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인력과 비용을 유연하게 운영하기 위해 정규직 채용보다 프리랜서, 위탁계약, 용역 등 다양한 형태로 인력을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개발 외주, 콘텐츠 크리에이터, 판매 파트너 등 근로계약서가 아닌 용역계약서나 위탁계약서를 쓰는 관계가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흔하다.
이런 계약은 대개 기간을 정해두고, 사업이 잘 안 풀리거나 관계가 틀어지면 재계약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관계를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한 스타트업이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 온 영업 담당자에게 이번에는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해보자.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을 해고한 것이 아니라 정해진 계약기간이 끝났을 뿐이다.
그런데 노동위원회가 재계약 거절에 위법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원직복직을 명했고, 회사가 이를 다투는 동안 당초 계약기간까지 모두 지났다면 어떻게 될까. 회사는 이제 계약 자체가 끝났으므로 복직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최근 대법원은 계약기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확정된 원직복직 명령의 이행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026년 6월5일 선고 2024도17987 판결이다.
사건의 당사자는 자동차 판매대리점 대표와 카마스터였다. 카마스터는 판매대리점주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자동차 판매, 수금, 채권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판매원이다.
대리점 대표는 2012년부터 카마스터와 계약을 갱신해 왔다. 마지막 판매용역계약의 만료일은 2019년 1월15일이었는데, 대표는 계약 만료 하루 전인 1월14일 계약기간 만료를 통보하고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이후 노동위원회는 계약 해지에 위법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고, 대리점 대표에게 판매용역계약 해지를 취소한 뒤 카마스터를 원직에 복직시키라고 명령했다. 대표는 재심과 행정소송을 통해 구제명령을 다퉜지만 패소했고, 2022년 구제명령이 최종 확정됐다.
그런데도 대표는 복직시키지 않았다. 신원보증보험증권 등 서류 제출을 조건으로 내세우며 실제 업무 복귀에 필요한 '영업판매코드(사번)' 발급을 미뤘고, 결국 확정된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대표는 구제명령이 확정된 2022년 6월11일 시점에는 이미 계약기간이 2019년 1월15일 만료돼 계약관계 자체가 소멸했으므로 복직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려면 신원보증보험증권과 신원보증서류가 필요했는데, 카마스터가 이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복직시키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고, 대표가 항소·상고했지만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원심 판단이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이 "구제명령을 받아도 그게 자동으로 계약을 갱신시키는 효력, 즉 사법상 효력은 없지 않느냐. 어차피 계약기간도 다 지났는데 무엇을 더 이행하라는 것이냐"는 대표의 주장을 어떻게 판단했는지가 흥미롭다.
대법원은 계약기간이 만료될 무렵 이뤄진 계약 갱신 거절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원직복직 명령이 내려진 경우, 그 명령은 갱신 거절 자체가 효력이 없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원직복직 명령에는 당초 계약기간이 만료된 뒤라도 다시 업무에 복귀시키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가 계약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복직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게 된다. 즉 "계약기간이 끝났으니 이제 와서 복직시킬 의무도 없다"는 항변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이다.
이 판결의 의미는 모든 기간제 계약이 자동으로 갱신된다는 것이 아니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계약관계가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고, 회사가 모든 기간제 근로자나 프리랜서와 반드시 재계약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관계 당국이나 법원이 특정한 갱신 거절을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원직복직을 명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회사가 애초 계약기간을 근거로 복직명령 자체를 무력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핵심이다.
이번 판결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회사가 복직에 별도의 조건을 붙인 점이다.
대리점 대표는 카마스터에게 신원보증보험증권과 신원보증서류를 제출해야 복직시킬 수 있다고 요구했다. 반면 카마스터는 자동차 판매 업무에 필요한 영업판매코드를 먼저 발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원은 이를 대표가 판매용역계약 해지 취소와 사번 발급 등 복직을 위해 가능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먼저 특정한 조건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면서 명령 이행을 미룬 것으로 판단했다.
물론 실제 업무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행정 절차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절차가 원직복직을 지연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회사가 스스로 진행해야 할 조치는 하지 않은 채 상대방의 협조만 요구한다면 구제명령을 제대로 이행한 것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회사가 복직명령을 받았다면 실제 업무 복귀에 필요한 조치를 단계별로 진행해야 한다. 기존 계약 종료 통보의 철회, 복직 통지, 사번과 업무계정 발급, 시스템 접근권한 설정, 업무공간과 담당업무 배정, 관련 임직원에 대한 안내 등이 이에 포함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각 조치를 취한 시점을 기록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훗날 분쟁이 생기더라도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행했지만 상대방의 협조가 없어 실제 업무 복귀가 지연된 것임을 소명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빠르게 인력을 늘렸다 줄이는 것이 스타트업의 생리이고, 고용 관계와 관련해 분쟁을 겪는 경우도 생각보다 흔하다. 이 분쟁 과정에서 시간을 끌어 계약기간 만료일만 지나면 안전하다는 생각은 이번 판결로 다시 한번 깨졌다.
계약서 제목이 용역계약서나 위탁계약서라도 회사가 업무 내용과 방식, 근무시간, 보고체계 등을 실질적으로 통제했다면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다.
또 기간제 계약이라도 장기간 반복적으로 갱신됐고, 갱신 때마다 별도의 실질적인 심사나 협상이 없었다면 계약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를 보호할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따라서 스타트업에서 인력 구조조정이나 계약관계 정리를 앞두고 있다면 계약 갱신 거절의 사유와 근거를 사전에 잘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성과 미달이나 사업 축소 등 객관적인 근거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그 거절이 노동위원회나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됐을 때에는 다투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계약기간 경과가 무적의 방어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전제로 대응해야 한다.
김민혜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학사, 석사 졸업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