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에서 SK하이닉스가 극소량 거래로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국내 현물시장의 가격 왜곡이 해외 파생상품 강제청산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챗GPT 생성 이미지
[프라임경제]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 프리마켓에서 SK하이닉스(000660)가 극소량 거래만으로 또다시 하한가에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달 단 1주의 하한가 체결이 해외 파생상품 시장에서 800억원대 포지션 강제청산으로 번진 지 불과 8거래일 만이다.
이상 체결 이후 주가는 빠르게 정상화됐지만, 유동성이 부족한 프리마켓에서 형성된 극소량 체결가가 해외 파생상품의 기준가격으로 활용되면서 충격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NXT 프리마켓 개장 직후 SK하이닉스 11주가 전 거래일 종가 166만8000원 대비 29.97% 내린 116만8000원에 체결됐다.
하한가로 시초가가 형성된 직후 동적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해 2분간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 재개 후 매수 호가가 유입되면서 주가는 낙폭을 3~4%대로 빠르게 줄였다.
같은 현상은 지난달 28일에도 발생했다. 당시 SK하이닉스 1주가 전 거래일 종가 181만6000원보다 29.99% 낮은 127만2000원에 체결됐다. 현물가격은 곧바로 170만원대로 회복했지만, 해당 체결가가 해외 온체인 파생상품의 가격 산정에 반영되면서 문제가 커졌다.
SK하이닉스 무기한선물을 운영하는 트레이드엑스와이지(Trade.xyz)는 국내 원화 표시 주가를 달러로 환산해 오라클 가격을 산출한다. NXT의 하한가 체결가가 반영되자 해당 상품 가격은 약 17.9% 급락했고, 롱 포지션 5740만달러가 강제청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환율 기준 약 800억원대 규모다.
박성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가격 하락폭이 아니라 시장 간 연결 과정에서 발생한 충격의 확산효과"라며 "기초자산 시장에서의 한 주 가격 왜곡이 레버리지와 자동청산 구조를 거치면서 대규모 포지션 정리로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 1주도 시초가로…접속매매가 만든 '가격 착시'
극소량 거래로 상·하한가 시초가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NXT 프리마켓의 접속매매 방식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규시장은 개장 전 일정 시간 주문을 모은 뒤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하나의 균형가격으로 시초가를 정한다. 반면 NXT 프리마켓은 오전 8시 개장과 동시에 매수·매도 호가가 일치하면 주문을 즉시 체결한다.
개장 직후에는 호가가 충분히 쌓이지 않아 1주나 수십 주만으로도 가격제한폭 부근에서 거래가 성립할 수 있다. 실제 지난 5일 삼성전기와 알테오젠도 각각 단 1주 거래로 상한가 시초가를 형성했다.
현재 적용되는 동적 VI도 첫 번째 이상 체결을 사전에 막지는 못한다. 동적 VI는 직전 체결가 대비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급변한 뒤 작동하기 때문에 개장 첫 거래가 이미 하한가에서 이뤄지면 해당 가격으로 시초가가 먼저 결정된다.
이번 사례는 거래 규정상 유효하게 체결된 가격과 기초자산의 가치를 대표하는 가격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보여준다. 거래 수량과 호가 깊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형성된 1주 또는 11주의 체결가를 시장 전체의 공정가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극단적인 시초가가 거래 화면에 그대로 표시되면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한 가격 변동을 실제 악재나 호재로 오인할 수 있다. 하한가 기록은 정규장 개장 전 공포 매도를, 상한가 기록은 추격 매수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 현물 오류가 해외 청산으로…오라클 검증도 '구멍'
해외 파생상품의 가격 연동 시스템도 청산 충격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트레이드엑스와이지의 오라클에는 가격 변동 속도를 제한하는 장치가 있었지만, 거래 수량이나 거래대금이 극히 적은 이상가격 자체를 걸러내지는 못했다.
잘못된 현물가격이 수초 간격으로 반복 반영되면서 무기한선물 가격의 낙폭이 누적됐고, 투자자들이 대응하기 전에 자동청산 시스템이 작동한 것이다.
박 연구원은 "현재의 가격 제한은 오라클 충격의 속도를 낮추는 장치이지만 잘못된 가격의 반영 자체를 차단하는 장치는 아니다"며 "단일 체결이 정상적인 시장가격인지 판단하려면 가격 외에도 거래 수량과 거래대금, 호가 깊이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프리마켓 가격을 파생상품 기준가격으로 활용할 경우 최소 체결 수량과 거래대금 요건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일 체결가보다는 복수 시장 가격의 중앙값이나 일정 시간 가중평균가격을 활용하고, 정규장보다 유동성이 낮은 프리마켓에는 별도의 반영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NXT는 내달 14일부터 정적 VI를 도입할 예정이다. 전일 종가나 기준가격 대비 주가가 10% 이상 변동할 경우 즉시 체결하지 않고 2분간 단일가매매로 전환해 추가 주문을 모으는 방식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개장 직후 극소량 주문이 곧바로 상·하한가에 체결되는 사례는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현물시장의 체결 구조만 개선해서는 해외 파생상품의 가격 왜곡 위험까지 모두 해소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적 VI가 도입되면 프리마켓 개장 직후 발생하는 극단적인 체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국내에서 유효하게 체결된 가격이라도 거래량과 호가가 부족하면 해외 파생상품의 기준가격으로는 대표성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현물시장과 오라클 양쪽에 검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주식의 거래시간이 확대되고 해외 24시간 파생상품과의 연결도 빨라진 만큼 한 시장의 일시적인 가격 오류가 다른 시장의 대규모 청산으로 번지지 않도록 시장 간 안전장치를 함께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