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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험의 오픈 소스, 제대군인의 재발견

 

조성준 서울지방보훈청 제대군인지원센터 상담사 | press@newsprime.co.kr | 2026.07.14 13:44:51
[프라임경제] 대한민국은 사람에 투자해 성장했다. 

해외 언론에서 대한민국을 다루는 기사를 읽다 보면 종종 이런 표현을 접한다. "한국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나라가 됐나." 불과 70여 년 전만 해도 이 나라는 전쟁의 폐허 위에 서 있었다. 자원도, 자본도, 산업 기반도 없었다. 세계의 원조에 의존하던 나라가 오늘날 반도체와 방위산업, 문화 콘텐츠를 수출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변화의 출발점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 우리 부모 세대는 가난 속에서도 자식 교육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자원이 없는 나라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투자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길러진 인재들이 산업을 일으켰고, 기술을 만들었으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대한민국 성장 DNA는 결국 사람에 대한 투자였다.

그런데 제대군인 지원 현장을 들여다보면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우리는 지금 제대군인이라는 사람에게 제대로 투자하고 있는가. 매년 수만 명의 제대군인이 사회로 나온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취업 지원의 현실은 경비, 운전, 단순 관리직 알선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 자리들도 중요하다. 그러나 군에서 수십, 수백 명을 이끌고, 제한된 자원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며, 생사의 갈림길에서 판단과 책임을 감당해 온 사람들의 경험이 그것으로 귀결된다면, 우리는 귀한 자산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경험이 전역과 동시에 개인의 기억 속에 닫혀버린다는 데 있다. 여기서 오늘날 세상이 성장하는 방식을 한번 생각해 보자. 리눅스는 한 사람의 천재가 만든 운영체제가 아니다. 소스가 열리고, 전 세계 수많은 개발자가 자신의 경험을 얹고 나누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시스템이 됐다. 

오늘날 AI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원리도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이 지식을 공개하고, 수많은 사람이 그것을 변형하고 발전시키며 다시 나눴다. 공유된 경험의 총합이 세상을 바꿨다.

제대군인의 경험도 이 원리로 봐야 한다. 군이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단련된 리더십과 전문성은 닫혀 있으면 개인의 기억으로 끝나지만 열리면 사회 전체의 자산이 된다. 실제로 최근 예비역 대위 출신이 군에서 쌓은 방산 도메인 지식에 AI 기술을 접목해 플랫폼을 직접 개발하고, 국내외 방산전시회에 참가하며, 국가AI위원회와 연계된 업무까지 수행한 사례가 있다. 

특별한 배경이 있어서가 아니다. 자신의 경험을 시대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세상과 나눌 줄 알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방향이다. 그러나 이것이 개인의 각성에만 맡겨져서는 안 된다. 지금 제대군인에게 필요한 것은 일자리를 받는 것이 아니라, 군에서 쌓은 경험을 콘텐츠로 만들고 공유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법을 배우는 교육이다. 누군가의 현장 경험이 콘텐츠가 되고, 노하우가 되고, 다음 사람의 출발점이 되는 구조.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은 자리를 알선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판을 설계하는 것이다.

6월은 희생을 기억하는 달이다. 그러나 진짜 보훈은 추모로 완성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잿더미에서 일어선 것은 사람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전역 후에도 그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 군에서 쌓은 경험과 역량이 사회 속에서 다시 열릴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야말로 제대군인 지원의 새로운 방향이어야 한다.

그 힘은 오늘도 전역모를 벗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이들 안에 살아 있다.

조성준 서울지방보훈청 제대군인지원센터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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