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광주 군공항 이전 논의가 또다시 멈춰 섰다. 28일 예정됐던 이전후보지 선정위원회는 김산 무안군수의 불참으로 연기됐다. 무안군은 광주 민간공항 우선 이전, 1조 원 규모 지원방안 구체화, 국가 차원의 인센티브 마련 등 이른바 '3대 선결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역의 희생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군공항 이전은 단순한 시설 이전이 아니라 소음과 안전, 개발 제한 등 장기간 지역이 감내해야 할 부담을 수반하는 국가사업이다. 이전 후보지역 주민을 설득하려면 정부가 충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문제는 협상의 방향이다. 지난 25일 KBS 보도에 따르면 무안군 관계자는 "광주를 챙겨줬으면 이제는 무안 차례 아니냐…광주도 큰 선물 하나 받았으니 우리도 큰 선물 하나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긴다. 최근 추진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마치 광주가 군공항 이전의 대가로 받은 '선물'인 것처럼 인식하게 만들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군공항 이전의 반대급부가 아니다. 국가 균형발전과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산업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며, 정부가 군공항 이전 보상사업으로 발표한 사실도 없다. 국가 전략산업을 특정 지역의 '보상'이나 '선물'로 규정하는 순간 정책의 본질은 흐려지고 지역 간 불필요한 갈등만 커질 뿐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협상의 방식이다. 협상은 요구를 많이 한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어야 비로소 성과를 만들 수 있다. 회의 자체를 거부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존재감을 높일 수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길어질수록 협상력보다 고립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번 선정위원회 연기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정부만이 아니다. 광주 군공항 이전은 물론 광주 민간공항 이전 논의까지 함께 지연되고, 지역 발전을 기대했던 주민들도 또다시 기다림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시간은 어느 한쪽만의 비용이 아니라 모두의 비용이다.
물론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전지역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신뢰를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 막연한 상생 약속만으로는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 국가사업인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협상의 명분이 '더 큰 선물'을 요구하는 논리로 흘러서는 곤란하다. 지역의 미래는 선물을 주고받는 거래가 아니라 국가정책과 지역발전 전략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협상도 마찬가지다. 필요한 것은 감정적 명분이 아니라 객관적인 근거이고, 강경한 불참이 아니라 실질적인 협상력이다.
무안군이 진정 군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선물을 요구하는 정치가 아니라, 군민에게 더 큰 성과를 가져오는 협상이다. 협상은 문을 닫을 때가 아니라 문을 열어둘 때 힘을 발휘한다. 이번 연기가 무안군에도, 정부에도 그런 교훈을 남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