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익출 한국우리밀농협 조합장이 '2026년 국산밀 정부비축 매입사업' 수매를 앞두고 국산밀의 품질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 한국우리밀농협
[프라임경제] 한국우리밀농협이 2026년 국산밀 정부비축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만 3년 연속 이어진 생산량 감소는 기후변화가 국내 농업 생산기반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으로 현실화했음을 보여줬다.
식량안보를 국가 핵심 전략으로 재정립하고 우리밀을 비롯한 국산 농산물 자급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범국가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우리밀농협은 지난 7월13일부터 진행한 2026년 국산밀 정부비축 매입사업을 8월7일 마무리하며 총 1948톤의 국산밀 수매와 상차를 완료했다. 올해는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서 검사와 상차 작업이 이어졌지만 관계기관과 조합 임직원, 조합원들의 협력으로 정부비축 물량을 차질 없이 처리했다.
안정적인 정부비축 이행은 국내 밀 수급 안정과 식량 공급망 유지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사업 완료의 성과 이면에는 국내 밀 산업이 직면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올해 국산밀은 뚜렷한 자연재해가 없었음에도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 수확 시기는 평년보다 2~3일 앞당겨졌고 단백질 함량도 예년보다 낮아졌다. 농가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생육 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었고, 생산성 저하에 따른 경영 부담도 한층 커졌다.
김태완 한국우리밀농협 상무이사는 '반복된 겨울철 이상고온'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겨울철 기온이 오르내리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생육 리듬이 불안정해졌고, 습해로 약해진 뿌리에 5월 강한 일사량이 더해지면서 겉마름 현상이 발생했다.
결국 생육 장애가 단백질 형성 저하와 조기 수확, 수량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기후변화가 단순한 기상 이변을 넘어 농업 생산성과 농가 소득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품질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사이로 정선 과정을 거치면서 이물질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강우량이 적어 붉은곰팡이병 피해도 없었다. 알곡의 충실도를 나타내는 용적중 역시 1등급 기준을 충분히 충족했다. 새 톤백 사용과 중량 관리 등 조합원들의 품질관리 노력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생산량은 줄었지만 품질 경쟁력은 유지하며 국산밀 산업의 경쟁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생산 기반은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다. 3년 연속 이어진 생산량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기후 리스크가 상시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생산 기반이 흔들리면 정부비축은 물론 국내 밀 자급률과 식량 공급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국제 곡물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산 농산물 생산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식량안보와 경제안보를 동시에 지키는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천익출 한국우리밀농협 조합장은 "폭염 속에서도 전 직원이 힘을 모아 정부비축사업을 무사히 마무리했다"며 "하지만 3년 연속 이어진 생산량 감소로 조합원들의 어려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상이변이 일상이 된 만큼 단순한 피해 지원을 넘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농업정책과 실효성 있는 지원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완 상무이사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품종 개발과 재배기술 고도화, 농업재해 대응체계 구축, 정부비축 확대, 농가 경영안정 지원을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밀을 비롯한 국산 농산물 소비 확대와 자급률 제고를 국가 전략으로 추진해야만 국제 곡물시장 변동성과 공급망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기후변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농업을 미래 성장산업이자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우리밀과 국산 농산물의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자급률을 높이는 일은 농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국가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한 필수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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