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협의이혼을 할 때에는 일단 이혼부터 한 뒤 재산 문제는 나중에 정리하기로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가 끝나기 전에 전 배우자가 사망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미 상속이 시작됐으니 더 이상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사례를 보자.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A씨는 남편 B씨와 협의이혼을 했다. 혼인기간 동안 부부는 파주시와 김포시에 아파트와 상가를 마련했지만, 이혼 당시에는 감정적인 갈등이 심해 재산 문제를 제대로 협의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우선 협의이혼 신고를 마친 뒤 재산분할은 나중에 정리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혼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아 B씨가 갑자기 사망했다. B씨가 보유하던 부동산과 예금은 자녀 등 상속인들에게 상속됐다. A씨가 재산분할을 요구하자 상속인들은 "이혼한 사람은 상속인이 아니고, B씨도 이미 사망했으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A씨는 B씨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최근 협의이혼을 한 당사자 일방이 사망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남은 전 배우자가 사망한 전 배우자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산분할은 단순히 이혼한 배우자의 장래 생활을 돕는 제도에 그치지 않는다. 혼인기간 동안 부부가 함께 형성하고 유지한 공동재산을 이혼에 따라 공평하게 청산하는 것이 본질이다. 따라서 전 배우자가 사망했다는 우연한 사정만으로 이미 발생한 재산분할의무까지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속인은 사망한 사람의 부동산과 예금만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그 사람이 부담하던 재산상 의무도 함께 승계한다. 전 배우자가 부담하던 재산분할의무 역시 상속인들에게 승계될 수 있으므로, A씨는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재산분할은 이혼한 날부터 2년 이내에 법원에 청구해야 한다. 이 기간은 단순히 상대방에게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구두로 요구했다고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2년이 지나기 전에 가정법원에 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전 배우자가 사망했더라도 기간이 새로 시작되거나 연장되는 것은 아니다.
둘째, 협의이혼 당시 작성한 합의서의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 이미 부부가 재산분할을 모두 마쳤고 앞으로 서로에게 어떠한 재산상 청구도 하지 않기로 명확히 합의했다면, 다시 재산분할을 청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이혼 자체에만 합의했을 뿐 재산분할에 관한 합의가 없었거나 일부 재산만 정리했다면 추가 청구의 가능성이 있다.
셋째, 상속인과 상속재산을 신속하게 확인해야 한다. 전 배우자의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 부동산 등기사항증명서, 금융재산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해 누구를 상대로 어떤 재산의 분할을 청구할 것인지 정리해야 한다.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승인을 했다면 그 법적 효과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이혼전문변호사와 상담할 때에도 협의이혼 신고일, 전 배우자의 사망일, 기존 재산분할 합의서의 내용, 상속인의 범위와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을 시간순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2년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재산 전체가 확인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확인된 재산을 토대로 우선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협의이혼은 혼인관계를 끝내는 절차이지, 정리하지 않은 공동재산까지 저절로 사라지게 하는 절차는 아니다. 전 배우자가 사망했다고 해서 재산분할 문제까지 함께 묻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속재산에는 주인이 빨리 정해져도 재산분할청구에는 정해진 시간이 있으므로, 마음을 정리하는 것보다 달력부터 확인해야 할 때도 있다.
김광웅 변호사(이혼전문) /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 사법연수원 제37기 수료/ 세무사 /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