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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첫 단추 잘못 끼운 143억 도시재생…청양군, 이제는 답해야 한다"

토지만 사고 건물은 방치…사업 지연 자초한 결정 누가 했나

오영태 기자 | gptjd00@hanmail.net | 2026.07.10 09:23:02
[프라임경제] 도시재생사업은 낡은 공간을 새롭게 바꾸는 사업이지만, 그보다 먼저 바로잡아야 할 것은 행정의 판단이다.

충남 청양군이 추진 중인 143억원 규모 읍내3·4리 도시재생사업이 사업 지연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핵심 거점시설인 청춘어울림센터 부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토지만 먼저 취득한 뒤 건물 보상이 1년 넘게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행정 판단의 적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군 소유 토지 위에 개인 소유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은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물론 법적으로 토지와 건물을 각각 취득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협의매수 과정에서 토지 소유자가 먼저 보상에 응하고 건물 소유자와의 협의가 지연되는 사례도 존재한다. 그러나 문제는 '가능하냐'가 아니라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이다.

공공사업은 예산만 집행하는 행정이 아니라 위험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행정이다. 특히 수십억 원이 투입되는 핵심 시설이라면 토지와 건물, 권리관계, 향후 분쟁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기본 절차다.

그럼에도 청양군은 건물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토지를 먼저 취득했고, 결국 사업은 설계 변경과 재감정평가, 사업기간 연장이라는 후속 절차를 밟게 됐다. 결과적으로 행정이 스스로 위험요인을 안고 사업을 시작한 셈이다.

청양군은 "토지와 건물을 동시에 확보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며 현재 재감정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군민이 궁금한 것은 현재 진행 상황이 아니다. 당시 왜 토지만 먼저 사들였는지, 그 판단은 어떤 검토를 거쳤는지, 내부에서는 어떤 의견이 오갔는지다.

사업이 늦어졌다는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결과를 만든 의사결정 과정이다. 만약 토지 선취득이 불가피했다면 이를 입증할 내부 검토보고서와 법률 자문, 사업성 분석 자료가 존재해야 한다. 위험을 충분히 인지했고 대안을 검토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면 오히려 이를 공개하는 것이 행정의 신뢰를 높이는 길이다.

반대로 그러한 검토 없이 관행적으로 결정됐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 공공사업 관리체계의 허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143억원은 적지 않은 예산이다. 그 가운데 청춘어울림센터에만 81억원이 투입된다. 이 정도 규모의 사업이라면 "일단 추진하고 보자"는 식의 접근은 허용되기 어렵다.

공공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행정이다. 사업이 늦어질 수도 있다. 협의가 길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가능성을 미리 분석하고 대응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다. 더욱이 이번 논란은 건물 소유자를 향한 책임론이 아니다. 행정이 어떤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했는지를 묻는 것이다.

토지 우선 취득은 누가 제안했고, 당시 군수에게 보고됐는지, 내부 방침 결재는 있었는지, 법률 검토는 이뤄졌는지. 이 질문들은 사업을 흔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행정을 검증하기 위한 최소한의 확인 절차다. 도시재생은 주민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이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청양군은 사업 정상화만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토지 선취득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군민 앞에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혈세가 투입되는 공공사업에서 행정은 결과만큼 과정으로 평가받는다. 도시를 재생하는 사업이라면, 그 출발점은 행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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