리고 있고, HMM은 이 과정에서 투자를 줄이는 대신 오히려 미래 선박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15개월간 10조원, 2030년까지 29조원. HMM의 투자 방향은 결국 '현재의 실적'보다 '2~3년 뒤 시황'에 맞춰져 있다. 선가가 더 오르기 전에 확보한 선박이 실제 경쟁력과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이번 대규모 투자의 성패를 가를 핵심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