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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인력경영] 800조원 반도체 투자, 인재가 머물 지역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지역에 필요한 인재의 기준부터 육성·정착 기반까지 지자체와 대학이 공동으로 설계해야 한다

이윤선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 onestar4u@gmail.com | 2026.07.21 09:51:50
[프라임경제] 정부의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지역 대학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교육부는 기업의 대규모 지역 투자에 필요한 인력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 지역협약정원제와 인재 양성 신속트랙제를 추진하고 있다. 지방대학 육성계획의 수립 주체도 교육부 장관에서 시·도지사로 바꼈다. 

중앙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대학이 인력을 배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이 산업의 미래와 대학의 인재 양성을 함께 설계하는 체제로 전환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협약정원제가 반도체 관련 학과와 입학정원을 늘리는 제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호남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인재가 누구인지 지자체와 대학, 기업이 함께 정의하는 것이다. 산업 투자계획과 대학 교육과정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도 필요한 인력을 제때 확보하기 어렵다.

공정개발, 소자설계, 소재·장비, 첨단 패키징, 품질관리, 인공지능(AI) 기반 생산혁신은 각각 요구하는 지식과 기술이 다르다. 학사급 실무인력과 석·박사급 연구인력, 현장 숙련인력의 역할과 양성기간도 같을 수 없다. 

이러한 구분 없이 정원부터 늘리면 교육 인원은 증가해도 산업이 원하는 인재는 부족한 불일치가 반복될 수 있다. 지자체와 대학, 기업이 직무별 역량과 숙련 수준을 공동으로 정하고, 이를 교과목과 기업 프로젝트, 장기 현장실습, 공동연구에 반영해야 한다. 

인재 양성의 성과도 학과 수나 수료 인원보다 직무 일치도와 현장 적응력, 기업 만족도, 취업 이후의 성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지역협약정원제는 결국 '몇 명을 더 뽑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인재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정하는 제도가 돼야 한다.

대학 간 협력도 필요하다. 반도체 인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역 대학들이 비슷한 학과와 교육과정을 경쟁적으로 개설하면 한정된 교수와 학생, 연구시설이 오히려 분산될 수 있다. 전국 대학의 반도체 전문 교수가 약 500명 정도로 추산될 만큼 교육 인력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해법은 모든 대학이 같은 학과와 시설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각 대학의 강점을 연결하는 데 있다. 소재·소자, 공정·장비, 패키징, AI 생산혁신 등 분야별 특화를 바탕으로 공동 교과목과 학점교류, 공동 실습센터를 운영해야 한다. 

기업의 현장 전문가가 교육과정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구조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는 대학별 사업을 나누어 지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산업 수요와 대학 역량을 연결하며 중복 투자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래야 호남권 대학 전체가 하나의 반도체 인재 양성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과제는 어렵게 키운 인재가 지역에 머물도록 만드는 일이다. 반도체 인재는 교육과정과 장학금만 보고 정착하지 않는다. 성장할 수 있는 일자리와 연구시설, 협력기업은 물론 주거·교통·의료·문화·자녀 교육과 배우자의 일자리까지 뒷받침돼야 한다. 

졸업 후 전문성을 발전시킬 경력 경로가 보이지 않는다면 인재는 수도권이나 기존 산업거점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재 양성과 정주 인프라는 서로 다른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인력경영 체계로 추진돼야 한다. 

지역협약정원제의 성과는 몇 명을 교육했는지가 아니라, 그중 몇 명이 지역에서 일하고 성장하며 다음 산업을 만들어 가는가로 판단해야 한다. 

공장은 예산으로 세울 수 있고 정원은 행정으로 늘릴 수 있지만, 인재 생태계는 지자체와 대학, 기업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서만 만들어진다. 반도체는 사람을 키우는 산업이며, 키운 사람이 머물 수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산업이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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