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미약품(128940)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복잡해지고 있다.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상속세와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싸고 시작된 오너 일가의 갈등이 한 차례 정리되는 듯했지만,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손잡았던 주주들 사이의 갈등이 법적 공방과 지분 경쟁으로 이어지면서다.
최근에는 회사 자산 사적 유용 의혹까지 불거지며 경영권을 둘러싼 주주 간 갈등과 회사 내부 이슈가 동시에 부각되는 모습이다.
◆'4자 연합' 균열 속 내부 갈등…회사 측은 전문경영인 체제 강조
최근 논란의 한 축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일가의 법인카드 및 회사 자산 사적 유용 의혹이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일가의 법인카드 및 회사 자산 사적 유용 의혹을 제기한 김태호 전 큐어세라퓨틱스 대표. = 박선린 기자
의혹을 제기한 김태호 씨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보 배경을 설명했다. 김 씨는 송 회장 일가가 법인카드를 백화점 명품관과 고가 의료기관 등에서 사용하고 법인 차량과 골프·콘도 회원권 등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씨는 1996년 한미약품에 입사해 무역부와 비서실 등에서 약 3년간 근무했다. 자신이 임성기 선대 회장을 단순히 보좌한 것이 아니라 비서실에서 근무했으며, 당시 최우수사원으로 선정돼 격려금을 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제보 이후 자신을 특정 세력과 연결하려는 회사 측의 여론전이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김 씨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과의 연계설을 부인하면서 제보 목적이 한미그룹의 경영 개선과 준법경영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그룹은 의혹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법인카드 사용은 임직원 복리후생이나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며, 회사 자산 역시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관리됐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공방과 별개로 한미그룹은 현재의 경영 체제가 경영권 분쟁과 분리돼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는 김재교 대표이사, 핵심 사업회사인 한미약품은 황상연 대표이사가 각각 경영을 맡고 있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최근 회사 안팎으로 소동이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회사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게 두 전문경영인의 생각"이라며 "과거에 함몰돼 회사의 미래를 막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전문경영인 체제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판단·실질 의결권이 향후 경영권 구도 좌우
경영권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지면서 향후 승부처도 단순한 지분율보다 주주 간 계약의 효력과 실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에 맞춰지고 있다.
여기에 환매조건부 거래를 통해 외부로 이동한 지분의 향방도 변수로 남아 있다. 양측이 제시하는 우호지분에는 해당 지분이 포함돼 있지만, 실제 의결권을 누가 행사할 수 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결국 명목상 지분율과 실제 주총에서 행사 가능한 의결권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상속세와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싸고 이어진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갈등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한미약품
결국 향후 한미그룹의 지배구조는 법원의 계약 위반 및 위약벌 판단, 환매조건부 지분의 실제 의결권 귀속, 추가적인 지분 이동이라는 세 가지 변수에 달려 있다. 양측 모두 30%대 중후반의 우호지분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단순 지분율만으로 어느 한쪽의 우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특히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의 표심까지 고려하면 향후 주주총회에서 실제 의결권이 어떻게 결집하느냐가 경영권 향배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장기간 이어진 한미그룹의 경영권 갈등이 이제는 오너 간 지분 경쟁을 넘어 계약과 의결권의 실질적 귀속을 둘러싼 싸움으로 전환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