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가 13년 만에 제네릭(복제약) 약가를 인하하고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기준도 대폭 강화하는 등 제약산업 체질 개선에 나섰다.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해 혁신 신약과 필수의약품 지원을 확대하고 연구개발(R&D) 중심의 산업 구조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업계는 규제 강화에 걸맞은 실질적인 지원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6일 보건복지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개정 고시를 시행했다. 지난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한 약가제도 개선 방안의 후속 조치다.
개편안에 따르면 제네릭과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기본 약가 산정률은 기존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에서 45%로 낮아졌다. 예를 들어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이 1000원이라면 기존에는 제네릭 약가가 최대 535.5원까지 인정됐지만 앞으로는 450원까지만 인정된다.

서울 한 약국에서 약사가 약을 정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존 등재 의약품은 시장 충격을 고려해 등재 시기에 따라 2036년까지 약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또한 자체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실시와 등록 원료 사용 등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에는 더 낮은 약가가 적용된다. 동일 성분 제제가 13개를 넘는 경우 후발 제네릭의 약가를 추가 인하하는 계단식 약가 제도도 강화했다.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약 1조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확보된 재원은 혁신 신약과 희귀질환 치료제, 필수의약품 지원 확대에 활용할 계획이다.
환자 부담도 일부 줄어들 전망이다. 복지부는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연간 약제비 부담이 약 2만1000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도 기존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단축할 방침이다.
약가 개편과 함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도 손질했다. 복지부는 최근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공포하고 R&D 투자 기준을 일괄 상향했다.
직전 3개년 평균 매출 1000억원 미만 기업은 R&D 투자 비율 기준이 기존 7%에서 9%로 높아졌고 최소 투자액도 50억원에서 70억원으로 상향됐다.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은 기준이 5%에서 7%로 강화됐으며, 미국 cGMP 또는 유럽 EU-GMP 등 선진 품질관리 기준을 충족한 기업 역시 기존 3%에서 5%로 기준이 높아졌다.

지난 3월10일 제약바이오업계가 약가 인하 개편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 프라임경제
정부는 이번 제도 개편이 제네릭 난립을 줄이고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투자를 유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규제 강화만으로는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네릭 중심의 영업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약가 인하와 혁신형 인증 기준 강화라는 규제만으로는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를 이끌기 어렵다. 세제 지원과 R&D 자금 지원 등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소폭 인하 품목까지 모두 반품과 정산 대상이 될 경우 행정·물류 비용이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를 상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환자단체는 개혁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단계적 적용 기간이 길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네릭 난립의 원인으로 꼽혀온 리베이트 관행 개선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가 약가 개편과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 개편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제약산업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규제 강화와 함께 연구개발을 뒷받침할 실질적인 지원책도 병행돼야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