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하면서 대표가 함께 서명하는 투자계약서에는 '이해관계인'이라는 다섯 글자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겉보기에는 중립적인 이름이지만, 이 조항 하나로 회사가 져야 할 빚이 창업자 개인의 빚으로 바뀔 수 있다. 최근 대법원에서 확정된 두 건의 사건이 그 위력을 잘 보여 준다.
한 사건의 주인공은 크리에이터 콘텐츠 플랫폼 OGQ를 창업한 신철호 대표다. OGQ가 2021년 조건부로 90억원을 투자받았지만, 투자 전제였던 인수가 무산되자 투자자는 회사가 아닌 신 대표 개인을 상대로 상환을 청구했다.
투자금은 회사 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고 회사가 수백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는데도, 2026년 대법원 확정으로 원금에 연 12% 이자가 더해진 약 120억원이 신 대표 개인의 채무가 됐다.
다른 사건의 주인공인 프롭테크 스타트업 어반베이스의 하진우 전 대표는 2017년 신한캐피탈로부터 5억원을 투자받으며 '이해관계인'으로 서명했다. 2024년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자 신한캐피탈은 하 전 대표 개인에게 청구했고, 2026년 대법원에서 원금에 연복리 15% 이자가 붙은 약 13억원이 개인 채무로 확정됐다. 몇 년의 간격을 두고 반복된 이 두 사건은, 한 창업자의 불운이 아니라 같은 계약 구조가 만들어 낸 결과에 가깝다.
투자계약에서 이해관계인이 된 창업자는 회사의 진술과 보증을 개인적으로 책임지고, 보유 지분의 처분이 제한되며, 퇴사에도 제약을 받는다. 무엇보다 회사가 약속한 조건을 지키지 못하면 그 금전적 부담을 개인이 함께 진다.
대표적인 장치가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이나 투자금 상환 조항이다. 약속한 조건이 어긋나는 순간, 창업자 개인이 투자 원금에 연 10~15% 안팎의 이자를 얹어 지분을 되사거나 투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구조다.
투자자가 회사가 아닌 창업자 개인을 계약에 끌어들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회사를 상대로 한 회수 장치에는 법적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특정 주주에게만 원금과 수익을 보장하는 약정은 주주평등원칙에 어긋나 무효가 될 수 있고, 상법상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거나 상환우선주를 상환하려면 배당가능이익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풋옵션이 실제로 발동되는 국면, 즉 사업 부진이나 상장 실패 시점이 바로 배당가능이익이 없는 때라는 점이다. 회사를 겨냥한 장치는 막상 필요한 순간에 힘을 잃고, 그 빈자리를 창업자 개인이 메우게 된다.
정부는 창업 실패가 개인 파산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창업자 연대보증을 폐지해 왔다. 창업자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없으면 이해관계인에게 연대책임을 지우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됐다. 그러나 이 규정은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체계의 규율이어서, 그 적용 대상이 벤처투자조합에 한정된다.
같은 운용사가 투자하더라도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른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통하면 이 보호가 미치지 않는다. 위 두 사건은 모두 신기조합을 통한 투자였고, 규제 도입 이전에 체결된 계약이어서 소급 적용도 되지 않아, 이중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법원의 태도는 대체로 일관된다. 사업 경험이 있는 성인이 자발적으로 서명한 계약은 문언대로 유효하고, 지나치게 불공정하다는 항변이 받아들여지는 요건도 엄격하다. 투자자 측도 나름의 논리가 있다.
지분투자의 계약 조건일 뿐 금지된 연대보증이 아니며, 회수 조항을 두고도 행사하지 않으면 오히려 펀드 출자자에 대한 선관주의의무 위반이나 배임이 문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지분투자는 성공하면 큰 수익을, 실패하면 원금 손실을 감수하는 위험자본인데, 귀책사유 없는 사업 실패에도 원금과 고율의 이자를 회수한다면 그 실질은 담보 낀 고금리 대출에 가깝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창업자는 계약 단계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먼저 자신이 '이해관계인'으로 포함되어 있는지, 그 책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조항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다음으로 매수청구권이나 상환 조항의 발동 요건을 살펴야 한다. 그 요건이 창업자의 고의·중과실로 한정되어 있는지, 아니면 회생절차 개시나 상장 실패, 가압류만으로도 자동 발동되는지에 따라 개인 책임의 크기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어떤 조합을 통해 투자하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벤처투자조합인지 신기조합인지에 따라 연대책임 제한 규정의 적용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나아가 창업자는 개인 책임에 상한을 두거나, 회사 자산에 대한 집행을 개인보다 우선하도록 하거나, 책임을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로 한정하는 등의 완충 장치를 미리 협상해 둘 필요가 있다. 계약 시점에는 사업 성공을 확신해 조항의 무게를 가볍게 보기 쉽지만, 서명하는 순간 그 조항은 실제 채무가 될 수 있다.
이해관계인 조항이 언제나 부당한 것은 아니다. 조건부 대형 투자에서 최소한의 회수 장치는 필요하고, 위험을 합리적으로 나누는 계약일 수도 있다. 그러나 회사가 갚을 능력이 충분한데도 창업자 개인이 회사 규모의 빚을 떠안는 결과가 반복된다면,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게 한다'는 정책의 약속은 계약서 조항 하나로 무력해진다.
제도적 보완은 별개의 과제로 두더라도, 창업자로서는 서명 전에 이 조항의 무게를 실제 채무처럼 가늠해 보는 것이 첫 번째 방어선이다.
박정현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미국 Swarthmore 대학교 경제학과·중어중문학과 졸업 /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