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주변시세보다 유난히 저렴하고 깔끔한 신축 빌라를 발견해 계약하려는데 대장을 떼어보니 용도가 '근린생활시설'로 적혀 있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근생빌라'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위반 건축물이다. 정치권이나 지자체에서 선거철이나 대책 발표 때마다 '위반 건축물 양성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니 "살다 보면 결국 합법 주택으로 양성화되겠지"라는 안일한 기대를 품고 진입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 실체 없는 신기루만 믿고 기다리기엔 대가가 너무나 잔혹하다.
근린생활시설은 주택이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가 시설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취사 시설이나 바닥난방을 설치할 수 없다. 만약 싱크대가 있고 보일러 바닥난방이 깔려있다면, 건축주가 허가받을 때는 상가로 받아놓고 준공 승인이 나자마자 몰래 불법 개조를 감행한 것이다.
건축주들이 이런 불법을 저지르는 이유는 오직 하나 '개발이익' 때문이다. 다세대·다가구 같은 일반 주택은 가구당 최소 0.5대에서 1대 이상의 주차 공간을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층수 제한도 엄격하다.
반면 근린생활시설은 시설면적 200㎡당 1대의 주차장만 있으면 되고 별도의 층수 제한도 없다. 즉, 주차장 만들 땅에 집을 몇 채 더 지어 분양 수입을 극대화하려는 꼼수다.
게다가 공동주택에 의무화된 '하자보수예치금(총건축비의 3%)' 제도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입주 후 건물의 하자가 발생해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나 매수인이 떠안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미 근생빌라에 전세나 월세로 전재산을 넣고 들어간 임차인들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 하고 쫓겨나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류상 상가라도 '실제 주거'로 쓰고 있다면 최소한의 법적 방패는 작동한다.
대법원 판례(94다52522)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대상인 '주거용 건물' 여부를 판단할 때 서류(공부)상의 표시만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실제용도'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상가나 작업소로 등록된 건물이라도 임차인이 가족과 함께 들어가 일상생활을 영위했다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근생빌라 세입자도 전입신고를 할 수 있고, 확정 일자를 받아두면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우선변제권을 행사해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주임법의 보호를 받는다고 해서 근생빌라가 안전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근본적으로 위반 건축물이기 때문에 치명적인 약점이 줄줄이 따라붙는다.
일단 상가건물이므로 국가가 지원하는 저금리 전세자금 대출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가장 무서운 것은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이 전면 거절된다는 점이다. 최근 전세사기 사태에서 보았듯 보증보험이 가입되지 않는 집은 다음 세입자를 구하기가 극도로 어렵고, 이는 곧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발이 묶이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결국 '양성화'라는 특별법이 통과돼 합법 주택으로 전환되기 전까지는 매달 무거운 이행강제금 폭탄을 맞거나, 전세보증금을 날릴 위험을 상시 안고 살아야 한다.
속지 않으려면 계약 전 부동산등기부등본만 봐서는 안 된다. 등기부전면에 '단독주택 및 근린시설'로 뭉뚱그려 기재돼 있으면 몇 층의 어느 호수가 불법인지 알 수 없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부 전산망을 통해 '건축물 대장'을 직접 열람하는 것이다. 대장상단에 노란색으로 '위반 건축물' 표시가 명확히 박혀 있거나 용도가 근린생활시설로 돼 있다면, 아무리 양성화 가능성을 운운하더라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는 것이 내 자산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위반건축물(근생빌라) 위험 방지 실무 체크리스트 • 건축물대장필수열람: 등기부등본만 믿지 말고 관공서나 인터넷을 통해 '건축물대장'을 발급받아 해당 호수의 정확한 '용도'를 눈으로 확인하라. • 노란색 '위반건축물' 표식 확인: 건축물대장 우측 상단에 '위반건축물'이라는 노란색 경고 마크가 기재돼 있다면 무조건 피하라. •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 가조회: 계약서 작성 전 해당 매물이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구조인지 보증기관이나 은행에 먼저 문의하라. • 실제 거주 시 전입신고와 확정 일자 즉시 이행: 이미 근생빌라에 입주해 살고 있다면 서류상 용도와 무관하게 즉시 전입신고를 마치고 확정 일자를 받아 우선변제권을확보하라. • 계약 전 전문가 권리 분석: 주변 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매물은 주차장 규제나 층수 제한을 회피한 불법 건축물일 확률이 높으므로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사전 자문을 거쳐라. |
여봉구 법무사 / 법무사사무소 작은거인 대표법무사 / ㈜코오롱LSI, ㈜엠오디 감사위원 / 한국청소년통역단 법무자문위원 / 면곡신용협동조합 자문법무사 / 종로신용협동조합 자문법무사 / 인천주안삼영아파트재건축사업 담당법무사 / 법무전무가과정(부동산 경·공매) 수료 / HUG_전세사기피해법무지원단 / LH_전세사기피해주택매입 담당 법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