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인수합병이라고 하면 인수회사가 현금을 지급하고 창업자와 투자자의 주식을 사들이는 거래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기술기업 간 결합에서는 반드시 현금을 대가로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수회사의 주식을 교부하고 피인수회사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포괄적 주식교환'도 유용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 전부를 취득 후 완전모회사와 완전자회사 관계를 형성하는 상법상 제도다.
완전자회사가 되는 회사의 기존 주주들은 자신이 보유하던 주식을 이전하고, 그 대가로 완전모회사의 주식을 교부받는다. 피인수회사의 창업자와 투자자가 현금을 받고 거래관계에서 이탈하는 대신, 인수회사의 주주가 돼 결합 이후의 성장가치에 계속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할 때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사항은 주식교환비율이다. 기존 주주들이 인수회사의 주식을 얼마나 교부받는지는 양사의 기업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피인수회사의 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되면 창업자와 투자자의 경제적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 반대로 인수회사의 가치나 잠재적인 지분 희석요인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으면 예상보다 적은 지분을 확보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교부받는 주식의 수만 볼 것이 아니라 △양사의 전체 지분구조 △기업가치 △전환사채 △주식매수선택권 등 향후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권리, 추가 투자와 신주 발행 가능성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필요한 경우 객관적인 가치평가를 거치고, 평가에 사용된 재무자료와 사업 자료의 정확성에 관한 책임도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기존 투자계약의 정리도 중요한 과제다. 스타트업은 창업자 외에도 재무적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 등 다양한 주주가 참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는 투자계약에 따라 합병, 영업양도, 주식교환 등 중요한 기업결합 거래에 대한 사전동의권이나 주식 처분과 관련된 여러 계약상 권리가 부여될 가능성이 있다.
상법상 주주총회 결의를 적법하게 마쳤다고 해서 이러한 계약상 권리가 자동으로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거래를 추진하면 투자계약 위반이 문제될 수 있고, 거래종결 이후에도 손해배상이나 권리 존속 여부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거래 초기부터 정관과 주주명부뿐 아니라 투자계약, 주주간계약 및 관련 부속합의를 함께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기존 투자자들의 권리를 인수회사에서 어떻게 반영할지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피인수회사에서 인정되던 권리를 인수회사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기존 지배구조나 투자계약과 충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 권리의 취지와 경제적 가치를 분석하고, 인수회사의 주주가 된 이후에도 합리적인 수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주식교환계약과 별도 합의서의 내용을 조정해야 한다.
상법상 절차 역시 정확하게 이행해야 한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개별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매수하는 일반적인 주식양수도와 달리 회사법상 조직재편 절차에 해당한다.
주식교환계약의 체결을 비롯해 △이사회·주주총회 승인 △주주에 대한 공고·통지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 보장 등 법에서 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절차상 하자는 거래 일정을 지연시킬 뿐 아니라 주식교환의 효력을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거래계약의 협상 단계부터 법정 절차와 전체 일정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세금 문제도 거래구조를 정하는 단계에서부터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창업자와 투자자는 현금을 받지 않고 인수회사의 주식을 교부받더라도 세법상 기존 주식을 양도한 것으로 평가돼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현금 유입이 없는 상황에서 납세의무가 먼저 발생하면 주주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주식교환에 대하여 과세이연 특례를 인정하고 있다. 과세이연이 적용되면 주식교환 시점에 바로 과세하지 않고, 교부받은 주식을 향후 처분하는 시점까지 과세를 미룰 수 있다.
다만 모든 주식교환에 특례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거래대가의 구성과 주식 보유관계 등 법령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창업자나 투자자에게 별도의 현금이나 추가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경우 해당 보상의 법적·세무적 성격에 따라 과세이연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주식교환계약과 창업자 보상계약, 주주간계약을 별개로 작성하더라도 전체 거래의 실질에 따라 판단될 수 있으므로 각 문서의 내용과 상호 관계를 일관되게 설계해야 한다.
딥테크 기업의 M&A에서는 거래종결 이후의 통합도 중요하다. 기술기업의 핵심 자산은 특허나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이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창업자와 핵심 인력이다.
법적으로 거래를 종결했더라도 핵심 인력이 이탈하거나 양사의 조직이 원활하게 협력하지 못하면 당초 기대한 기술적·사업적 시너지를 실현하기 어렵다.
따라서 창업자가 완전자회사 편입 이후 어떠한 역할을 맡을지, 핵심 인력을 어떻게 유지할지, 기술개발과 사업운영에 관한 의사결정 구조를 어떻게 정할지도 거래 과정에서 함께 검토해야 한다.
창업자의 역할과 인센티브를 정할 경우, 주식교환의 대가와 거래종결 이후의 근로 또는 성과에 대한 보상이 혼재되지 않도록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구분은 계약 해석뿐 아니라 세무상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단순히 회사를 매각하는 방식이 아니다. 피인수회사의 창업자와 기존 투자자가 인수회사의 주주로 전환되어 결합 이후의 성장가치를 공유하는 전략적 M&A 수단이다.
특히 AI 소프트웨어와 AI 반도체처럼 서로 보완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의 결합에서는 현금 중심의 인수보다 양측의 장기적인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다만 포괄적 주식교환에는 회사법상 절차, 기업가치 평가, 기존 투자계약의 정리, 세금, 창업자와 핵심 인력의 유지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거래가격과 주식교환비율만 합의한 뒤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는 이러한 쟁점을 충분히 해결하기 어렵다.
스타트업 대표라면 거래 초기부터 회사의 지분구조와 투자계약을 점검하고, 주식교환 절차와 세무구조, 창업자 및 투자자의 권리, 거래종결 이후의 통합 방안까지 하나의 거래구조 안에서 함께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포괄적 주식교환이 단순한 지배구조 변경을 넘어 기술기업 간 장기적인 성장을 실현하는 결합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지원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 고려대학교 약학과 졸업 /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