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이 글로벌 화장품 산업의 시장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추는 파격적인 규제 완화책을 전격 발표했다. 이에 중국 진출에 난항을 겪던 K-뷰티 기업들에게 커다란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이 글로벌 화장품 산업의 시장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추는 파격적인 규제 완화책을 전격 발표했다. 신제품의 중국 최초 출시 유도와 더불어 다른 국가와 동시에 출시·유통되는 경우에도 '중국 최초 출시 확약서'만으로도 허가나 등록을 진행할 수 있게 했다.
NMPA는 지난 7월28일 해당 내용을 골자로 하는 '화장품 허가·등록 관련 사항에 관한 공고'(2026년 제70호)를 발표하고 공고일부터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공고는 지난해 11월 발표된 '국가약품감독관리국 화장품 감독관리 개혁 심화 및 산업의 고품질 발전 촉진에 관한 의견'의 후속 조치다. 화장품 허가·등록 개혁 방향을 규범성 문서로 구체화했다.
이에 그동안 복잡한 행정 절차와 엄격한 인증 비용으로 중국 진출에 난항을 겪던 K-뷰티 기업들에게 커다란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 "한국 출시 안 거쳐도 된다"…신제품 '글로벌 동시·최초 출시' 가능
기존에는 수입 화장품을 중국 시장에 등록·허가하기 위해 제조국이나 원산지에서 이미 출시돼 판매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Free Sales Certificate 등)를 반드시 제출해야 했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한국 시장 출시 후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지나서야 중국 시장에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공고에 따라 국제 신제품을 중국에서 최초 출시하거나 글로벌 동시 출시할 경우 '중국 최초 출시 확약서' 제출만으로 원산지 판매 증명서 제출이 면제된다. 아울러 정식 제품 포장이 아닌 디자인 시안(렌더링)으로도 허가 신청이 가능해졌다.
즉, 신제품 반응 속도가 빠른 K-뷰티 트렌드를 중국 시장에 시차 없이 즉각 투입할 수 있게 됐다. 한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타임투마켓(Time-to-Market) 경쟁력이 극대화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미 허가·등록된 수입 제품을 중국 내 생산으로 전환하거나 중국산 제품을 국외 생산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도 이점이 주어진다. 허가인·등록인·제품명·처방과 적용 기준에 실질적 변경이 없다면 독성학 시험, 인체 안전성 시험, 안전성평가, 효능평가 보고서를 기존 자료 그대로 공용할 수 있다.
다만 미생물 및 이화학 시험은 새로 실시해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기존 허가증·등록증빙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생산지를 이전하는 경우 기존 제품을 먼저 말소한 뒤 재신청해야 하고, 생산기업을 추가하는 경우에는 동일 제품명을 유지하되 기존 허가·등록번호를 기재해야 한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은 '화장품 허가·등록 관련 사항에 관한 공고'(2026년 제70호)를 발표하고 공고일부터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퍼머·미백·신원료 제품 동물시험 '전격 면제'…비용·시간 장벽 '해소'
중국은 그동안 비동물시험 인정 범위를 점진적으로 넓혀왔으나, 특수화장품이나 신원료를 사용한 제품에는 여전히 동물시험 등 엄격한 독성학 시험 자료를 요구해왔다.
이번 개혁안에서는 △퍼머 제품 △비산화형 염모제 △물리적 차폐 방식의 미백 제품 △신원료 적용 일반화장품에 대해 제조시설의 GMP 자격 증명과 안전성 위해평가 결과가 입증되면 독성학 시험보고서 제출을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독성학 시험은 비용 부담이 크고 검사 기간이 길어 중소 K-뷰티 브랜드의 주요 장애물로 작용해 왔다. 이번 면제 대상 확대로 한국 기업들은 인증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수천만 원에 달하는 제품당 등록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 색조·향수 라인업 확장 '청신호'…처방 유사 제품 시험자료 공용 허용
립스틱, 아이섀도, 쿠션 등 색조화장품이나 다양한 향을 보유한 제품군은 컬러(착색제)나 향료만 약간씩 다르고 기본 처방 구조는 유사한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색상이나 향이 다를 때마다 개별 제품별로 각각 △미생물·이화학 시험 △독성학 시험 △효능 평가를 수행해야 해서 품목 수(SKU) 확장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됐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동일 브랜드 내에서 착색제 △향료 △pH 조절제 △증점제 등 일부 성분 비율만 다른 '처방체계 유사 제품'의 경우 대표 제품 1개의 시험 보고서와 효능 평가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다품종 소량 생산 및 다채로운 컬러 라인업 구축에 강점을 가진 한국 색조 브랜드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대규모 품목들을 중국 시장에 한 번에 등록·출시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됐다.

한국 색조 브랜드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대규모 품목들을 중국 시장에 한 번에 등록·출시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됐다. ⓒ 연합뉴스
◆ K-뷰티, 중국 시장 재도약의 전환점 맞이하나
이외에도 NMPA는 원료 제출코드 기재 의무를 폐지하고 기업 자체 비치 보관으로 전환했으며, 경내책임자(중국 내 법적 책임자) 변경 시 기존 책임자의 인감 동의서 제출 절차를 단순화하는 등 행정적 걸림돌을 대폭 제거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NMPA의 발표는 단순한 절차 간소화를 넘어 글로벌 화장품 기업의 중국 진출 문턱을 대폭 낮추겠다는 강력한 의지"라며 "특히 기술력과 신제품 기획 속도가 빠르고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한 한국 화장품 기업들에게 진입 장벽 완화의 실질적 혜택이 집중될 것"이라고 짚었다.
국내 화장품 업계가 이번 중국 규제 완화라는 정책적 호재를 활용해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재확립하고 수출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