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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라인 멈춘 현대차·파업권 쥔 기아…불편한 노조 리스크

현대차 누적 생산차질 4만2510대·추가 부분파업…기아는 파업권 확보 후 집중교섭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08.13 14:32:05
[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 노사 갈등이 실제 생산 손실로 이어진 가운데 기아(000270) 노동조합까지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 현대차는 여름휴가 직후 파업 강도를 다시 높였고, 기아는 쟁의권을 손에 쥔 채 집중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양사의 대응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의 하반기 국내 생산을 둘러싼 노사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이하 현대차 노조)는 지난 12일부터 추가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12일과 13일 각각 4시간씩 작업을 중단하고, 14일과 18일에는 파업 시간을 각각 6시간으로 늘린다. 지난달 시작된 부분파업이 여름휴가 이후에도 이어지면서 올해 현대차 노사의 임금협상은 장기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생산 차질은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13~15일 각각 2시간, 20~22일과 29~31일에는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였다. 조별 파업 시간을 합산하면 30시간이지만 오전·오후조가 각각 작업을 멈추면서 실제 생산라인 중단 시간은 60시간에 달했다. 토요일 특근 거부 네 차례까지 포함한 생산 차질 추산치는 지난 11일 기준 4만2510대다. 이번 추가 파업에 따른 손실은 포함되지 않았다.

파업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7월 하루 2시간에서 시작된 부분파업은 4시간으로 늘었고, 이달에는 6시간 일정까지 잡혔다. 지난해 7년 만에 파업을 재개한 현대차 노조가 올해 다시 작업 중단에 나서면서 2년 연속 파업도 현실화됐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과정에서 사흘간 부분파업을 벌인 바 있다.

지난 12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오전조 근무자들이 4시간 부분파업으로 일찍 퇴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생산라인은 반복해서 멈추고 있지만 교섭 테이블은 한 달 넘게 열리지 않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8일 15차 교섭에서 잠정합의안 도출에 실패한 이후 공식 교섭을 재개하지 못했다. 여름휴가 기간 실무진 접촉도 이어졌지만 핵심 쟁점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현대차가 마지막으로 제시한 안은 월 기본급 8만9000원 인상과 성과금 350%+1000만원, 주식 15주 지급이다. 현대차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상여금 750%에서 800%로 인상,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계한 최대 65세 정년 연장, 완전월급제 도입, 인공지능(AI) 관련 고용·노동조건 보장 등도 요구안에 담겼다.

협상이 길어지는 핵심에는 임금 인상 폭과 함께 정년 연장과 상여금 인상, 과거 노조 활동 과정에서 해고된 조합원의 복직 문제 등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차는 정년 연장과 해고자 복직 등을 올해 임금협상에서 다루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년 문제는 정치권에서 법제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해고자 문제도 법원 판단이 내려진 사안이라는 논리다. 노조는 장기간 이어진 현안을 이번 교섭에서 정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협상 범위가 임금 인상 폭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도 타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정년과 노동시간, AI·로봇 도입 이후 고용과 소득 보장은 향후 생산현장 운영 방식과 연결된다.

현대차 노조가 요구하는 완전월급제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시급제를 기본으로 임금이 산정되는 생산직 노동자가 자동화 확대에 따라 노동시간이 줄어도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받겠다는 취지다.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투입이 본격화될수록 고용과 임금체계를 둘러싼 노사 간 논의 역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

사진은 지난 7월20일 오전조 직원들이 퇴근한 후 울산시 북구 현대차 울산공장 모습. ⓒ 연합뉴스


현대차에서 생산 손실이 쌓이는 사이 기아도 파업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이하 기아 노조)는 지난달 23일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재적 조합원 대비 82%의 찬성을 얻었다. 투표 참여자를 기준으로 한 찬성률은 92.5%였다. 이어 같은 달 27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합법적인 파업 요건을 갖췄다.

기아는 아직 생산라인을 멈추지 않고 교섭을 이어가는 쪽을 택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1차 쟁의대책위원회에서 부분파업 등 쟁의행위를 일단 보류했고, 특근 거부 권한은 지부장에게 위임했다. 여름휴가가 끝난 뒤에는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집중교섭 일정에 들어갔다.

12일 광주공장에서 열린 7차 본교섭에서는 단체협약 36개 조항을 잠정 추인했다. 노조는 기본급과 성과금, 별도 요구안, 단체협약을 포함한 회사 측 일괄 제시안을 요구했고 기아는 다음 교섭에서 제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3일 오후 소하리공장에서는 8차 본교섭이 이어지고 있다. 

파업권을 확보한 뒤에도 교섭 창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산 중단을 이미 반복하고 있는 현대차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번 집중교섭에서 회사 측이 어느 수준의 일괄 제시안을 내놓고 노조가 이를 받아들일지가 향후 쟁의행위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

기아 노조의 요구안도 임금과 성과배분, 노동조건을 폭넓게 담고 있다.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전년도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을 비롯해 정년 65세 연장과 주 4.5일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 1인당 자사주 246주 지급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약 4000만원 규모다.

현대차와 기아의 요구안에서는 공통된 흐름도 확인된다. 양사 노조 모두 높은 수준의 성과배분을 요구하는 동시에 정년과 노동시간, 고용안정까지 협상 의제로 올렸다. 최근 수년간 완성차업체가 기록한 실적에 대한 성과배분 요구와 AI·자동화 확산 이후 노동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가 올해 협상 테이블에서 함께 나타나고 있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 EV5 생산라인. ⓒ 기아


기아에는 5년간 이어온 무분규 기록도 걸려 있다. 기아 노사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단체협상을 마쳤다. 지난해에는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성과격려금 450%+1600만원, 주식 53주 지급 등에 잠정 합의하면서 생산 중단을 피했다. 올해 실제 쟁의행위에 들어가면 5년간 이어진 무분규 흐름도 끊긴다.

노사 갈등의 파급력이 커지는 데는 최근 경영환경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차·기아 모두 매출 규모는 커졌지만 수익성 관리 부담은 남아 있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 49조2153억원의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850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8% 감소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부품사 화재에 따른 생산 차질 등이 영향을 미쳤다. 기아 역시 같은 기간 33조370억원의 분기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2조6285억원으로 4.9% 줄었다. 국내·서유럽 인센티브 확대와 환율 상승에 따른 판매보증충당금 증가 등이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관세와 원자재 가격, 글로벌 경쟁 등 대외 경영 변수에 국내 생산 중단까지 반복되면 하반기 생산계획과 수익성 관리 부담은 더 커진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달 파업과 특근 거부로 4만2510대의 생산 차질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추가 파업분이 더해지면 손실 규모도 확대된다. 완성차 생산 일정에 맞춰 움직이는 부품 협력사 역시 파업이 길어질수록 납품과 가동계획을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제 변수는 기아다. 현대차는 이미 생산 손실이 누적된 가운데 파업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기아는 파업권을 확보한 뒤에도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집중교섭에서 접점을 찾지 못해 기아까지 작업 중단에 나설 경우 2021년부터 이어온 5년 연속 무분규 기록이 끊기는 동시에 현대차그룹 국내 완성차 생산의 두 축이 함께 노사 갈등의 영향을 받게 된다.

현대차에는 한 달 넘게 멈춘 공식 교섭 재개가, 기아에는 임금과 성과배분을 둘러싼 일괄 제시안의 접점 마련이 남아 있다. 이미 현대차에서 4만대가 넘는 생산 차질이 발생한 상황에서 기아까지 멈출 경우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생산라인이 동시 차질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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