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동일 브랜드 가맹점주의 10% 이상이 가입한 단체에 가맹본부와 거래조건을 협의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가 연말 시행된다.
정부는 가맹점주의 협상력을 높이고 본부와 점주 간 힘의 불균형을 완화한다는 취지지만, 프랜차이즈업계는 대표성이 부족한 단체가 난립해 분쟁이 상시화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와 등록 단체에 대한 가맹본부의 협의 의무를 구체화한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 고시 제정안을 입법·행정예고한다고 3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개정된 가맹사업법의 후속 조치다. 개정 가맹사업법과 시행령·고시는 오는 12월3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점주 10%·최소 30명 모이면 단체 등록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동일한 영업표지를 사용하는 전체 가맹점주 가운데 10% 이상 또는 1000명 이상이 가입한 단체는 공정위에 가맹점사업자단체로 등록할 수 있다.
다만 가입자 수가 최소 30명 이상이어야 한다. 가맹점이 30개 미만인 소규모 브랜드는 등록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점주단체 등록과 변경 등록 업무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담당한다. 단체는 등록 신청 시 정관이나 운영 규정, 가입신청서, 구성원 명부 등을 제출해야 한다. 공정위는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등록 여부를 심사하며 부득이한 경우 심사 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다.
등록 단체가 가맹본부에 거래조건 변경을 요청하면 본부는 14일 이내에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14일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협의 대상에는 가맹계약서 기재사항과 광고·판촉행사 관련 사항 등이 포함된다. 가맹본부는 원칙적으로 두 차례 이상 회의를 열어야 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받을 수 있다.
협의 과정에서 작성한 회의록은 3년간 보관해야 한다. 협의가 끝난 뒤에는 14일 이내에 협의에 참여하지 않은 가맹점주에게도 결과를 알려야 한다.
공정위는 가입률 10%만으로 단체 등록을 허용하면서 제기될 수 있는 대표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절차도 마련했다.
등록 단체의 가입률이 30% 미만이면 협의 주제와 단체 의견, 의견 제출 방법 등을 미가입 가맹점주에게 알리고 별도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가맹본부는 동일 브랜드에 복수의 등록 단체가 있을 경우 다른 단체에도 협의 참여를 요청할 수 있다.
반복적인 협의 요청을 제한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한 차례 협의를 마친 단체는 동일한 주제에 대해 180일 동안 다시 협의를 요청할 수 없다. 별개의 주제에 대해서도 60일 동안 추가 협의가 제한된다. 전체 가맹점이 100개 미만인 브랜드는 이 기간이 90일로 늘어난다.
공정위는 등록 문턱을 낮춰 가맹점주의 실질적인 협의 기회를 보장하는 동시에 의견수렴과 재협의 제한 절차를 통해 단체 난립과 무분별한 협의 요청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 "10%로는 대표성 부족"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시행령 개정안의 전면 재검토와 재입법예고를 요구했다.
협회는 전체 가맹점주의 10%만으로 단체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한 기준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했다. 동일 브랜드 안에 여러 점주단체가 만들어질 경우 단체별 요구가 충돌하고 협의 결과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등록 단체와 가맹본부의 협의 결과가 다른 단체나 미가입 점주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 만큼 전국 매장에서 상품과 서비스, 가격, 운영 기준을 통일해야 하는 프랜차이즈 사업모델과 충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협회는 "대표성이 없는 10% 단체와의 협의 결과는 나머지 90% 가맹점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없다"며 "복수 단체 간 갈등과 점주 분열, 반복적인 협의와 분쟁이 상시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협의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맹계약서 기재사항 전반과 광고·판촉행사뿐 아니라 필수품목 가격과 점포 운영 기준, 교육·지원 등 본부의 주요 경영 판단까지 협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복수의 점주단체가 서로 다른 요구를 제시할 경우 신제품 개발과 투자, 마케팅 관련 의사결정이 늦어져 브랜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일 주제의 재협의 제한기간을 180일로 정한 데 대해서도 부담을 호소했다. 6개월마다 같은 사안에 대한 협의가 반복되면 가맹본부가 연중 협의 대응에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점주단체와 가맹본부를 적법하게 대리하는 제3자의 협의 참석을 허용한 조항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협회는 외부 대리인이 협의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원가 구조와 공급망, 신제품·마케팅 전략 등 영업비밀이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협회는 △단체 등록 요건을 전체 가맹점의 35~50% 수준으로 상향 △협의 대상에서 본부 고유의 경영 사항 제외 △동일 주제의 재협의 제한기간을 1년 이상으로 연장 △외부 대리인의 자격과 비밀유지 의무 명확화 등을 요구했다.
협회 관계자는 "본부와 점주 간 동반성장이라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프랜차이즈 산업의 통일성과 경영 안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현장 의견을 반영해 등록 요건과 협의 절차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 달 14일까지 입법예고하고, 단체등록 고시 제정안은 이달 24일까지 행정예고한다. 이후 이해관계자 의견을 검토해 연내 시행령 개정과 고시 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