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CJ대한통운(000120)이 자율주행 화물운송의 무대를 고속도로에서 도심으로 옮긴다. 일정한 속도로 장거리를 이동하는 간선도로 실증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교차로와 보행자, 돌발 정체가 뒤섞인 도심 물류 현장에 11.5톤 화물차를 투입한다.
자율주행 차량이 도심 도로를 달릴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기술 실증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화물을 싣고 정해진 시간에 물류터미널을 오가는 운영 체계까지 검증한다는 점에서 자율주행 화물운송의 상용화 가능성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CJ대한통운은 대구광역시, 지능형자동차부품연구원과 협력해 오는 10월부터 대구권 미들마일 구간에서 자율주행 화물운송 사업을 운영한다고 6일 밝혔다.
9월 테스트 운행을 통해 운행 스케줄 준수 여부와 안전성을 점검한 뒤 10월부터 실제 화물을 운송한다. 시범운행은 2027년 상반기까지 이어진다.
차량은 대구권에 위치한 CJ대한통운 서브터미널 4곳을 순환한다. 터미널 간 거리는 최소 4.2㎞에서 최대 26㎞다. 고속도로 중심 장거리 운송과 비교하면 거리는 짧지만 주행 난도는 높다.
운행 구간에는 신호교차로와 차선변경 구간이 포함돼 있고 승용차와 이륜차, 보행자 움직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교통량과 신호 주기에 따라 운행시간의 편차가 커질 수 있어 차량 제어 능력과 물류 스케줄 관리 역량을 함께 요구한다.

CJ대한통운 택배상품 운송 화물차량. ⓒ CJ대한통운
이번 사업의 핵심도 자율주행차가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느냐보다 정해진 시간에 반복 운행할 수 있느냐에 맞춰져 있다. 물류 현장에서는 한 차례의 운행 성공보다 배차 계획과 상·하차 시간, 터미널 작업 일정에 맞춘 안정적인 반복 운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이미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화물운송 경험을 쌓았다. 2024년 3월부터 약 1년 동안 자율주행 스타트업 마스오토와 인천~옥천 218㎞ 구간을 운행했다. 주간과 야간은 물론 비와 눈 등 기상 변화에 따른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며 장거리 간선운송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대구 시범사업은 당시 확보한 기술과 운영 경험을 도심 구간으로 확장하는 후속 단계다. 고속도로 실증이 차선 유지와 장거리 주행 안정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도심 운행에서는 신호 인식과 돌발 상황 대응, 시간대별 교통량 변화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다.
사업 성패를 가를 기준도 주행거리보다 운영 완성도에 있다. 운행 중 개입 빈도와 도착시간 편차, 차량 가동률, 장애 발생 시 대응시간 등이 기존 화물운송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와야 물류 현장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비용 경쟁력도 함께 검증해야 한다. 자율주행 차량 도입비와 관제 시스템 운영비, 안전관리 인력 등을 고려하면 초기에는 기존 운송 방식보다 높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반복 운행을 통해 차량 가동률을 높이고 관제 효율을 확보해야 투자비를 상쇄할 수 있다.
대구권 서브터미널을 연결하는 고정 노선은 이런 검증에 적합한 환경이다. 출발지와 목적지, 운행시간이 비교적 일정해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축적할 수 있고,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원인을 분석하기도 수월하다.
CJ대한통운이 보유한 전국 물류 네트워크는 향후 확장 과정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정 구간에서 운행 안정성과 경제성을 확보하면 유사한 구조를 가진 다른 터미널 노선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어서다.
지자체와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도 자율주행 물류 사업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심 화물차 운행은 차량 기술뿐 아니라 도로 인프라와 교통관리, 운행 허가가 맞물려야 하는 영역이다. 실제 운행 데이터를 축적할수록 안전 기준과 운영 규정을 구체화할 여지도 커진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국내 물류업계에서 가장 먼저 자율주행 화물운송 운영 경험을 축적한 데 이어 보다 난도가 높은 도심 미들마일 환경으로 적용 범위를 확장하게 됐다"며 "전국 물류 네트워크와 운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물류 상용화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진행되는 이번 실증은 자율주행 화물차의 기술 수준만 평가하는 사업이 아니다. 자율주행 차량이 실제 물류망의 시간표와 작업 흐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도심에서도 안정적인 반복 운행과 경제성을 입증한다면 자율주행 화물운송은 실증 단계를 벗어나 실제 물류망에 편입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