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들과 유가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코오롱생명과학(102940)과 관계자들의 민사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다만 환자 측이 주장한 암 발생이나 사망과 인보사 투여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부장판사 고승일)는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 15명과 사망 환자 3명의 유가족 등 18명이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티슈진,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이우석 전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총 약 6억6400만원을 공동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생존 환자에게는 1인당 3000만원, 사망 환자의 경우 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했다. 사망 환자를 진료한 의사와 해당 의료법인에 대해서도 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보고 14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판결의 핵심은 인보사가 허가 당시 알려진 연골세포가 아니라 종양 유발 가능성이 알려진 신장유래세포(GP2-293)를 포함한 상태로 제조·판매됐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이 같은 제품이 통상 기대되는 안전성을 갖춘 의약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며, 제조사가 당시 기술 수준에서도 해당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허가 내용과 다른 세포를 사용해 의약품을 제조·판매한 행위는 약사법 위반에 해당하고, 연골세포 치료제인 것처럼 표시·광고한 행위 역시 허위·기만적 표시·광고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의약품의 결함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제품을 제조·판매해 환자들이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치료제를 투여받는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반면 환자와 유가족이 제기한 암 재발, 사망 등과 인보사 투여 사이의 인과관계는 현재 의학적 자료만으로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보사는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판매 허가를 받은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다. 그러나 허가 당시 제출된 내용과 달리 주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2019년 유통과 판매가 중단됐다. 이후 식약처는 자체 조사 등을 거쳐 허가 관련 자료가 허위로 작성·제출됐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한편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인보사 성분 조작 의혹과 관련한 형사 재판에서는 지난 2월 항소심까지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무죄가 확정됐다. 이번 판결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